[기획-여행 트렌드 ⑥ 국내 숙박]

서울 특급호텔 패키지…여름 휴가철 30%가량 저렴

'호화로운 캠핑' 글램핑…제주 바다 앞에서 바비큐를!

'당일 숙박앱'만 있으면 무작정 떠나는 것도 괜찮아

서울 도심 속에서 여행 분위기를 만끽하려는 여행객들이 많아지고 있다. 사진=한국관광공사
[데일리한국 이민형 기자] 서울 서대문구에 거주하는 직장인 김모씨는 올해 여름 휴가지로 서울 도심을 선택했다. 처리할 업무가 쌓여 휴가를 오래 가지 못하는데, 이동에 많은 시간을 할애하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 1년에 한 번뿐인 휴가를 국내에서 보낼 수 없다며 반대하던 아내는 김씨가 내놓은 '서울 낯설게 하기' 콘셉트에 동조하기 시작했다.

김씨는 "여행의 목적은 쉼"이라고 본인의 여행 철학을 밝혔다. 휴가철에 멀리 여행을 떠나는 이유도 피로했던 공간에서 벗어나 편안히 쉬기 위해서가 아니냐는 것이다. 그는 "시간이 부족한데도 무작정 멀리 가는 것에만 몰두해 오히려 휴가 동안 피로를 쌓는 사람들이 있는데 주객이 전도된 것 같다"며 "요즘엔 바쁜 직장인들을 위해 도심 속에서 여행 분위기를 만끽할 수 있는 호텔 패키지들이 많이 나왔고, 이를 통해 내가 사는 서울을 다시 들여다볼 수 있는 계기가 된다"고 설명했다.

서울신라호텔은 서울 내 특급호텔 중에서 유일하게 야외 온수풀인 '어번 아일랜드'를 개장했다. 사진=서울신라호텔

도심 속에서 낭만 찾기…서울 특급호텔 패키지

여름 휴가철, 직장인들이 너나 할 것 없이 해외로 떠나고 도심이 텅비면 서울 시내 호텔은 오히려 비수기를 맞는다. 이 시기 특급호텔들은 저마다 남은 피서객을 겨냥한 패키지를 30%가량 저렴한 가격에 내놓는다. 국내 호텔업계 관계자들은 "해외로 떠나는 국내 여행객들의 숫자가 꾸준히 늘고 있는 가운데에도, 도심 속에서 휴가를 보내본 사람들은 반드시 다시 호텔을 찾는 경향이 있어서 그 수요가 늘고 있다"고 설명한다.

먼저 올해 롯데호텔서울은 8월 31일까지 시원한 여름을 즐길 수 있는 '예스(YES·Your Excellent Summer) 패키지'를 선보였다. 객실마다 빙수 및 뷔페가 제공되고, 모든 이용객은 수영장과 사우나, 피트니스를 무료로 이용할 수 있다. 24만 원의 '슈페리어 패키지'는 슈페리어 객실 1박과 애플망고 빙수가, 30만 원의 '디럭스 패키지'는 디럭스 객실 1박과 애플망고 빙수, 라세느 또는 페닌슐라에서 즐길 수 있는 조식 뷔페 2인권이 준비된다. 2박 이상 투숙 고객에게는 환영 와인과 롯데시네마 관람권 2매가 증정된다. 오는 30일까지 '얼리 서머 프로모션'으로 해당 패키지를 예약하는 고객에게는 2만 원의 할인 혜택이 주어진다.

그랜드힐튼서울은 남태평양의 '피지'에 온 것 같은 분위기를 느낄 수 있는 '해피 아일랜드 피지 패키지'를 준비했다. 오는 7월 31일까지 진행되는 이 패키지를 이용하면 피지를 상징하는 화려한 플루메리아의 꽃(조화)을 선물로 증정하고 피지의 대표 화장품 브랜드 '퓨어 피지'의 핸드메이드 비누도 제공한다. 그랜드하얏트서울에 묵으면 남산 중턱에 위치한 야외수영장에서 시원한 전망을 즐길 수 있다. 수영장 주변으로는 300여 개의 선베드가 마련돼 있으며, 어린이 전용 수영장 및 월풀 욕조도 갖춰져 있다. 패키지 이용객에게는 치맥 세트 이용권이 제공되기도 한다.

서울신라호텔은 서울 내 특급호텔 중에서 유일하게 야외 온수풀인 '어번 아일랜드'를 개장했다. 6월은 오후 10시까지, 7월은 자정까지 야간 개장해 남산과 서울타워 야경을 바라보며 수영을 즐길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서울신라호텔은 수면 환경에도 각별한 신경을 쓰고 있다. '생애 최고의 숙면'을 경험하도록 하겠다는 일념 하에 2013년 전 객실을 새로 단장하기도 했다. 신라호텔 관계자는 "국내 최고의 80수(400TC) 면을 사용해 피부에 닿는 순간 실크처럼 부드럽고, 매트리스와 이불 사이에 거위털 패드를 덧대 눕는 순간 깃털에 누운 것처럼 포근한 느낌을 받을 수 있다"고 자신한다. 친환경 소재에 항균 기능을 더한 매트리스는 알레르기 등을 방지하고, 베개도 취향에 맞춰 선택할 수 있다. 객실 내 비치된 거위털 베개 외에 추가로 메밀 베개, 템퍼 밀레니엄 베개, 로프티 슬립닉 등 8종의 베개를 고를 수 있다. 덕분에 평소 잠자리에 예민한 사람들에게 최고의 찬사를 받고 있다.

서울웨스틴조선호텔은 오는 8월 31일까지 '블루 인 더 시티' 패키지를 제공한다. 이 상품에는 '모딜리아니전(展)' 티켓이 제공되며, 성수기에는 서머 아트 페스티벌 티켓이 제공된다. 또한 터키석 팔찌와 함께 '마이 보틀 텀블러'가 선물로 주어진다.

제주롯데호텔도 3가지 테마의 글램핑존을 운영하고 있다. 사진=제주롯데호텔

제주 바다 앞에서 글램핑을…'극한의 사치'를 즐겨보자

서울 내 호텔이 어쩐지 식상하고 최대한 이국적인 분위기를 느끼고 싶다면 시간을 조금 들여 제주로 떠나는 것도 나쁘지 않다. 최근 들어서는 제주 바다를 내려다보며 캠핑 분위기를 낼 수 있는 글램핑이 각광을 받고 있다. '화려한'(glamorous)과 '캠핑'(camping)의 합성어로 '호화로운 캠핑'이라는 의미의 글램핑은 모든 도구와 편의시설이 갖춰진 텐트에서 편안하게 즐기는 캠핑을 뜻한다. 본래 중동의 부자들이 야외로 나갈 때 편안하게 휴식을 취할 수 있도록 숙소를 제공한 것에서 유래됐다.

제주신라호텔은 국내 최초로 '글램핑 & 캠핑존'을 지난 2012년 3월 개장했다. 이곳은 글램핑 빌리지와 캠핑 빌리지 두 곳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덕분에 북미나 유럽으로 떠날 필요 없이 국내에서도 진정한 럭셔리 캠핑을 즐길 수 있는 시대가 열린 것이다. 제주신라호텔의 글램핑 텐트는 일반 텐트가 아닌 카바나 스타일의 대형 텐트로 한 동의 크기는 약 40제곱미터(12평) 정도의 호텔 일반 객실 사이즈와 맞먹는다. 텐트 안에는 벽난로가 있어 운치 있는 분위기를 연출하고, 4인이 충분히 누울 수 있는 소파침대, 8인까지 사용 가능한 넓은 테이블, 아늑한 분위기를 자아내는 조명들, 피로를 풀기 위한 고가의 힐링기계 '힐링 스톤 풋 스파' 등이 배치돼 있다. 캠핑의 묘미는 역시 바비큐 식사다. 글램핑이 제공하는 메뉴는 바닷가재에 꽃등심, 흑돼지 오겹살, 전복, 수제 소시지까지 재료부터 다르다. 식사 메뉴로는 이태리식 해산물 볶음밥, 토마토 라멘이 마련되며 푸짐한 기본 반찬의 맛도 일품이다. 디저트로 뉴욕 치즈케이크, 마카롱, 계절과일을 맛보면 글램핑 만찬이 마무리된다.

제주롯데호텔도 오두막집, 캠핑 트레일러, 야영의 정석 등 3가지 테마의 글램핑존을 운영하고 있다. 특히 북유럽의 캠핑카 여행 분위기를 그대로 옮겨놓은 듯한 캠핑 트레일러존에 대한 입소문이 자자하다. 미국 최대 레크리에이션 트레일러 제조사 포레스트 리버사의 최신 모델들인 트레일러의 한 대 가격은 무려 6,000만 원. 차체 길이만 11미터, 높이 3미터, 너비 2.4미터에 달하는 트레일러 안에는 침대, TV, 플레이스테이션, 노래방 시설이 모두 갖춰져 있다. 제주롯데호텔에서도 역시 제주산 흑돼지, 전복, 가리비 등 청정제주의 산해진미를 바비큐로 맛볼 수 있다.

인터파크투어가 운영하는 '체크인나우'는 지방 콘도부터 대형 리조트까지 전국 방방곡곡 숙박 시설의 리스트가 풍성한 것이 장점이다. 사진=인터파크투어

수백만 명이 내려 받은 '당일 숙박앱'…무작정 떠나도 괜찮아

'어디로 갈까?', '예산은 얼마나 들지?', '일정은 어떻게 짜지?' 여행 계획을 세우는 게 번거롭다면 당일 숙박앱을 이용하는 것을 추천한다. 빈 방을 30%에서 최대 80%까지 거의 헐값에 판매하는 일종의 '땡처리'인 셈인데, 젊은 층을 중심으로 인기가 확산되고 있다. 한 달에 한 번쯤 당일 숙박앱을 이용한다는 대학생 안모 씨는 "친구들과 갑자기 훌쩍 떠나고 싶은데 멀리 떠나기 부담스러울 때 자주 이용한다"며 "특급호텔 부럽지 않은 11만 원짜리 객실을 4만 원대에 구할 수 있다"고 설명한다.

인터파크투어가 운영하는 국내 숙박앱 '체크인나우'의 누적 다운로드 수는 지난 4월을 기점으로 100만 건을 돌파했다. '체크인나우'는 지방 콘도부터 대형 리조트까지 전국 방방곡곡 숙박 시설의 리스트가 풍성한 것이 장점이라면, '호텔나우'나 '데일리호텔'은 서울과 경기도를 중심으로 부티끄 호텔과 레지던스 호텔, 호텔급 모텔 리스트가 다양한 숙박 형태를 제공한다.

호텔업계에 따르면 실제 당일 예약 비중이 매년 꾸준히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2013년 '체크인나우'를 통한 당일 예약 비중이 13%에 불과했지만 2014년에는 20%, 2015년에는 30%를 돌파했다. 인터파크투어 관계자는 "주말에 50%까지 올라갈 정도로 호응을 얻고 있다"고 전했다.

국내 리조트들은 실제 외국 특정 관광지를 콘셉트로 객실과 외관을 꾸미고 있다. 사진=한화리조트

리조트부터 펜션·캠핑촌·한옥스테이…진화하는 숙박 형태

외국의 정취를 물씬 느끼고 싶다면 단연 리조트가 일품이다. 업계 관계자들에 따르면 국내 리조트들은 실제 외국 특정 관광지를 콘셉트로 객실과 외관을 꾸미고 있다. 지속적인 리뉴얼을 진행한 한화리조트는 2011년 이탈리아 투스카니 스타일의 '설악 쏘라노'와 지중해풍의 '대천 파로스'를, 2013년 알프스 속 산장을 연상케 하는 '산정호수 안시' 등을 선보여 호평을 받았다.

대명리조트도 한국 최초로 멕시코와 오스트리아 등 전 세계 고급 리조트나 호텔에서 수영장 데크로 사용하는 목재를 사용해 풀장을 만들었다. '하늘과 맞닿은 정상에서의 우아한 휴식'이라는 콘셉트에 걸맞게 자연이 주는 감동적인 아름다움을 전면에 배치해 침실 안에서도 바깥 풍경을 감상할 수 있다는 것이 특징이다.

호텔이나 리조트 외에도 펜션이나 풀빌라, 캠핑촌, 한옥 게스트하우스, 템플스테이 등 국내 숙박은 갈수록 다채로워지고 있다. 국내를 방문하는 외국 관광객들이 늘면서 대체숙박시설이 많아진 것인데, 한국관광공사는 건전한 숙박 문화를 조성하기 위해 우수한 숙박 시설을 지정해 육성하는 굿스테이(여관), 코리아스테이(도시민박), 한옥스테이 인증 사업을 펼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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