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택트 특수로 고부가 반도체 수요 늘며 영업익 '어닝서프라이즈'

애플 아이폰 판매 부진에 삼성디스플레이에 손실액 보전 효과

사진=연합뉴스
[데일리한국 김언한 기자] 삼성전자가 반도체 선방으로 증권가 컨센서스(증권사 실적 추정치)를 크게 상회하는 실적을 썼다.

언택트(비대면) 특수로 데이터센터향 고부가가치 반도체 수요가 늘어난 것이 직접적 원인으로 분석된다. 삼성디스플레이에 대한 애플의 페널티 금액도 이번 분기 수익으로 잡히면서 실적 상승에 힘을 보탰다.

삼성전자는 올해 2분기 연결기준 영업이익이 8조1000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22.7% 증가한 것으로 잠정집계됐다고 7일 공시했다. 이는 전날까지 증권사들이 평균적으로 제시한 추정치인 6조4700억원보다 25.2%가 높은 것이다.

매출액은 52조원으로 전년 대비 7.4% 감소하는데 그치며 컨센서스보다 선방하는 결과를 냈다. 이 기간 영업이익률은 15.6%였다.

데이터센터향 서버용 D램, 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SSD) 등 일부 메모리반도체 특수가 삼성전자 실적을 크게 끌어올렸다는 분석이 나온다. 2분기는 온라인 수업과 재택근무 등으로 데이터 수요가 크게 늘면서 구글, 아마존 등 클라우드 업체들이 서버용 D램 구매를 확대했다.

증권가에선 삼성 반도체 영업이익을 5조원 초중반대로 내다봤지만 이를 크게 상회한 것으로 추정된다. 시장조사업체 D램익스체인지는 앞서 올해 2분기 전세계 서버업체들의 서버용 메모리 주문량이 1분기보다 약 9% 늘어났다고 분석했다.

당초 시장에선 2분기 일부 반도체 특수가 있어도 코로나19 영향으로 전체 실적이 하락할 수밖에 없다는 관측이 지배적이었다. 미국·유럽의 가전 판매점의 휴업, 생산라인의 폐쇄조치 등의 여파로 스마트폰·가전 등 세트사업 실적의 큰 하락세가 예상됐기 때문이다. IT·모바일(IM) 부문, 소비자가전(CE) 부문 등은 전분기와 비교해 모두 매출이 감소한 것으로 추정된다.

특히 2분기는 삼성디스플레이에 애플의 1회성 비용이 잡히면서 전체 수익성을 끌어올렸다. 지난해 아이폰 판매량이 예상 대비 부진하면서, 애플 측이 삼성디스플레이와의 계약에 따라 일부 손실액을 보전했다. 정확한 규모는 확인되지 않았으나 약 9000억원(8억달러) 안팎인 것으로 추정된다.

사진=삼성전자 제공
하지만 문제는 3분기부터다. 메모리반도체 가격 하락과 함께 노트북 등 일부 세트사업의 언택트 특수가 꺾인 상황에서 별다른 호재가 없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D램 고정거래가격과 D램 현물가격 사이의 격차도 벌어지며 고정가격의 하향세를 예고하고 있다. 현물거래가격은 총판/대리점 등 소규모 유통시장에서 거래되는 가격이다. 고정가격의 앞선 흐름을 보여주는 선행지표 역할을 하지만 최근 들어 하락세가 지속되고 있다.

D램익스체인지는 서버 D램의 경우 3분기 고정거래 가격이 직전분기 대비 5% 이상 하락할 것으로 전망했다. 같은 기간 PC D램도 5% 수준의 하락세가 불가피할 것으로 내다봤다. 3분기는 코로나19로 세트사업 하락세가 지속되는 상황에서 반도체 사업마저 약세를 보일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코로나19 장기화로 완성품 수요가 감소하면서 현재 서버, PC 제조사에는 쌓여있는 D램이 많은 상황"이라고 전했다.

노근창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하반기에는 D램과 낸드플래시 모두 가격이 하락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이에 따라 3분기와 4분기 삼성전자 메모리반도체 영업이익은 전분기 대비 하락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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