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화웨이에 반도체 공급 봉쇄…삼성전자·SK하이닉스 공급망 변화

반도체시장 불확실성 커져, 5G 장비 분야는 삼성전자 반사이익 기대

사진=삼성전자 제공
[데일리한국 김언한 기자] 미국 트럼프 정부가 중국 화웨이에 대한 초고강도 제재에 착수한 가운데 국내 기업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올해 반도체시장 회복 기대감이 커지고 있는 상황에서 부정적 영향이 불가피하다는 우려가 나온다.

18일 업계에 따르면 오는 9월부터 미국 기술을 활용한 제3국의 반도체 제조업체는 미국 정부의 공식 허가 없이 화웨이에 반도체를 공급할 수 없게 된다. 반도체 장비, 소프트웨어 등 미국의 기술이 부분적으로 이용됐더라도 허가를 받아야한다. 미국 상무부는 지난 15일 이같은 내용의 수출 규정 개정에 나선다고 밝혔다.

이는 지난해 5월 화웨이가 중국 정부의 스파이 노릇을 할 수 있다는 이유로 트럼프 행정부가 미국 기업을 이용해 화웨이를 제재한 것보다 수위를 높인 것이다. 조치가 현실화할 경우 전세계 반도체 생태계에 악영향이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화웨이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대형 고객사 중 하나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화웨이 매출 합계는 연 10조원 안팎인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는 최근 2년간 사업보고서에서 주요 5대 매출처로 화웨이를 꼽기도 했다.

특히 SK하이닉스의 경우 지난해 매출 약 50%가 중국에서 나왔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화웨이 제재에 동참하게 될 경우 양사의 고객사 비중 변화가 크게 나타날 것이란 예상이 나온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화웨이향 반도체 공급에 대한 부족분을 다른 중국의 고객사를 통해 메꿀 것으로 전망된다. 이로 인해 미국 정부의 화웨이 제재가 우려만큼 크지 않을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이는 소수의 기업이 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메모리반도체 업계 특성에 따른 것이다.

안기현 한국반도체산업협회 상무는 "미국의 화웨이 제재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 미칠 영향은 거의 없을 것"이라며 "메모리반도체에 대한 수요 변화는 없고 수요처에만 변화가 생기는 것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사진=연합뉴스
화웨이향 반도체 공급에 대한 부족분을 다른 스마트폰 제조사가 결국 상쇄할 것이란 설명이다. 스마트폰에 대한 전세계 수요는 고정적이며, 메모리반도체는 삼성·SK하이닉스, 미국의 마이크론 등 소수 기업이 시장을 쥐고 있기 때문이다. 다만 중국의 IT굴기를 대표해온 화웨이의 글로벌 입지는 약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화웨이는 지난해 미·중 무역분쟁의 여파를 중국의 '애국 소비'로 버텨왔다. 하지만 코로나19에 미국의 추가적인 제재가 겹칠 경우 샤오미·오포 등 다른 중국 스마트폰 제조사가 부상하는 결과를 낳을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시장조사기관 스트래티지애널리틱스(SA)에 따르면 지난 2월 화웨이의 글로벌 스마트폰 판매량은 샤오미에 역전당하기도 했다.

화웨이의 자회사이자 팹리스(반도체 설계전문) 기업인 하이실리콘도 외부 고객사를 확보하는 데 제동이 걸릴 가능성이 크다. 하이실리콘은 올해 1분기 글로벌 반도체 상위 10개 기업에 첫 진입했다. IC인사이츠에 따르면 하이실리콘의 매출액 가운데 90% 이상은 화웨이 물량에서 나오는 구조다.

트럼프 행정부의 중국 화웨이 제재가 삼성전자 IM(IT·모바일)부문에 반사이익을 줄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IM부문은 스마트폰과 네트워크를 주로 담당한다. 특히 삼성전자는 미국의 화웨이 제재 이후 5G 장비 시장에서 점유율을 확대해왔다. 지난해 삼성전자는 버라이즌, AT&T, 스프린트, US셀룰러 등과 장비 공급 계약을 맺었다.

업계 관계자는 "중국에 스마트폰 제조사가 워낙 많아 미국의 화웨이 제재가 삼성전자 스마트폰 사업의 반사이익으로 이어질지는 예상하기가 어렵다"면서도 "하지만 5G 장비 분야에서는 유리한 점이 생길 수 있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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