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5년 불량 삼성 무선전화기 15만대 불태워…국내 1위서 세계 1위로 도약

1995년 3월 9일 삼성 구미사업장 운동장에서 삼성전자 임직원들이 애니콜 휴대폰 등 불량제품 15만대를 불태워 전량 폐기 처분하고 있다. 사진=삼성전자 제공
[데일리한국 김언한 기자] 이건희 회장의 혁신경영을 대표하는 사건은 1995년 일어난 ‘애니콜 화형식’이다.

삼성전자는 1988년 국내 최초로 자체 개발한 휴대전화를 출시했다. 1994년 10월엔 ‘애니콜’ 브랜드를 만들어 첫 애니콜 브랜드를 선보였다.

당시 국내외 휴대폰 시장은 모토로라와 노키아의 독무대였다. 삼성은 시장점유율 확대를 위해 무리한 제품출시를 통한 양적 성장을 추구했다.

이에 따라 그해 삼성전자 휴대폰의 불량률은 11.8%까지 치솟았다. 높은 불량률을 보고받은 이 회장은 임원들을 크게 질책했다.

불과 1년 전인 1993년 독일 푸랑크푸르트 회의를 통해 “마누라와 자식만 빼고 다 바꾸라”며 삼성 임원들을 채찍질 했는데 아직도 구태의 모습을 벗어나지 못했다는 지적이었다.

그는 삼성 휴대폰 불량품을 무조건 새 제품으로 바꿔주라고 지시했다. 이에 따라 15만 대에 달하는 불량품이 수거됐다. 막대한 적자가 난 것은 물론이다.

그리고 1995년 3월 9일 이 회장은 수거된 15만 대의 휴대폰을 구미사업장 운동장에 쌓으라고 지시했다. 그렇게 모인 불량 휴대폰만 500억원 상당에 달했다.

약 2000명의 임직원이 지켜보는 가운데 10여명의 직원들이 해머로 불량 휴대폰을 파기했다.

산산조각난 휴대폰엔 불까지 붙였다. 휴대폰을 직접 자기 손으로 만들었던 여직원들은 그 모습을 보면서 울음을 터뜨리기도 했다. 현재까지도 회자되고 있는 ‘애니콜 화형식’이다.

이러한 이 회장의 ‘극약처방’에 삼성은 날개를 달고 도약했다.

그 해 삼성전자 애니콜은 국내시장 점유율 52%를 기록하며 모토로라와 노키아를 누르고 국내 휴대폰 시장 점유율 1위를 차지했다.

이후 스마트폰 시대가 열리면서 애니콜 브랜드의 후속이자 삼성 스마트폰 브랜드인 ‘갤럭시’가 2010년 등장했고, 다음 해인 2011년 삼성전자는 애플을 제치고 드디어 세계 스마트폰시장 점유율 1위에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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