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패션 대결 ⑳ 여성 구두]
하이힐에서 굽 낮은 신발로… 여성 사회 진출 확대로 격식 벗고 실용 신는다
금강·탠디·코오롱 등, 개성 강한 고객 겨냥한 '맞춤형 신발' 제조 경쟁 치열

편리한 신발이 대세로 떠오르면서 굽 낮은 신발의 인기가 높아지고 있다. 사진=코오롱FnC 슈콤마보니
[데일리한국 동효정 기자] 6~7년 전 가수 서인영이 구두를 너무 좋아한 나머지 구두를 "아기"라고 지칭하며 '신상'에 눈독 들이는 모습이 여자들의 무한한 공감을 샀다. 신상품을 좋아하는 여성이라는 뜻의 '신상녀'가 구두로 한정되며 구두를 애지중지하는 서인영의 캐릭터는 큰 인기를 얻었고 여성들의 '킬힐' 사랑도 커져만 갔다. 당시에는 평범한 직장 여성들이 10cm가 넘는 킬힐을 신고 서울 광화문이나 종로 일대 울퉁불퉁한 보도와 횡단보도를 걷는 모습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었다. 명품도 가세했다. 프라다뿐 아니라 단정한 스틸레토 힐(뒤축이 아찔하게 높은 구두)로 유명한 구찌, 보수적인 페라가모조차 아슬아슬한 높이의 킬힐을 내놓았다. 금강, 레노마 등 국내 구두 브랜드도 10cm가 넘는 아찔한 구두 신상품을 속속 선보였다.

다양한 종류의 여성 구두. 사진=탠디

10cm 킬힐에서 스니커즈로 내려오는 여인들

최근 여성의 사회 진출이 활발해지고 건강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굽이 낮은 구두를 찾는 여성이 늘고 있다. 주5일 근무가 확대되면서 주말에 편하게 신을 수 있는 캐주얼 구두도 인기다. 요즘 봄을 맞아서도 직장과 거리에서 하이힐 보다는 스니커즈(밑창이 고무로 된 운동화의 일종)를 신은 여성들을 많이 볼 수 있다.

신세계백화점이 지난해 상반기(1∼6월) 여성 구두 매출을 분석한 결과 2013년 10% 미만에 그쳤던 3∼5cm의 낮은 굽 비중이 40%까지 높아졌다. 롯데백화점은 발레리나 슈즈와 모양이 비슷한 ‘발레슈즈’ 등 굽이 거의 없는 단화의 매출이 1년 사이에 20∼30% 늘었다고 밝혔다.

코오롱 인더스트리의 슈콤마보니는 아예 스니커즈 중심의 신규 라인인 슈퍼콤마비를 내놓았다. 슈퍼콤마비는 스니커즈가 40% 비중을, 티셔츠와 액세서리가 각각 30%를 차지한다. 운동화와 티셔츠 등 기본 상품 외에도 여행용품, 반려동물 액세서리, 문구류와 다양한 생활용품 아이템도 선보인다. 이러한 특징을 살린 슈퍼콤마비는 불황에도 불구하고 승승장구하고 있다. 지난해 40개 매장에서 전년보다 2배 이상 상승한 450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올해는 매출 600억원을 목표로 하고 있다.

금강제화도 굽 높이가 3∼5cm로 낮은 여성 구두 매출이 지난해보다 20% 늘어났다. 특히 지난 9일 금강제화가 발표한 봄 정기 세일 1주차 여성 신발 판매 결과에 따르면 3cm 이하의 굽이 낮은 신발 판매량이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26%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출근길이나 격식 있는 자리에 정장과 함께 착용하는데 적합한 가죽 소재의 스니커즈는 일부 모델 완판으로 인기를 증명하기도 했다.

금강제화 관계자는 "굽이 낮은 구두 디자인도 하이힐 못지 않게 화려해져 활동성이 많은 20, 30대 직장 여성들에게 인기가 높다"면서 "하이힐(굽이 높은 구두)을 고집하던 젊은 여성들이 건강에 많은 관심을 가지면서 발의 피로를 줄이고 멋을 낼 수 있는 굽이 낮은 구두나 슬립온 타입의 신발을 많이 찾는 추세"라고 말했다.

캐주얼 차림이 유행하면서 여성 구두 또한 정장에서 활동성을 강조한 신발이 인기를 끌고 있다. 사진=금강제화 제공

금강·탠디·코오롱 등, 개성 살린 '맞춤형' 구두 제조 경쟁

여성 구두의 인기가 주춤하고 기성화로서의 매력이 떨어지자 금강제화는 비제바노를 수제화 전문 브랜드로 내놓았다. 매장에서는 고객 개개인의 취향과 필요에 따라 맞춤이 가능한 ‘비제바노 꾸뛰르'(VIGEVANO Coutre)를 통해 세상에 하나뿐인 나만의 슈즈를 맞출 수 있다. 매장에 상주해 있는 여성 슈즈 마스터의 도움을 받아 구두 디자인부터 외피·내피·밑창·굽 등의 컬러와 소재, 패턴, 장식 등 세세한 디테일까지 취향에 따라 마음대로 고를 수 있다. 총 1,400만 가지의 디자인 조합이 가능하며 수제화 작업 25년 이상 베테랑만 이 작업에 참여한다고 한다.

주문부터 제작까지는 10일에서 길게는 20일이 걸린다. 39만9,000원부터 159만9,000원이라는 다소 비싼 비용을 지불해야 하지만 구매력이 있는 젊은이들과 개성을 중시하는 트렌드에 맞춰 인기를 끌고 있다는 것이 회사 측의 설명이다. 특히 최근에는 한국을 방문한 중국인들이 비제바노 매장에서 자신만의 고급 슈즈 제작을 주문하고 완성된 제품을 중국 현지에서 받아보는 사례도 많다.

금강제화는 이 같은 비제바노의 성장세에 맞춰 올해에는 비제바노 라인의 디자인을 다양화하고, 해외 유명 브랜드의 드레스 스니커즈 등 캐쥬얼 라인을 적극적으로 도입할 계획이다.

국내 여성 구두 '빅3' 브랜드 중 하나인 탠디 역시 고객 맞춤 서비스로 젊은 층의 인기를 주도하고 있다. 소비자들은 가격이 좀 더 비싸더라도 자신이 원하는 제품에서 특별함을 느낀다. 고객의 취향에 맞춘 탠디의 ‘오더메이드'(order-made)가 강세를 이어가는 것도 이러한 이유 때문이다.

이미 출시된 상품도 고객이 요청하면 가죽 컬러에서부터 발볼 치수, 굽 높이까지도 맞춤형으로 변경해준다. 기성품을 구매하기보다는 조금이라도 자신의 발에 맞춰 변경한 후 구매하기를 원하는 고객이 늘어나면서 탠디의 서비스는 더욱 빛을 발하고 있다.

코오롱 FnC는 2013년 디자이너 슈즈 브랜드로 수제 구두를 생산하는 슈콤마보니와 계약을 맺었다. 슈콤마보니의 매출액은 2013년 250억원에서 지난해 450억원으로 늘어나면서 80%나 성장했다. 같은 디자인으로 대량 생산된 기성화에 비해 가격은 30%가량 높지만 감각 있는 색상과 독특한 디자인으로 젊은 여성 사이에서 호응을 얻고 있다.

개성을 강조한 수제화 전문 브랜드들이 여성들이 사랑을 받고 있다. 사진=금강제화 비제바노 매장

스틸레토힐·스파이크힐·루이힐… '굽'의 변화, 부속품에서 디자인으로

여성 구두의 가장 큰 변화는 굽이다. 최근 나들이 패션은 물론 다양한 오피스룩에서도 하이힐은 좀처럼 찾아보기 힘들다. 3~5cm의 낮은 굽에도 활동하기 편한 통굽이 유행이다. 편안한 매력에 푹 빠진 여성들이 날로 늘어나면서 운동화 형태 슈즈부터 매력적인 스틸레토힐 마저도 미들 굽이 대세로 떠올랐다. 이에 발맞춰 다양한 브랜드에서도 트랜드에 맞는 제품을 출시하며 활동적이고 스포티한 감성을 더하고 있다. 개성과 편안함을 강조하면서 구두 굽은 더이상 부속품이 아니다. 화려한 색상·디자인, 다양한 크기·모양 등으로 자신의 존재를 드러내고 있다.

구두 굽을 주목하기 시작한 것은 킬힐이 유행했던 때부터다. 굽이 10㎝를 넘어서자 높이 경쟁에 한계가 있다 보니 구두 굽에 보석을 박아 넣거나, 두께를 다르게 하거나, 신발 메인 색과는 다른 재질·색상을 사용하는 등 여러 가지 변화가 시도됐다. 10㎝ 킬힐이 유행할 당시에는 부러질 듯 가는 스파이크힐이 주류였다. 굽 전체 혹은 굽의 절반만 은·금색 금속으로 세련미를 더했다. 큐빅으로 장식한 디자인도 속속 선보였다. 2~3년 전부터 유행한 부티(목이 단화보다는 길고 장화보다는 짧은 구두), 겨울용 부츠와 잘 어울리는 굽이었다.

정장 구두 등에 가장 일반적으로 쓰이는 굽은 루이힐이다. 프랑스의 루이 15세가 즐겨 신은 데서 유래했다. 힐과 구두 바닥이 자연스러운 곡선으로 이어진다. 원뿔을 거꾸로 세워 놓은 모양의 굽은 큐반힐이라고 하며, 플랫힐은 학생 단화 등에서 볼 수 있는 1∼3㎝의 넓적한 굽을 말한다. 웨지힐은 옆에서 보면 삼각형으로, 발바닥 안쪽의 아치 부분까지 막혀 있는 것이다. 여름철 샌들에서 많이 볼 수 있으며, 굽이 높아도 구두 바닥 전체가 몸무게를 든든히 받혀줘 편하다. 이밖에 앞발바닥 부분에 두툼하게 밑창을 댄 플랫폼힐(가보시힐), 루이힐과 비슷하지만 낮은 프렌치힐·더치힐, 일명 ‘통굽’으로 불리는 콘티넨탈힐 등이 있다. 굽이 낮아지는 추세이지만 아직도 공식 석상이나 멋을 내는 자리에서는 여전히 하이힐을 적잖이 볼 수 있는 게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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