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패션 대결 ⑩ 스포츠웨어]

일상복으로도 무리 없는 '애슬레저 룩' 라이프스타일 웨어가 대세

남성뿐 아니라 젊은 여성들을 타깃으로 설정해 마케팅 강화

SPA·비(非) 스포츠 브랜드도 스포츠웨어 시장으로 본격 진출

아디다스의 '스텔라스포츠' 라인. 사진=아디다스 제공
[데일리한국 신수지 기자] 대학생 이민희(25)씨는 지난 가을 한 스포츠웨어 회사가 주관한 마라톤 행사에 참여했던 기억이 아직도 잊혀지지 않는다고 한다. 이씨는 "또래 친구들 사이에서 마라톤 행사에 참여하는 것이 유행이어서 나도 직접 가보니 성취감도 있고 젊은 세대들이 다같이 즐기는 분위기가 마음에 들었다"면서 "행사에 참여하면서 받은 브랜드 티셔츠를 보면 아직도 기분이 좋다"고 말했다. 즐거웠던 경험 덕분에 이 씨는 최근 스포츠 의류에 관심이 많아졌다. 이 씨는 "예전에는 쇼핑을 나가면 여성복 브랜드 옷만 살폈었는데 이제는 스포츠웨어 전문 매장에도 자주 들른다"면서 "요새는 애슬레저 룩(운동경기를 뜻하는 athletic과 여가의 의미인 leisure의 합성어로 스포츠웨어를 일상복처럼 입거나 스포츠웨어에 일상복을 함께 코디해 입는 패션)이 인기여서 가벼운 운동을 하면서도 입고 평상시에 다른 외투와 함께 코디해 입을 수 있는 제품에 눈길이 가는 편"이라고 말했다.

그간 아웃도어 열풍에 밀려 고전을 면치 못했던 스포츠웨어가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아웃도어 패션에 대한 식상함과 더불어 러닝, 사이클링, 필라테스 등 도심형 스포츠에 관심을 갖는 사람들이 많아지면서 스포츠웨어에 대한 수요도 함께 증가하고 있는 덕분이다. 특히 다이어트와 건강관리에 관심이 많은 여성들의 스포츠 활동이 많아진 것이 영향을 미쳤다. 아웃도어가 시장 정체기를 맞아 주춤한 사이 '애슬레저 룩'이 새로운 패션 트렌드로 떠오르고 있는 것도 시장에 호재로 작용하고 있다. 실제 신세계백화점의 지난해 매출 신장률은 스포츠웨어가 5.6%로 아웃도어 매출 신장률(-1.8%)보다 높았다. 롯데백화점에서도 스포츠웨어가 아웃도어·레저 의류보다 소폭 앞섰다.

각 업체들은 아웃도어 시장의 급부상으로 빼앗겼던 고객들이 서서히 회귀하고 있다는 판단에 따라 지난 몇 년 간 전무했던 신규 브랜드 론칭에 나서거나 기존 브랜드를 리뉴얼하고, 여성용 라인과 라이프스타일 웨어(일상복으로 입어도 무리가 없게 제작된 스포츠웨어)를 강화하는 등의 노력을 펼치고 있다. 현재 스포츠웨어 시장에서는 전통적인 스포츠웨어 강자인 나이키와 아디다스가 최전방에서 경쟁을 벌이고 있다. 휠라, 푸마 등은 최근 다소 주춤한 모습이지만 다양한 라이프스타일 웨어 제품을 내놓으며 경쟁력을 높이고 있다. 데상트와 뉴발란스 등 신흥 강자로 떠오르고 있는 업체들도 있다. 뉴발란스는 최근 신발에 편중됐던 매출 구조가 의류까지 확대되면서 나이키와 아디다스를 위협하기 시작했다. 데상트는 트레이닝으로 가장 이상적인 브랜드라는 평을 받으며 눈부신 약진을 거듭했다. LS네트웍스의 프로스펙스와 스케쳐스도 지속적으로 사세를 넓혀가고 있는 스포츠웨어 브랜드들이다.

스타일에 기능성을 가미한 뉴발란스의 키즈 라인 제품. 사진=뉴발란스 제공

"운동 안할 때도 입고 다니세요"… 라이프스타일 웨어가 대세

최근 애슬레저 룩을 선호하는 소비자들이 늘어나면서 각 기업들은 특정 운동에 특화된 기능성을 강조한 퍼포먼스 의류보다 운동복에 패션성을 가미한 라이프스타일 웨어에 더욱 집중하는 모양새다.

뉴발란스의 경우 최근 기능성도 뛰어나면서 스타일도 놓치지 않아 일상복 겸용으로 사용할 수 있는 어린이용 의류 및 러닝 의류를 활발히 개발하고 있다. 이달 출시되는 24HOURS 컬렉션은 초경량의 뛰어난 통기성, 야간 활동 때 빛을 반사하는 리플렉티브 기능성을 갖춘 소재로 24시간 러닝에 최적화된 상품으로 구성될 예정이다. 이 컬렉션은 케이프 등의 다양한 형태의 제품으로 구성되어 있어서 보다 맵시 있는 스타일링이 가능하다는 게 업체 측 설명이다. 뉴발란스는 사이클링 족을 위한 C-시리즈 제품도 내놓았는데, 사이클링을 즐긴 후 일상에서도 위화감 없이 즐길 수 있는 디자인을 구현하는 데 신경을 썼다. 상의에는 이어폰 고정이 가능한 절개 디자인이 되어 있어 손쉽게 음악을 즐기며 운동할 수 있도록 했다.

데상트도 스키, 야구, 사이클링 등 경쟁력이 강한 분야에서 라이프 스타일 웨어로까지 영역을 넓혀가는 중이다. 지난해에는 겨울 시즌 다양한 스포츠 활동과 함께 일상 생활에서도 입을 수 있는 네오스키다운 제품을 출시했었다. 데상트가 보유한 스키웨어에 대한 기술력을 라이프스타일 웨어에 적용한 제품이다. 이달에는 세계 3대 축구 브랜드로 꼽히는 '엄브로'를 론칭하고 상반기에 5개 매장을 열 계획이다. 이 브랜드는 정통 축구 아이템과 더불어 영국 감성을 담은 세련된 라이프스타일 상품을 동시에 선보인다.

이 밖에 프로스펙스는 올해 처음 선보인 아동용 라인을 중심으로 라이프스타일 웨어를 강화하고 있다. 야외 활동이 많은 아이들을 위한 발수, 방풍, 신축 등의 기능성은 물론, 일상복으로도 활용 가능한 세련된 디자인이 특징이다. 나이키도 최근 퍼포먼스 분야에서 개발한 기술을 라이프스타일 라인까지 확대 중이며, EXR은 최근 B.I를 교체하고 스타일과 퍼포먼스를 함께 강조한 스포츠 웨어로 변신에 나섰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스포츠웨어가 갈수록 일상 속으로 파고드는 추세”라면서 “애슬레저 트렌드를 선점하기 위해서는 스포츠웨어 본연의 전문성과 패션성을 동시에 확보해야 할 것”이라 말했다.

이와 함께 업체들은 직접 일반인들을 대상으로 한 마라톤 대회를 개최해 소비자들이 스포츠 활동에 친숙함을 갖도록 하는 노력도 기울이고 있다. 소정의 참가비를 내고 대회에 임한 사람들은 업체로부터 티셔츠, 양말 등 기념품을 받는 동시에 행사장 곳곳에서 해당 브랜드의 로고를 볼 수 있어서 브랜드 자체에도 흥미를 느끼게 된다. 나이키가 주최하는 '나이키 위 런 서울', 아디다스의 '아디다스 마라톤'이 대표적이다. 뉴발란스도 '하프마라톤-챌린지런', '컬러런', '에너지런' 등 다양한 러닝 행사를 개최해 스포츠 브랜드로서 소비자와 소통하고 있다. 이러한 러닝 행사는 20~30대 젊은이들에게 폭발적인 호응을 얻고 있다. 실제로 뉴발란스가 지난 여름 진행한 컬러런 행사는 6일 간 신청을 받을 예정이었지만 3시간 만에 접수가 조기 마감됐다.

뉴발란스가 지난해 진행한 '컬러런' 행사에 참여한 참가자들 모습.

여심 유혹 나선 스포츠웨어 업체들

업체들은 또한 건강한 생활 습관 만들기에 관심이 높은 젊은 여성들에게 초점을 맞춰 마케팅을 벌이거나 사업을 강화해 나가고 있다. 대표적인 업체가 나이키와 아디다스다.

나이키는 최근 여성들이 운동할 때 착용하기 적합한 나이키 프로 브라 컬렉션을 공개했다. 전문 운동선수들의 의견과 과학적 데이터, 작은 부분의 색상 하나까지 세심하게 신경 써 기능성과 스타일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았다는 게 업체 측 설명이다. 이 컬렉션은 개개인의 다른 체형과 기호에 맞춰 디자인과 성능을 달리한 네 가지 종류로 구성됐다. 나이키는 또한 운동 및 트레이닝을 즐기는 여성들을 위한 나이키 트레이닝 클럽 앱을 운영 중인데, 사용자들은 목적에 따라 4주 또는 1회 운동 프로그램을 선택해 앱의 지시에 따라 운동하고 식단도 관리할 수 있다. 지난해에는 서울 강남에 여성용 제품 라인을 주력으로 하는 대형 매장을 열기도 했다. 이 매장은 연면적 1,800m2(약550평)의 공간에 3층으로 구성되어 국내 스포츠 브랜드 매장 중 최대 규모를 자랑한다. 나이키는 이 곳에서 나이키 트레이닝 클럽 콘텐츠를 전문 트레이너에게 직접 배울 수 있는 행사를 매주 진행 중이다.

아디다스의 경우에는 최근 디자이너 스텔라 매카트니와 함께 젊고 활동적인 여성들을 타깃으로 한 아디다스 '스텔라스포츠' 라인을 론칭했다. 강렬한 색상과 화려한 프린트를 적용해 트레이닝부터 스트리트 웨어까지 아우르는 디자인에 아디다스 고유의 스포츠 퍼포먼스 기술력을 담은 것이 특징이다. 특히 땀 배출이 용이한 아디다스의 클라이마라이트 기술력을 적용한 탱크탑과 스포츠 브라가 눈길을 끈다. 아디다스는 현재 서울 청담동과 대치동에 여성 소비자를 위해 다양한 제품을 구비한 여성 전용 매장 ‘아디다스 우먼스 스토어’도 운영 중이다. 트레이닝, 요가, 러닝, 스텔라 맥카트니 등의 부문으로 나눠 직원들이 각 운동의 종류와 목표, 패션 취향 등을 고려한 스포츠웨어를 고객 개개인에 맞춰 추천하고 있다.

휠라도 지난해 10월 여성들을 위한 손연재 스페셜 에디션 트레이닝복을 출시해 높은 호응을 얻었으며 푸마의 경우에는 유명 팝 가수 리한나와의 협업으로 올해 중 여성 고객을 타깃으로 한 애슬레저 라인을 공개할 예정이다. 축구화, 러닝화 등 남성 취향의 패션에 집중했던 그간의 전략에서 벗어나 여성 라인을 확대해 시장 경쟁력을 더욱 높이겠다는 계획이다.

국내 패션업계도 이 같은 흐름에 빠르게 대응하고 있다. 헤드는 최근 여성들을 새로운 공략 타깃으로 삼고 에고(ego) 라인 상품들을 선보이고 있다. 에고 라인은 요가 전문가 제시카와의 협업으로 전문성을 높인 여성 스포츠 라인으로 요가 이외에도 러닝, 싸이클링 등 여성들이 즐겨하는 운동에 적합한 의류가 포함됐다. 모델로는 패션모델 한혜진을 채택해 당당하고 건강한 여성의 이미지를 더했다. 프로스펙스도 여성용 의류 라인을 지속 강화할 예정이다.

이마트가 스포츠 제품에 주력해 내놓은 SPA 브랜드 데이즈. 사진=이마트 제공

SPA·비(非) 스포츠 브랜드도 진출

최근에는 스포츠웨어 시장의 가능성을 본 SPA 업체 및 기타 패션 업체들의 진출도 활발해지고 있는 추세다. 스웨덴 SPA(제조·유통 일괄화 의류) 브랜드 H&M은 지난해 스포츠라인 'H&M 스포츠'를 정식으로 론칭하며 스포츠웨어 제품을 적극적으로 출시하기 시작했다. 타깃은 아동을 비롯한 여성ㆍ남성의 모든 연령층을 아우른다. SPA 브랜드 의류의 장점인 저렴한 가격을 바탕으로 패셔너블한 스포츠 카테고리를 개발해 소비자들을 공략하고 나선 것이다. 특히 지난해 11월에는 유명 디자이너 알렉산더 왕과의 콜라보레이션(공동 작업)을 성공적으로 선보여 애슬레저 룩의 대중화를 이끌었다는 평을 받는다. H&M은 이번 봄에도 기능성과 세심한 디자인을 고루 갖춘 러닝, 트레이닝, 아동용 제품 등을 선보였다.

이마트가 야심차게 내놓은 SPA 브랜드 데이즈도 최근 스포츠웨어 시장에 도전장을 던졌다. 요가·피트니스 등의 운동을 할 때 입는 중저가 스포츠웨어가 주력 상품인데, 대형마트가 운영하는 브랜드인만큼 전국 곳곳에 구축된 유통망이 가장 큰 강점이다. 겨울 등산바지에 쓰던 기모를 얇은 스포츠웨어에 응용하는 등 신소재 전략도 더했다. 스페인 SPA 브랜드 망고의 경우에는 지난해 가을ㆍ겨울 시즌 스포츠ㆍ란제리 라인인 '스포츠&인티메이츠'(Mango Sport&Intimates)을 내놓으며 스포츠 업계의 문을 두드렸다. 스포츠&인티메이츠는 피트니스, 러닝, 요가 등 3가지 라인으로 구성됐는데, 피트니스와 러닝 컬렉션은 기능성 섬유가, 요가복은 착용감이 강조됐다.

속옷 전문 기업인 남영비비안도 지난해 젊은 층을 겨냥한 종합 스포츠웨어 전문 브랜드 '3S'를 론칭했다. 제품은 활동량이 많은 스포츠 활동 시 적합한 기능성 소재를 사용한 브래지어, 팬티, 티셔츠, 레깅스, 바람막이 점퍼 등으로 구성됐다. 회사 관계자는 "여성 속옷 브랜드의 오랜 노하우를 살려 제품에 한국 여성의 신체에 잘 맞는 패턴을 적용, 편안한 착용감을 줄 수 있도록 했다"고 밝혔다.

한 업계 관계자는 "다양한 패션 업체의 스포츠 시장 진출은 기존 스포츠웨어 브랜드들에 위협이 될 수 있다"면서 "특히 SPA 브랜드는 기존 스포츠 브랜드보다 가격 경쟁력 및 물량 측면에서 우위에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SPA브랜드가 국내에 상륙한 후 캐주얼 브랜드와 여성복 브랜드들의 성장세가 둔화된 선례가 있는 만큼 기존 스포츠웨어 브랜드들은 보다 다양해진 고객들의 니즈를 반영한 브랜드 캠페인과 상품 전략으로 경쟁력을 높여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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