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발생 지역 및 병원명 비공개 원칙 고수 중

경기 화성시 금곡초교 메르스 관련 첫 휴업

사진=연합뉴스TV 방송화면 캡처
[데일리한국 이민형 기자]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에 대한 공포가 확산되는 가운데 시중에서는 메르스 환자가 머문 병원과 이 병의 발생 지역에 대해 궁금증이 커지고 있다. 특히 사망자가 발생하고 3차 전염 환자마저 발생하자 사이버상에서는 메르스 관련 지역에 대한 근거없는 소문마저 나돌고 있다. 여기에다 한국인 메르스 확진자가 건너갔던 홍콩이 우리 정부에 '메르스 환자가 다녔던 한국 병원 이름을 대중에 공개할 필요가 있다'며 명단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져 보건 당국이 공개 여부를 놓고 고민 중이지만 아직까지는 비공개 원칙을 고수하고 있다.

보건당국 관계자는 2일 "발병 지역과 병원을 밝히면 주민들 사이에서 공포와 걱정을 키울 수 있고, 해당 병원에 불필요한 낙인이 찍히면서 환자들이 내원을 꺼리는 등 피해가 나타날 수 있다"며 비공개 이유를 밝혔다. 여기엔 메르스 환자를 당국에 신고해야 할 병원들이 경영상 피해 때문에 환자 입원·내원 사실을 숨겨 방역망에 구멍이 생긴다는 우려도 포함돼 있다.

이와 관련 권준욱 중앙 메르스중앙대책본부 기획총괄반장은 지난달 31일 브리핑에서 "미국 같은 선진국에서도 전염병 확산 시 일부 예외를 제외하고 (지역이나 병원명을) 구체적으로 밝히는 경우가 많지 않은 것으로 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반론도 만만치않다. 메르스가 환자 25명에 3차 감염자까지 나오는 등 확산에 속도가 붙은 만큼, 지역과 병원을 공개해 해당 지역 사회가 적극적으로 확산 방지 및 감염 예방 대책을 세울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또 카카오톡 등 SNS(사회관계망서비스)를 통해 출처가 불명확한 메르스 발병 지역 및 병원 명단이 대거 도는 만큼 투명한 정보 공개가 불안감 해소에 더 도움이 된다는 얘기다.

정부가 메르스와 관련된 '유언비어'를 엄중히 단속하겠다고 밝혔지만, 전염병 위험 지역을 가장 궁금해할 수밖에 없는 대중의 현실을 무시하는 처사라는 비판도 있다. 외국의 공개 압박도 골칫거리다. 한국인 6명을 포함해 19명의 메르스 감염 의심자를 격리한 홍콩은 우리 정부 측에서 한국 발병 병원 명단을 요구해 이를 자국민에 공개하는 안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홍콩 당국이 우리 측에서 병원 명단을 받아 공표한다면, 이 정보가 한국으로 재유입돼 비공개 원칙이 무용지물이 될 수 있다. 현재 국내 웹사이트와 SNS에서는 '000 지역에 가는 것을 특히 조심해야 한다' '병원에 갔더니 메르스 발병 의료기관 명단을 보여주며 내원 여부를 물었다' 는 등의 게시물이 대거 돌고 있다.

메르스는 2012년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최초 확인된 바이러스성 호흡기 질환으로, 치료제나 백신은 없지만 건강한 사람은 걸려도 자연 치유될 수 있다. 메르스는 애초 병의 위력이 비슷한 전염병인 사스(SARS)에 비해 약한 것으로 알려졌으나 한국에서는 환자 2명이 숨지고 3차 감염까지 발생해 대규모 확산이 일어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한편 메르스 우려에 따른 학교 차원의 휴업이 이날 처음으로 이뤄졌다. 경기도교육청에 따르면 화성시 금곡초등학교는 메르스에 감염된 첫 번째 환자와 접촉했다가 처음 메르스로 숨진 병원 소재지의 초등학교다. 이에 따라 학교 측은 예방 차원에서 이날부터 5일까지 4일간 휴업에 들어갔다.

금곡초등학교는 이날 홈페이지 공지글과 학부모들에게 보낸 문자 메시지를 통해 “메르스 확산에 따른 학부모들의 불안이 높아져 운영위원회에서 2~5일 휴업하기로 결정했다”고 알렸다. 전날엔 가정통신문을 통해 ‘메르스 질병 정보 및 감염예방 수칙’을 공지하고 “학부모들은 꼭 확인한 후 메르스가 발생하지 않도록 적극적 협조를 부탁한다”고 덧붙였다.

저작권자 © 데일리한국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