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글 미지원 게임도 국내 판매 목적 판단 "분류 받아야"

게임위 "스팀 규제, 지역제한, 차단 등 '단속' 논의 없어"

게임물관리위원회 로고. 사진=게임물관리위원회
[데일리한국 심정선 기자] 게임물관리위원회가 등급분류를 받지 않고 스팀을 통해 서비스되는 게임물 에 분류 권고를 내린 것이 알려지며 업계가 술렁이고 있다.

지난 3일 업계와 게임물관리위원회(이하 게임위)에 따르면 게임위는 최근 글로벌 게임 플랫폼 스팀(STEAM)과 등급분류 미이행 게임물을 스팀을 통해 유통 중인 30여개 해외 게임사에게 등급분류를 받을 것을 권고했다.

'게임산업진흥에 관한 법률' 제32조에 따르면 국내에 유통되는 모든 게임물은 등급분류를 받아야 한다. 하지만 스팀을 통해 서비스되는 일부 게임은 이를 이행하지 않고 있다.

또 게임위는 한글을 지원하지 않는 게임이라도 국내 이용자가 많고, 일정 수치 이상의 다운로드가 발생하면 국내 판매 목적이 있다고 판단했다. 그동안 비한국어화 게임은 등급분류제도 적용을 받지 않았다.

게임위의 결정이 알려진 후 가장 큰 논란은 스팀이 게임 판매 종료를 언급하면서 발생했다. 스팀을 운영하는 밸브 측은 "등급 분류를 받지 않으면 한국 내 게임 판매를 종료시킬 것"이라고 언급했다.

해당 조치가 단행될 시, 약 100만에 달하는 국내 스팀 이용자의 피해가 우려된다. 게임사 입장에서는 등급 분류를 받지 않아도 이미 한국 내 매출을 올린 상태이기에 철수 조치를 내리면 그만이기 때문. 밸브와 게임사가 구제책을 마련하지 않으면 그 피해는 고스란히 이용자의 몫이 된다. 게임위 입장에서도 역외 사업자에게 형사 처분를 내리기는 현실적으로 힘들다.

이러한 스팀의 강경대응은 세금 문제에서 발생한다. 스팀은 유통사가 아닌 판매 장소를 제공할 뿐이라고 주장하며 세금을 회피해왔지만, 자율심의기관으로 등록하거나 IARC로 등급을 받는 순간 유통사임을 인정하게 된다.

유통사가 되면 이제까지 세금을 내지 않았던 모든 나라들에 세금 납부 의무가 생긴다. 스팀 입장에서는 가장 피하고 싶은 결론이기에 판매 종료까지 언급하게 된 것으로 풀이된다.

업계 관계자들은 게임위가 법의 형평성을 지키기 위해 노력 중이라고 평가하며, 국내에서의 심의 과정이 해외 기업이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일부 해외 게임사들의 주장은 이해할 수 없다고 입을 모았다.

2017년 국제등급분류연합(IARC)과 게임위 협약식 모습. 사진=게임물관리위원회
지난 2017년 12월부터 게임위는 국제등급분류연합(IARC)에 아시아지역 최초 이사국으로 가입하며 국제등급분류가 가능해졌기 때문이다. 국내에서 심의를 받기 어렵더라도 IARC나 IARC와 협약된 다른 곳에서 심의를 받으면 한국내 심의도 자동으로 통과된다.

IARC는 지정된 설문조사를 통해 바로 등급이 부여되는 구조로 한국에 방문하거나 게임위에 심의를 신청할 필요도 없다. IARC는 미국(ESRB), 유럽(PEGI), 독일(USK), 호주(Classification Board), 브라질(ClassInd) 등 등급분류를 수행하는 기관으로 구성된 연합체로 해당 국가 내 기관에서 분류를 받으면 각 국가 고유의 등급분류기준에 맞춰 심의가 통과된다.

현재 IARC등급분류시스템은 구글, 마이크로소프트, 오큘러스, 닌텐도 등이 사용하고 있다.

다만 게임위는 스팀을 규제할 의도는 없다는 입장이다.

게임위는 "밸브 측에 해외 사업자의 등급분류와 관련한 안내를 하며, 국내 유통 의도가 있는 게임에 대한 등급 분류 표기를 유도했다"며 "스팀 규제, 지역제한, 게임 차단 등의 '단속'은 논의한 바 없다"고 전했다.

최근 등급분류를 받지 않고 국내에 유통되는 인기 해외게임물이 늘고 있어, 합법적인 유통이 가능하도록 준비하기 위함이라는 설명이다.

한편 게임위가 등급분류 권고를 전한 목록에는 일부 인기 게임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지만, 구체적인 게임사와 게임물은 알려지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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