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업계 내 여성혐오 및 차별적 관행 개선해야"

국가인권위원회 차별시정위원회 결정문.
[데일리한국 심정선 기자] 국내 게임업계에서 개인 SNS상에서 페미니즘에 동의를 표했다는 이유로 계약해지를 당한 일과 관련해 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가 개선을 주문했다.

인권위는 "문화체육관광부장관, 한국콘텐츠진흥원장 및 관련 피진정인들에게 게임업계 내 여성혐오 및 차별적 관행의 개선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표명했다"고 밝혔다.

인권위는 지난 2018년 11월 제출된 진정에 따라 약 1년 반 동안 게임업계 내 여성 혐오와 차별에 대한 실태조사를 진행했다. 조사 과정에서 조사 담당과가 변경돼, 조사 과정이 길어졌다는 설명이다.

조사 결과로 "기존 차별적 관행을 개선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의견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에게 표명했다.

인권위 측은 지난 2016년 넥슨이 서비스하는 온라인 PC게임 '클로저스'의 성우 김자연씨가 '메갈리아' 후원 티셔츠를 입은 사진을 개인 SNS에 올리자 일부 게임 이용자들의 성우 교체 요구가 쇄도, 서비스사 측이 이를 받아들인 것을 예로 들며 "이후 소위 '메갈 사냥'이라는 이름으로 사이버 괴롭힘과 불매운동이 이어졌다"고 설명했다.

이어 인권위는 "이런 요구 속에서 게임 일러스트레이터와 웹툰 작가는 대체로 게임 회사에 고용 근로자가 아니라, 프리랜서 신분이라 게임이용자들의 퇴출 요구에 매우 취약할 수밖에 없다"고 판단했다. 게임이용자들의 퇴출 요구로 인해 작품 사용이 중단돼, 사실상 업계에서 퇴출되는 과정이 너무나 쉽게 벌어졌다는 설명이다.

일부 게임업체 측은 '경영상 판단에 따른 것일 뿐, 개인적인 신념이나 사상을 이유로 한 차별이 아니다'는 취지로 인권위에 해명했다.

하지만 인권위는 "소비자의 요구가 인권·정의와 같은 기본 가치에 반하는 것이라면, 그 요구를 무시하거나 소비자를 설득·제재하는 것이 책임 있는 기업의 모습"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여성혐오·차별 언행을 적극적으로 방지하고, 여성 종사자에게 계약 중지 등 불이익을 가하는 것을 중단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해당 진정을 제출한 일러스트레이터 A씨는 "결과에 완벽히 만족하는 것은 아니지만 기관 부처에 자세한 사안을 알린 것만으로도 이전보단 한 걸음 나아갔다고 생각한다"며 "저와 동료들의 노력이 앞으로의 일에 도움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한편 인권위는 문화예술진흥법상 '문화예술'의 범위를 게임 분야로 확장하는 법개정을 검토해야한다고 전하기도 했다. 이를 통해 게임업계 종사자들에 대한 법적·제도적 보호를 갖추겠다는 목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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