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미 TV공장 인도네시아 이전 소문 확산…원가경쟁력 확보 차원

구미경실련 "6월 이후 재논의할듯…380여명 일자리 위기상황"

LG전자 구미사업장 모습. 사진=LG전자 제공
[데일리한국 김언한 기자] LG전자가 생산지 효율화를 위해 구미 TV 생산라인을 해외로 이전하는 강수를 둘지 주목된다. 전세계 OLED(유기발광다이오드) TV 진영이 빠르게 확대되는 상황에서 원가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서다.

15일 업계에 따르면 LG전자는 경북 구미사업장의 TV공장을 연내 인도네시아로 이전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구미경실련은 성명서를 내고 "TV부문 생산라인 4개 반 중 3개를 6월말까지 인도네시아로 이전한다는 계획"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일각에선 이를 두고 인건비를 낮춰 전세계 OLED TV 경쟁에 선제대응하기 위한 성격이 짙다고 분석한다. 구미 TV 생산라인의 해외이전설을 단순히 협력사나 구미경실련 측의 일방적인 주장으로 볼 수 없다는 것이다.

현재 구미사업장에서 생산되는 OLED TV는 월 2만대가 넘는 수준으로 한국, 일본, 호주, 사우디아라비아 등 30개국에서 판매된다. LCD(액정표시장치) TV 생산 중심으로 운영돼온 인도네시아 TV 공장에 해당 라인이 이전될 경우 아시아시장에서 경쟁력을 확대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지리적으로 가까운 호주 등에서도 이점이 많다는 판단이다.

업계 관계자는 "LG전자가 인건비를 낮추기 위해 고민하고 있는 상황인 것은 분명하다"면서도 "라인 이전이 현실화될지는 좀 더 지켜봐야 알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구미경실련에 따르면 OLED TV·LCD TV·컴퓨터용 모니터를 조립 및 생산하는 A3공장의 3개 라인이 인도네시아로 이전될 예정이다. A3공장은 연면적 12만6000㎡ 규모로, G1·G2·G3 3개의 라인을 갖췄다. OLED TV는 G2에서 주로 생산된다.

사진=LG전자 제공
이에 따라 대규모 실업자가 발생할 수 있다는 게 구미경실련 측의 입장이다. 구미경실련은 구미 공장 관련 인력 480여명 중 380여명이 경기도 평택으로 이동하거나 명예퇴직을 받고 있는 상황이라고 주장했다.

구미경실련 관계자는 "저임금을 찾아 인도네시아로 가는 것이기에 우리나라 인력은 갈 수 없다"며 "평택의 경우 제조라인으로 가는 것이 아니라 개발지원부서로 가는 것이기에, 사실상 모두 명예퇴직이라고 봐야한다"고 강조했다.

LG전자는 OLED TV 마진을 높이면서 가격은 낮춰야하는 과제에 직면해있다. 지난달 중국의 화웨이가 OLED TV 사업에 새롭게 진출함에 따라 가격경쟁에 불이 붙을 가능성이 높다.

내달 미국의 비지오와 중국 샤오미도 OLED TV 판매를 시작할 것으로 예상된다. 최근에는 일본 기업 샤프 또한 OLED TV 제조사 대열에 합류했다.

LG전자는 지난해 연말인사를 통해 '권봉석호'가 새롭게 출범하면서 경영효율화 전략에 힘이 실리는 분위기다. 권봉석 사장은 지난해까지 TV사업을 담당하는 HE(홈엔터테인먼트)사업본부장과 모바일사업을 담당하는 MC(모바일커뮤니케이션)사업본부장을 겸직했던 인물이다.

지난해 LG전자는 스마트폰 사업 경쟁력 강화를 위해 평택 스마트폰 생산라인을 베트남으로 이전했다. LG전자가 구미 TV 생산라인을 인도네시아와 평택으로 이전한다는 소문 역시 권 사장이 LG전자 새 사령탑에 선임된 뒤부터 돌기 시작했다.

구미경실련 관계자는 "구미 TV 생산라인의 해외이전 계획은 코로나19로 인해 6월 이후 재논의될 가능성이 큰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며 "남은 TV공장까지 해외로 가버리면 LG전자는 더 이상 국민기업일 수가 없다"고 주장했다.

LG전자 관계자는 "제조업 특성상 생산효율을 높이기 위한 방안은 늘 검토하고 있다"면서 "현재 구미 TV 생산공장의 해외이전과 관련해 구체적으로 결정된 내용은 없다"고 말했다.

사진=LG전자 제공

저작권자 © 데일리한국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