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SMC "2021년부터 2029년까지 120억달러 투입"

애리조나에 5나노 팹 건설, 초기 캐파 약 2만장 수준

사진=TSMC 제공
[데일리한국 김언한 기자] 삼성전자의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사업 경쟁사인 대만 TSMC가 미국 애리조나주에 신규 팹을 건설한다. 아시아 지역으로부터 반도체 의존도를 낮추기 위한 트럼프 행정부의 압박이 통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15일 TSMC는 보도자료를 내고 미국 애리조나에 5나노 공정을 위한 신규 팹을 건설한다고 밝혔다. 오는 2021년 착공에 들어가 2024년 첫 생산을 시작할 계획이다. 신규 팹의 초기 캐파(생산능력)는 월 웨이퍼 투입 기준 약 2만장 수준이 될 전망이다.

TSMC는 애리조나 팹 건설 계획안을 지난 12일 열린 이사회에서 결정했다. TSMC는 이 팹을 위해 2021년부터 2029년까지 총 120억 달러(약 15조원) 규모의 투자를 집행한다. TSMC는 애리조나 팹을 통해 1600개가 넘는 전문직 고용창출 효과와 함께 수천개의 간접 일자리 창출 효과가 나타날 것이라고 기대했다.

TSMC는 전세계 파운드리 1위 기업으로 애플, 퀄컴, 엔비디아 등 수많은 미국 기업들을 고객사로 두고 있다. 신규 팹 건립을 통해 선단 공정에서 삼성전자의 입지를 좁힐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미국은 TSMC의 신규 팹을 통해 한국, 중국, 대만 등 아시아지역에서 나오는 반도체 의존도를 낮춘다는 계획이다. 미국 정부는 최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전세계 확산으로 반도체 공급망이 붕괴될 수 있다는 우려를 나타내왔다.

사진=삼성전자 제공
TSMC는 신규 팹을 통해 장기적으로 선단 공정에서의 경쟁력을 강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TSMC는 애플, 퀄컴 등 대형 고객사를 등에 업고 10나노 이하대 공정 비중을 빠르게 끌어올리고 있다. TSMC의 7나노 매출 비중은 올해 1분기 35% 수준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22%%에서 크게 올랐다. 5나노의 경우 올해 10% 수준으로 비중을 올린다는 계획이다.

삼성전자와 TSMC는 미국 시장을 놓고 경쟁이 치열해지는 모양새다. 수요가 많은 14나노 공정에서부터 10나노 이하대 공정의 고객사를 잡기 위해서다.

삼성전자는 이미 미국 텍사스 오스틴에 팹을 두고 파운드리 사업을 하고 있다. 임직원 3000명과 협력사 직원 등 총 1만명이 근무한다. 하지만 이 공장은 14나노 공정이 주력이다. 삼성전자는 최근 이 팹의 확장을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애리조나 신규 팹 건설에 대한 TSMC의 선택을 두고 정치적 의도가 다분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투자비가 많이 드는 EUV(극자외선) 공정을 굳이 인건비, 부지 비용이 비싼 미국에서 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업계 고위관계자는 "TSMC의 이번 결정은 트럼프 정부의 비위를 맞추기 위한 의도가 큰 것으로 보인다"며 "선단 공정에서 고객사를 늘리기 위해 미국 땅에서 파운드리 팹을 건설할만큼 필요성이 커 보이진 않는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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