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여행 트렌드 ⑤ 해외 숙박]

해외 자유 여행 늘면서 취향에 맞는 숙소 직접 고르는 여행자 많아져

부티크호텔·리조트·호스텔·한인 민박·에어비앤비 등 숙소 스타일 다양

가격·위치·이용 가능한 시설·사용자 후기 등 꼼꼼히 따져서 선택해야

사진=인터파크투어 제공
[데일리한국 동효정 기자] 지난 여름 유럽 배낭여행을 준비하던 명모씨는 여행 계획을 짜며 첫 숙소로 런던의 한 민박집을 골랐다. 치안과 안전을 가장 우선시하고 런던아이나 빅벤 등 주변 관광지로 이동이 쉬운 곳을 찾아 직접 예약했다. 남성들과 함께 자는 방이 많은 곳을 피해 여성 전용을 선택한 그녀는 최고의 선택이라고 자부했다.

명씨는 "화려한 관광지보다 오히려 그 숙소에서 안심하고 잤던 기분이 떠오를 때 다시 런던에 가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면서 "여행은 잠자리가 바뀌고 고단한 일정 끝에 휴식을 취하는 곳이기 때문에 자신의 취향과 성향에 맞는 숙소를 고르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말했다.

최근 자유 여행자가 늘면서 명씨처럼 자신의 취향에 따라 숙소를 선택하는 사람들이 크게 증가했다. 한국관광공사가 지난해 말 발표한 ‘해외 여행 트렌드 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개별 자유 여행(40.4%)과 숙소와 항공권만 정해진 에어텔 여행(12.5%)이 패키지 여행(37.5%)보다 크게 앞섰다. 이런 현상은 국내에서도 마찬가지다. 패키지여행은 약 30%를 차지하고, 개별 자유 여행은 9%, 나머지는 가족 단위의 소규모 그룹 형태 여행으로 조사됐다.

여행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숙소를 예약하는 순간 여행의 시작이라고 할 수 있다. 하루에 6~7시간을 자는 만큼 여행할 때도 많은 시간을 보내게 되는 곳이 숙소다. 최근에는 여행자들이 인터넷 검색을 통해 스스로 원하는 숙소를 검색할 수 있기 때문에 개별 예약이 쉬워졌다. 특히 여행 문화가 발달할수록 유명 호텔보다 자신의 성향에 맞는 틈새 상품들의 힘이 거세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한결같이 "자신의 취향에 맞는 숙소 고르기가 '행복한 여행'의 출발점"이라고 말한다. 여행업계 종사자들이 추천하는 여행 테마별 숙박 시설을 알아봤다.

여유로움을 중시하는 감각적인 여행자… 부티크 호텔

부티크 호텔은 해외 유명 체인 호텔보다 규모는 작지만 독특한 디자인과 인테리어로 각광받는 숙박지다. 개성 있는 운영 콘셉트와 차별화된 서비스로 호텔업계 틈새 시장을 빠르게 장악하고 있다. 갤러리를 연상시킬 정도로 진귀한 예술품을 전시하는 등 다양한 볼거리를 제공해 커플 여행자나 아이들을 둔 가족 단위 여행객들에게 어울리는 숙소다.

레저를 즐기는 활동적인 가족 여행자… 리조트

리조트는 대부분 워터파크와 다양한 편의 시설을 보유하고 있어서 가족 단위의 여행객이나 친구들의 우정 여행에 어울리는 곳이다. 활기찬 분위기를 즐기면서 여행 분위기를 만끽할 수 있다. 아이들을 위한 프로그램이 다양해 요리 프로그램을 통해 전통 요리를 배우거나 프라이빗 해변과 수영장, 골프 퍼팅장 등 피트니스 센터가 제공되는 곳이 대부분이다.

외국인 친구 만들고 싶은 여행자... 호스텔

호스텔은 여행객들이 자연스럽게 만남의 자리를 갖는 최적의 장소다. 해외 호스텔들은 대부분 부엌이 따로 마련돼 있어서 여행객들이 직접 음식을 만들어 공유하고 술을 마시며 친해질 수 있다. 여행 정보도 교류하고 일정과 마음이 맞는 친구들과는 다음날부터 함께 여행을 시작하기도 한다. 남녀 혼숙의 도미토리 형식도 많으며, 밤 늦게까지 파티를 할 수 있는 분위기여셔 자유 여행객들의 낙원이라고 불린다.

긴 여행에 지쳐 한식을 먹고 싶은 여행자… 한인 민박

한인 민박의 가장 큰 장점은 한국말이 통한다는 것이다. 여행지를 돌아다니며 받은 스트레스를 한국인과 수다를 떨며 풀 수 있다. 한인 민박은 한식을 제공하기 때문에 현지 음식이 입에 맞지 않을까 걱정이 되는 여행객들도 한인 민박을 찾는다. 한국인들끼리 여행 정보를 공유하고 한국에 돌아와서도 인연을 이어갈 수 있는 장점이 있다. 특별한 곳을 제외하고 한인 민박은 대부분 밤 10~11시에 소등된다. 밤새 놀 수 있는 호스텔과 달리 조용한 분위기이기 때문에 긴 일정에 지치거나 소란스러운 분위기를 피하고 싶은 여행객에게 안성맞춤이다.

여행지의 집을 내 집처럼 편안하게 사용할 수 있는 에어비앤비가 뜨고 있다. 사진=에어비앤비 홈페이지 캡처.

현지의 일상을 피부로 느끼고 싶은 여행자… 에어비앤비

현지인의 집을 렌탈하는 방식으로 현지의 집을 체험하는 재미가 있다. 내 집처럼 편안하게 모든 시설을 사용할 수 있지만 동네가 유명 관광지와 동떨어져 있거나 호스트가 친절하지 않을 경우 여행을 망칠 수 있으므로 유의해야 한다. 숙박 공유 서비스인 에어비앤비(Airbnb)의 가장 큰 장점은 호스트를 직접 만나 인사를 하고 현지 여행의 팁을 들을 수 있다는 점이다. 여행업계 관계자는 "여행자가 직접 숙소를 택할 땐 홈페이지의 사진을 맹신하지 않는 것이 좋다. 무조건 저렴한 숙소를 찾는 것보다 와이파이를 제공하는 곳인지, 조식은 챙겨주는지 꼼꼼하게 확인하는 것이 필수"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가격이나 위치, 이용가능한 시설에 따라 자신에게 맞는 숙소가 달라질 수 있다. 대부분의 호스텔, 민박, 에어비앤비 사이트는 직접 사용한 이용자들의 후기가 많은 편이니 참고하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배낭여행 하는 할아버지, 럭셔리 호텔에서 힐링하는 청년

여행전문업체 인터파크투어는 2014년 1월부터 2015년 3월까지 실제 체크인을 한 예약 중 1박당 비용이 50만원 이상인 호텔을 대상으로 연령대별 평균 결제 금액을 조사한 결과를 공개했다. 조사 결과에 따르면 연령대별로 50대가 63만 7,410원으로 가장 높았고, 40대 63만 2,440원, 30대 61만 80원, 20대가 60만 4,880원 등 연령이 높을수록 평균 결제 금액도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한편 상위 10곳의 럭셔리 호텔을 찾은 여행객들의 연령대를 살펴보면 30대가 52%로 과반수 이상을 차지했다. 이어 20대(21.4%), 40대 (19.7%), 50대 이상(6.9%) 순으로 조사됐다. 인터파크투어 관계자는 “20~30대 등 젊은 연령대에서 럭셔리 호텔을 이용하고자 하는 수요가 많으나 이들은 호텔 내에서도 저렴한 방을 선호하는 편이고, 비교적 저렴하게 이용할 수 있는 할인쿠폰 등을 적극 활용해 예약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사진=발리 아야나 리조트

20대의 숙소가 고급스러워진 만큼 60세 이상 실버 세대의 숙소 선택 스타일도 변했다. 몇해 전까지만 해도 실버 세대에게 여행이란 자녀가 보내주는 효도관광이 전부였다. 여행지도 자녀가 추천한 곳으로 떠나는 것이 대부분이었다. 저가의 관광을 통해 '비행기 한번 타보는 것'이 목적인 여행이 주를 이뤘다. 최근에는 다양한 매체를 통해 입소문을 들은 실버 세대들이 직접 가고 싶은 여행지의 숙박업체를 골라 문의하는 경우가 크게 늘었다. 인터파크투어는 지난해 5월 '가정의 달 선물'이라는 주제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여행(38.4%)이 가장 받고 싶은 선물로 꼽혔다. 여행사의 한 관계자는 "여행지와 일정, 숙소 등을 부모 세대가 직접 선택하고 자녀들은 비용만 대는 방향으로 트렌드가 바뀌었다"고 전했다.

해외 여행 예약 대행 업체 맹신은 금물

지난 여름 말레이시아로 여행을 떠난 20대 남성인 김씨는 여행 마지막 날 해외 유명 호텔 예약 사이트를 통해 숙소를 예약했다. 지도를 아무리 살펴도 예약한 숙소를 찾을 수 없었다. 수십 통의 전화 끝에 겨우 찾은 해당 숙소에서는 안내 공지를 하지 않은 것에 대한 사과도 없었다.

호텔 예약 대행 사이트를 이용하는 사람이 늘면서 피해 사례가 급증하고 있다. 한국소비자원에 따르면 지난해 예약 대행 사이트로 인해 1372소비자상담센터에 접수된 피해 사례는 총 107건이나 됐다. 2013년 같은 기간 접수한 41건에 비해 두 배 이상 증가한 수치다. 피해 유형별로는 계약 취소 시 지급한 예약금에 대해 환급을 거절한 경우가 71%(76건)로 가장 많았다. 해외 호텔을 예약했는데, 알고 보니 해당 숙소가 없어졌거나 엉뚱한 숙소가 예약된 사례도 있었다. 연령별 피해 상담 건수는 30대 34건(31.8%), 20대 25건(23.4%), 40대 7건(6.5%) 순이었다. 남녀 비율은 남성 57명(53.3%), 여성 50명(46.7%)으로 남성이 조금 더 많았다.

한국소비자원 관계자는 "최근에는 출장을 갈 때에도 회사에서 지정된 숙소보다는 직접 호텔 사이트를 통해 예약할 정도로 개별 숙소 예약자가 급증하고 있다"면서 "이용객이 늘면서 피해 사례도 늘고 있기 때문에 유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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