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정부 압박에 반도체 기업 현지 투자 잇따라 발표

삼성, 미국에 170억달러 투자…공장 위치는 못 정해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지난 4월12일(현지시간) 백악관 루즈벨트룸에서 반도체 업계 대표들과 화상 회의를 진행하는 도중 실리콘 웨이퍼를 꺼내들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데일리한국 김언한 기자] 미국 정부가 반도체 공급망 재편에 힘을 싣고 있는 가운데, 세계 파운드리(반도체 수탁생산) 기업이 미국 현지 투자를 강화하고 있다.

23일 외신과 업계에 따르면 미국의 글로벌파운드리는 뉴욕 몰타에 있는 기존의 팹 인근에 새로운 팹을 지을 것이라고 최근 발표했다. 몰타에 있는 '팹8'과 함께 신설될 팹을 통해 생산능력(캐파)을 크게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글로벌파운드리는 이를 위해 10억 달러(약 1조1500억원)을 투자한다. 글로벌파운드리는 TSMC, 삼성전자에 이은 세계 파운드리 점유율 3위 기업이다.

글로벌파운드리의 이번 발표는 미국의 반도체 공급망 과제를 논의하는 자리에서 톰 콜필드 글로벌파운드리 최고경영자(CEO), 라이몬도 미국 상무부 장관, 상원 민주당의 척 슈머 원내대표 등이 참석한 가운데 이뤄졌다.

지난 4월 대만의 TSMC 또한 앞으로 3년간 1000억달러(약 114조원)를 들여 미국에 공장 6곳을 건설하겠다고 발표했다. 특히 TSMC는 애리조나주에 짓고 있는 팹을 통해 오는 2024년부터 5나노 칩 양산에 들어갈 것으로 전해진다.

미국 기업인 인텔은 200억달러(약 23조원)를 투자해 미국 애리조나주에 파운드리 팹 두 곳을 건설할 계획이다. 신규 팹은 오는 2024년 가동을 시작할 전망이다.

사진=삼성전자 제공
세계 파운드리 기업은 중국을 견제하기 위한 미국의 전략에 편승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다만 삼성전자는 공장 위치를 놓고 고심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미국에 170억달러(약 19조5000억원)를 투입해 공장을 짓기로 지난 5월 발표했다. 하지만 현재까지 텍사스주 오스틴과 테일러, 애리조나주 굿이어와 퀸크리크, 뉴욕주 제네시카운티 등의 지역을 놓고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업계 관계자는 "반도체 호황기에 미래를 선점하기 위한 대규모 파운드리 투자가 속속 발표되고 있다"며 "메모리반도체와 달리 사이클의 등락이 없는 파운드리 시장은 앞으로 삼성전자가 역량을 집중해야할 분야"라고 말했다.

최근 파운드리 기업은 반도체 초호황기를 맞아 덩치를 키울 방법을 고심하는 모습이다. 최근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인텔이 글로벌파운드리를 300억달러(약 34조원)에 인수하기 위해 협상을 벌이고 있다고 보도했다. 글로벌파운드리는 2018년 7나노 공정 개발을 포기하면서 TSMC와 삼성전자에 크게 밀려난 기업이다.

콜필드 글로벌파운드리 CEO는 이와 관련해 루머에 불과하다는 입장을 밝혔지만 이를 단순히 해프닝으로 보기에는 이르다는 분석이 많다. 20일(현지시간) IT 전문매체 익스트림테크(Extremetech)는 이와 관련해 "기업들은 때때로 사실을 부인한다"고 밝혔다.

인수가 성사될 경우 인텔은 단숨에 파운드리 업계 3위로 뛰어오를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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