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EUV 노광장비 최대 50대 양산, 미세공정 선두업체간 경쟁 과열

내년 TSMC에 EUV 장비 20대 인도…삼성, 파운드리 경쟁서 '발등에 불'

삼성전자 이재용 부회장이 13일(현지시간) 네덜란드 ASML에 방문해 노광장비 내부를 살펴보고 있다. (왼쪽부터) ASML 관계자 2명, 김기남 삼성전자 DS부문장 부회장,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마틴 반 덴 브링크 ASML CTO. 사진=삼성전자 제공
[데일리한국 김언한 기자] 삼성전자와 TSMC간 극자외선(EUV) 노광장비 확보 경쟁이 가열되는 가운데 '슈퍼을'로서 ASML의 입지 또한 커지고 있다. ASML은 반도체 선단공정의 핵심인 EUV 장비를 독점 공급하는 기업이다.

16일 업계에 따르면, ASML은 내년 EUV 노광장비를 45~50대 양산할 계획이다. 싸이클타임을 단축해 공급 가능 대수를 늘린다.

ASML이 현재 EUV 장비 1대를 양산하는데 걸리는 시간은 약 24주다. 이를 연말까지 20주로 줄인다. 내년 장비 공급 가능 대수가 올해보다 10~15대 가량 늘어난다.

하지만 장비 수요대비 공급 가능대수가 한정돼있는 만큼 삼성과 TSMC간 경쟁이 더 치열해질 전망이다. TSMC는 20대 가량의 EUV 노광장비를 현재 운용하고 있다. 또 올해 ASML이 출하하는 전체 EUV 장비 35대 중 20대가 TSMC로 들어간다.

대만 디지타임스에 따르면, TSMC는 내년까지 EUV 노광장비를 50대 추가 구매할 계획이다. 내년 장비 50대를 발주하는 내용인 것으로 추정된다. 1대에 약 1500억원에 달하는 EUV 장비는 발주부터 제작, 고객사에 실제 인도되기까지의 리드타임이 약 1년6개월 정도다.

경쟁에서 뒤처진 것은 삼성전자다. 내년 삼성전자에 인도될 ASML의 장비는 10대 안팎인 것으로 전해진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최근 네덜란드 ASML 본사에 들러 피터 버닝크 CEO를 만난 것도 이에 대한 위기대응 차원이었다는 해석이 나온다.

ASML의 EUV 노광장비. 사진=ASML 제공
특히 삼성전자는 시스템반도체 영역에서 뿐 아니라 메모리반도체인 D램에서도 EUV 공정을 적용 중이다. 내년부터 관련 D램 생산량을 본격적으로 늘린다는 방침이다. 삼성은 지난 8월 EUV가 적용된 3세대 10나노급(1z) LP(Low Power)DDR5 모바일 D램 양산을 시작했다.

업계 관계자는 "EUV 공정이 적용된 삼성전자의 1z D램 비중은 연내 10%까지 올라올 것으로 보인다"며 "내년에는 이 비중이 40%까지 확대될 수 있다"고 말했다.

SK하이닉스도 내년 EUV를 이용한 4세대 10나노급(1a) D램 양산을 목표로 공정 개발을 진행하고 있다. 내년 하반기부터 관련 제품이 양산될 것으로 예상된다.

전세계 D램 3위 기업 마이크론마저 EUV 공정에 뛰어들 경우 ASML의 EUV 장비 수요는 더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는 마이크론 또한 EUV 공정을 준비 중이라고 최근 밝혔다.

ASML은 EUV 시대를 맞아 슈퍼을로 부상했다. ASML의 3분기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이 기간 EUV 노광장비 14대를 판매했다. 이는 지난 2분기 7대에서 판매량이 2배 늘어난 것이다.

ASML은 EUV 노광장비에 대한 최적화된 조립 플랫폼과 기술 노하우를 갖춘 '어셈블리 메이커'다. 2000년대 들어 경쟁사인 니콘과 캐논을 크게 따돌리고 시장에서 독주하고 있다.

지난 3분기 ASML의 전체 매출 가운데 EUV 장비 매출은 66%의 비중을 차지했다. 직전 분기 39% 비중에서 27%포인트(p) 늘어났다. ASML의 3분기 매출과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와 비교해 각각 32.5%, 77.2% 증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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