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고풍 의류·신발 제품 판매 늘어
"젊은 소비자들이 '새롭고 특별한 것'으로 인식한 영향"

패션 업계에도 복고 바람이 불고 있다. 사진=TBJ 제공
[데일리한국 신수지 기자] 8090 복고 바람이 방송을 넘어 패션 업계까지 강타하는 모양새다. 촌스럽게만 여겨졌던 '청청패션', 통 넓은 바지가 다시 거리로 나오는가 하면, 과거 유행했던 패션 브랜드, 운동화 제품들도 최근 새롭게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온라인 쇼핑몰 AK몰에 따르면, 지난 1월 한 달간 복고 패션 아이템의 매출 증가세가 두드러졌다. 유행이 한참 지나 옷장 신세를 면치 못했던 일명 ‘떡볶이 코트’인 더플코트의 매출은 1억 4,000만원 이상의 매출을 올리며 전년 동기 대비 무려 195배나 신장했다. 또 상·하의에 모두 데님 의류를 착용하는 '청청패션'이 부활하면서 데님재킷 매출 역시 전년대비 15배 신장했다.

옥션도 올해 초 한 달간 판매 동향에서 복고풍 여성 의류 판매가 전년 동기 대비 크게 늘었다. 배기ㆍ카고ㆍ오버롤 청바지 판매는 773% 신장했으며 통ㆍ와이드 바지는 136%, 빈티지ㆍ구제진은 55% 증가했다. 패션업계 관계자는 "최근 복고 패션에 관심을 갖는 젊은 층이 늘어나면서 스키니진 대신 청재킷과 통이 넓은 바지 등으로 구성된 '청청패션' 제품 등을 진열해 놓는 매장이 많아졌다"며 "관련 제품 출시도 봇물을 이루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유니클로는 몸에 딱 달라붙는 스키니진과 달리 남자친구 옷장에서 꺼내 입은 것처럼 편안하다는 의미의 ‘보이프렌드 진’ 스타일의 제품을 신상품 진열대에 올렸고, 패션지나 자체 화보를 통해 청청패션을 선보이는 정통 청바지 브랜드 업체들도 속속 등장하고 있다. 과거 '서태지와 아이들'의 멤버가 입어 1990년대 중후반 젊은 층에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던 패션 브랜드 ‘보이런던’도 새롭게 부활했는데, 최근 이마트몰에 입점하면서 높은 성과를 냈다.

뿐만 아니라 나이키, 아디다스 등 유명 브랜드들이 1980~90년대 유행했던 운동화들을 다시 내놓으면서 운동화 업계에도 복고 바람이 불고 있다. 이렇게 출시된 운동화를 '레트로 운동화'라 부르는데, ‘레트로(Retro)’란 복고주의를 지향하는 패션 트렌드로 회상·회고·추억이라는 뜻의 영어 ‘Retrospect’의 준말이다.

패션 전문 쇼핑몰 아이스타일24에 따르면, 지난 2월 1일부터 26일까지 레트로 운동화 판매량이 전월 대비 200% 신장한 것으로 나타났다. 1980년대에 전성기를 누렸던 '아디다스 오리지널 슈퍼스타'는 판매량이 전월보다 무려 710% 상승했다. 국내에서는 올해가 제2의 전성기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다. 1994년 출시 당시 운동화 끈을 없애 인기를 끌었던 리복의 '인스타펌프 퓨리 오리지널‘도 판매량이 전월보다 67% 상승했고, 지난해 출시 30주년을 맞은 '나이키 페가수스 83'의 판매량도 전월보다 50% 올랐다.

놀라운 점은 레트로 운동화를 주로 구매한 세대가 80~90년대 향수를 가지고 있는 3040 세대가 아닌 2030세대 젊은 층이었다는 것이다. 레트로 운동화 구매자 중 전체의 73%를 차지한 연령대가 다름 아닌 20~30대였다.

패션업계 한 관계자는 "최근 패션 업계에 불고 있는 복고 열풍은 80~90년대 젊은 시절을 보냈던 이들이 소비 주도층으로 성장해 '추억 소비'를 하는 덕분도 있지만, 당시 유행을 몰랐던 젊은 세대들이 복고 문화를 '새롭고 특별한 것'으로 받아들인 영향도 크다"고 설명했다. 특히 복고 패션이 최근 젊은 층 사이에서 인기인 '놈코어(Norm-Core)' 패션 트렌드와 맞아 떨어진 덕택이 컸던 것으로 분석된다.

놈코어란 노멀(Normal)과 하드코어(Hardcore)의 합성어로, 편안함을 추구하면서도 은근한 멋을 드러내는 패션 트렌드를 일컫는 신조어다. 업계 관계자는 "청재킷이나 통이 넓은 바지, 깔끔한 디자인의 운동화 등 복고 패션 상품들은 편안하지만 개성을 드러낼 수 있는 제품이라 놈코어를 추구하는 20~30대 젊은 층의 취향과도 잘 맞는다"고 말했다. 업계는 각종 미디어를 타고 복고 관련 콘텐츠 생산이 지속적으로 이루어지면서 이 같은 트렌드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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