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여행 트렌드 ③ 대형 항공사 대결]

가격 경쟁력 무기로 기세 높이는 저가 항공사와 외국 항공사들

대형 항공사들, '프리미엄 서비스'와 취항 도시 확대로 차별화

'문화 전도사' 기내식… 한식부터 저염식·채식 메뉴까지 다양화

사진=대한항공(왼쪽), 아시아나항공 제공
[데일리한국 이민형 기자] '어떤 버스를 타시겠습니까?' 지난해 여름 대한항공은 이같은 제목으로 광고를 게재했다. 광고 속에는 사람들이 빼곡히 앉아 있는 380번 버스 그림과 비교적 널찍한 공간에 사람들이 편하게 앉아 있는 380번 버스 그림 사이로 '세계에서 가장 적은 407석의 대한항공 A380이 더 편안하고 편리하게 모시겠습니다'라는 문구가 삽입돼 있다. 대항항공은 '하늘을 나는 호텔'이라 불리는 세계 최대의 A380 여객기의 좌석 수가 아시아나항공보다 88석 적고 그만큼 자리가 넓다는 것을 강조하며 공격적인 홍보에 나선 것이다.

여객 수는 대한항공·아시아나·제주항공·중국남방항공 순

가격 경쟁력을 무기로 기세를 높여가는 저가 항공사와 외국 항공사 사이에서 국내 대형 항공사들의 경쟁이 더욱 치열해지고 있다. 인천공항공사 자료로 올해 1월부터 4월까지 인천공항을 통해 출입한 여객수를 보면 대한항공 이용자는 513만4,575명, 아시아나항공 이용자는 388만8,135명이다. 이어 제주항공(67만1,831명), 중국남방항공(57만2,928명), 진에어(55만6,548명), 중국동방항공(51만1,880명) 홍콩의 케세이퍼시픽항공 (41만2,834명), 중국국제항공(39만5,131명), 타이항공(32만2,395명), 이스타항공(25만5,387명), 티웨이항공(25만3,716명), 필리핀항공(25만3,337명), 베트남항공(24만6,551명) 순이다. 그 외 미국의 델타항공은 11만8,049명, 독일의 루프트한자는 9만1,837명이 탑승했다. 국내 대형 항공사들이 아직까지는 외국 항공사에 비해 이용률이 월등히 높지만 항공업계 관계자들은 "국내 항공 시장에서 외국 항공사의 입지가 점차 넓어지는 추세"라고 입을 모았다.

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은 이미 저가 항공사들에게 중·단거리 수요를 내어준 상황이다. 지난달 국내 대형 2개 항공사의 여객 점유율은 46.9%였고, 그 외 5개 저가 항공사(제주항공·진에어·에어부산·티웨이항공·이스타항공)가 53.1%를 차지했다. 대형 항공사들은 초대형기를 들여오며 장거리 중심의 운항에 더욱 집중하고 있다.

사진=대한항공 제공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이 장거리 경쟁 중심에는 A380기가 있다. 에어버스가 제작한 A380은 72.7m, 너비 79.8m, 한 대 당 가격은 4억 390만 달러(약 4,650억 원)로 대형 항공기 시장을 독점해 왔던 보잉747의 대항마라고 할 수 있다. 지난해 대한항공은 A380 10대를 도입했고, 아시아나항공 역시 지난해부터 매년 2대씩 3년 간 총 6대를 들여올 예정이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이 비용 문제로 저가 항공사들이 쉽게 들여오지 못하는 장거리 노선 확대를 위해 대형기를 점차 늘려가는 추세"라고 밝혔다.

대형 항공사들은 대형 여객기 내 프리미엄 서비스 차별화에 역점을 두고 있다. 대한항공 A380 여객기는 전 세계 항공사 중 최초로 2층 전체를 비즈니스석으로 운영한다. 기내에서는 면세점, 바(Bar) 등의 부대시설을 이용할 수 있다. 대한항공은 이달 B777 프리미엄 좌석의 인테리어를 바꿔 옆으로 밀고 닫을 수 있는 문을 장착해 공개하기도 했다. 이 외에도 개인용 옷장을 갖추고 이전보다 훨씬 섬세하고 은은한 조명도 설치하는 한편, 소음도 대폭 줄여 편안함은 물론 격조 있는 분위기까지 갖추고 있다.

대형 항공사들, '프리미엄 서비스'로 저가 항공사와 차별화

아시아나항공도 지난 2012년 B777에 국내 최초로 슬라이딩 도어가 장착된 일등석 '퍼스트 스위트'를 도입했다. 호텔의 스위트룸을 구현한 퍼스트 스위트는 승객이 도어를 자유롭게 여닫을 수 있도록 돼 있으며, 신선한 실내 공기 유지를 위한 별도의 통풍구도 마련돼 있다. 퍼스트 스위트는 아시아나 A380에도 설치되며 호평을 받고 있다. 아시아나는 이 밖에도 프리미엄 좌석에 국내 항공업계 최대 크기의 32인치 HD 개인 모니터를 장착하고 화장실의 경우 환복이 가능할 정도로 공간을 넓혔다.

외국 항공사들은 비즈니스와 이코노미석의 중간에 해당하는 '프리미엄 이코노미석'으로 맞서고 있다. 해당 좌석은 이코노미석보다 좌석이 넓고 편안하면서도 비즈니스석보다 가격이 저렴하다는 것이 특징이다. 독일 루프트한자는 지난해부터 인천과 독일을 오가는 프랑크푸르트 노선, 에어캐나다는 올해 3월 인천과 밴쿠버를 오가는 노선을 다니는 보잉787에 프리미엄 이코노미 좌석제를 도입했다. 핀란드 국영 항공사인 핀에어도 지난해 말부터 대륙을 넘나드는 모든 항공편에 프리미엄 이코노미석을 적용했고, 싱가포르항공도 올해 8월부터 프리미엄 이코노미석을 시작한다고 밝혔다.

사진=아시아나항공 제공

늘어나는 항공 여객…대형항공사 취항 도시 늘리며 경쟁력 확보

중국과 동아시아에서 한국을 찾는 관광객들이 많아지며 매년 항공기의 여객 수는 늘고 있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지난해 항공 여객은 전년보다 11% 상승해 8,000만 명을 돌파했다. 원화 강세, 유류할증료 인하, 대체휴일제 시행 등 이유는 많지만 전문가들은 무엇보다 저가 항공사의 역할이 컸다고 말한다.

대형 항공사들은 취항 도시를 늘리는 방법으로 경쟁력을 갖추며 저가 항공사를 견제하고 있다. 취항 도시는 현재 대한항공이 아시아나항공보다 많은 편이다. 5월 기준으로 대한항공은 국내선 12도시, 국제선 46개국 128개 도시에서 여객기를 운항 중이고, 아시아나항공은 국내선 11도시, 국제선은 24개국 75개 도시를 연결하고 있다. 아시아나항공은 6월 말 인천과 이탈리아를 오가는 직항 노선을 취항할 계획이다. 이미 대한항공도 로마 구간 직항편을 운항하고 있어서 두 항공사 간의 더욱 치열한 경쟁이 예상된다.

대한항공의 경우 중국 노선 확장에 열을 올리고 있다. 올해 3월에 인천과 허페이, 5월 인천과 난닝, 제주와 구이양 직항 노선을 취항했으며, 6월 대구와 선양 직항 노선까지 운행할 예정이어서 올해만 4개의 중국 노선을 새로 만들었다. 대한항공에 비해 국제선 중에 단거리 비중이 높은 아시아나는 로마 외에도 미주나 유럽 지역에 장거리 노선을 추가 취항해 사업을 확장할 계획이다.

사진=대한항공 제공

'문화 전도사' 자처하는 기내식…한식·저염식·채식 메뉴 등 '다양화'

비행기를 탈 때 빼놓을 수 없는 즐거움은 기내식이다. 기내식은 단순히 먹는 음식을 뛰어 넘어 외국인의 국가 평가에 결정적 영향을 주는 '문화 전도사' 역할을 하고 있다. 항공사들이 기내식 개발에 엄청난 비용을 들이며 열을 올리는 이유이기도 하다.

아시아나항공은 지난 2006년부터 퍼스트 클래스에서 기내 쉐프 서비스를 시작했고, 2008년부터는 승무원 쉐프로 구성된 특화팀이 기내 쉐프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특히 한식의 정통성을 추구하고자 궁중음식연구원과 업무 제휴를 통해 퍼스트 클래스에 한식 궁중 정찬을 내놓아 높은 호응을 얻기도 했다.

채식이나 저염식을 하는 고객들도 배려하고 있다. 아시아나항공은 기내식 메뉴에 칼로리를 표기하는 한편 소화가 잘되는 저칼로리 묵밥·뽕잎 국수·김치를 활용한 기내식 등 다양한 메뉴로 호평을 받고 있다.

대한항공은 기내식 부문에서 비빔밥을 최초로 개발해 1998년 업계 최고 권위의 '머큐리상'을 수상한 바 있다. 한식 정찬 코스(항정살 묵은지찜, 연어만두 등)를 비롯해 영양밥, 동치미국수, 갈비찜, 불고기 덮밥, 곤드레밥 등 지속적으로 한식 메뉴를 선보이고 있다. 대한항공 역시 저염식이나 채식을 별도로 주문할 수 있다.

대형 항공사들은 와인 선정에도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아시아나항공의 와인 서비스는 세계 소믈리에 챔피언이 포함된 유명 소믈리에들로 구성된 와인 컨설턴트 그룹이 블라인드 테이스팅을 통해 와인을 선정하고 있다. 대한항공의 경우 2013년부터는 전 세계 와인 애호가들의 극찬을 받고 있는 페리에주에 샴페인 4종을 프리미엄 좌석에 서비스하고 있다.

기내식 외에도 대한항공은 삼각김밥과 컵라면 등을 제공하기도 한다. 아시아나항공은 좌석 사이 공간이 좁은 일반석의 경우 뜨거운 국물로 인한 안전 문제가 발생할 우려가 있어서 비즈니스석 이상에서 라면을 요청할 경우 제공하고 있다.

사진=아시아나항공 제공

마일리지 적립부터 모바일앱까지… 강화되는 서비스

이제는 애플리케이션(앱)을 통해 항공기를 예약하고 수속까지 밟는 승객들이 늘고 있다. 대한항공은 앱을 통해 항공권 예매와 좌석 배정은 물론, 마일리지 관련 서비스까지 제공하고 있다. 특히 모바일 카드를 제공하기 때문에 무인탑승 수속기를 통해 빠르고 쉽게 수속을 밟을 수 있고, 리무진 시간표와 공항 정류장 등의 위치 정보도 제공한다.

반면 아시아나항공 앱은 예매 및 일정 조회 등 기본적인 서비스만 제공하고 있다. 이 밖에 회원 전문 메뉴, 마일리지 예매 메뉴가 별도로 구분되어 있으며 기내 면세점 쇼핑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지만 대한항공 앱에 비해서 다양성이 떨어지는 편이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은 모두 마일리지 적립 제도를 운영 중이다. 항공권을 구매하거나 제휴 카드를 사용할 때마다 쌓인 마일리지로 무료 항공권이나 좌석 업그레이드 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 것이다. 그러나 대한항공의 마일리지 적립률은 아시아나항공보다 좋지 않다. 대한항공은 1,500원을 쓸 때마다 1마일을 적립해주는 반면 아시아나항공은 1,000원당 1마일이 적립된다.

비행기 좌석 중에서 마일리지 항공권으로 사용할 수 있는 좌석 수에는 제한이 따른다. 이로 인해 주말이나 연휴 등 성수기에는 마일리지 항공권을 확보하는 것이 사용이 쉽지 않다. 대형 항공사 관계자는 "마일리지 항공권 좌석이 제한된 것은 사실이지만 가능한 좌석 수를 밝힐 수는 없다"면서 "마일리지 항공권의 취지 자체가 항공 수요가 적을 때 무료 항공권을 제공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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