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리어드 ‘렘데시비르’ 주목...국내 바이오벤처도 ‘임상 돌입’

코로나19 바이러스(SARS-CoV-2)의 전자현미경 사진. 사진=질병관리본부 제공
[데일리한국 김진수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국내 뿐 아니라 전세계에서 무서운 속도로 확산되며 백신과 치료제 개발에도 속도가 붙고 있다.

코로나19는 지난해 12월 중국 후베이성 우한에서 시작됐으며 ‘사스’(SARS, 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와 ‘메르스’(MERS, 중동호흡기증후군) 등과 같은 코로나 계열 바이러스지만 ‘신종’이기 때문에 치료제나 백신이 없다.

현재 국내 코로나19 환자 치료를 담당하고 있는 중앙임상위원회는 중증 코로나19 환자에 에이즈 치료제 '칼레트라', 말라리아 치료제 '클로로퀸'·'히드록시클로로퀸황산염'을 투여할 것을 권고 중이다.

해당 치료제들은 메르스 등의 치료에서 효과를 보여 사용이 권고됐으나 코로나19에 대한 치료효과가 입증되지는 않았다.

코로나19가 일부 지역에 국한돼 퍼지던 초기에는 치사율이 1% 정도로 낮고 경제성이 없다는 등의 이유로 제약사들이 치료제나 백신을 개발하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왔다.

그러나 최근 전 세계에서 바이러스 확산이 급속도로 이뤄지며 ‘팬데믹’(pandemic, 세계적 대유행)까지 갈 조짐을 보이자 국내외 글로벌 제약사를 비롯해 바이오벤처까지 다수의 제약·바이오 기업들이 코로나19 치료제 및 백신 개발에 돌입했다.

◇ 코미팜, 이뮨메드 등 임상 본격화

코미팜은 지난달 식품의약품안전처에 코로나19 환자 100명을 대상으로 하는 ‘긴급임상시험’을 신청하며 치료제 개발을 위한 준비를 마쳤다.

이번에 코미팜이 준비 중인 임상은 코로나19 바이러스 감염 폐렴환자(NCIP)에 사이토카인을 억제하는 파나픽스(Panaphix)를 경구 투여하는 요법 2·3상 시험으로 파나픽스를 코로나19 폐렴 환자에 적용하기 위한 임상시험이다. 임상대상 환자는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은 환자 100명이다.

코미팜에 따르면 파나픽스는 염증을 유발하는 단백질 사이토카인 TNF-α(종양괴사인자 알파), IL-1β(인터루킨-1β), IL-6(인터루킨-6)등의 인자 배출을 억제시켜 바이러스 감염에 의한 폐렴을 원천적이고 신속하게 치료할 수 있는 물질이다.

코미팜 측은 “긴급임상시험신청이므로 세부내용 및 추진일정은 협의 중이며 변동가능성이 있다. 임상계획이 승인되면 추진일정에 대해 공시할 것이며 임상시험약물이 의약품으로 최종 허가받을 확률은 통계적으로 약10% 수준”이라고 밝혔다.

또 다른 국내 바이오기업 이뮨메드는 서울대학교병원과 함께 ‘VSF’(virus suppressing factor)를 코로나19 환자에게 투여하고 있다.

코로나19 환자에게 투여되는 의약품은 이뮨메드가 개발 중인 신약 후보 임상시험용 의약품 VSF 주사제 ‘HzVSFv13주’로 서울대병원은 첫 투약일 기준 1일, 3일, 7일, 14일에 VSF 투약하며 의약품 효과에 대해 분석할 계획이다.

지난달 21일 식약처는 서울대병원이 신청한 이뮨메드의 VSF를 치료목적으로 코로나19 환자에 투여하는 것을 허가했으며 약물 투여 효과와 부작용 등에 대해서는 서울대병원과 이뮨메드를 비롯한 식약처 관계자들이 모니터링한다.

김윤원 이뮨메드 대표는 "HzVSFv13주는 식약처의 승인을 받아 코로나19 환자 치료를 위해 실제 환자에게 투약이 진행된 첫 번째 의약품"이라며 "아직 코로나19의 확실한 치료제가 없는 상황에서 중등증 이상 폐렴 환자들의 치료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SK바이오사이언스는 신종 감염병 대유행 시 빠르게 적용이 가능한 ‘백신 제조 기술 플랫폼 확보 R&D’에 돌입했다.

이번 플랫폼 기술의 핵심은 기존에 없던 호흡기 감염 변종 바이러스가 출현하더라도 동일한 프로세스를 통해 빠르게 백신 개발에 성공할 수 있는 범용성과 고병원성 바이러스를 고려한 높은 안전성을 갖추는 것에 있다.

이밖에도 셀트리온은 최근 국내 의료기관으로부터 코로나19 확진자 혈액을 공급 받은 뒤 이를 분석해 항체를 검출하는 등 임상 계획을 세웠다. 제약바이오업계에 따르면 셀트리온은 현재 질병관리본부의 코로나19 국책과제에 지원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진=유토이미지
◇ 길리어드 ‘렘데시비르’ 주목...이노비오는 ‘백신’ 개발 준비

세계제약협회연맹(IFPMA) 및 한국글로벌의약산업협회(KRPIA)에 따르면 길리어드사이언스, 애브비, 글락소스미스클라인(GSK), 존슨앤존슨, 사노피, 로슈 등 글로벌 제약사들이 약 30여개의 항바이러스제를 통해 코로나19 치료 효과 확인 임상을 진행 중이다.

그 중에서도 길리어드사이언스 ‘렘데시비르’는 전세계적으로 가장 주목받는 코로나19 치료제 후보다.

렘데시비르는 길리어드가 개발한 항바이러스제로 에볼라와 사스 치료제로 쓰이고 있지만 아직까지 전 세계 어느 국가에서도 품목허가나 승인 받은 바 없을 뿐 아니라 어떠한 질병에서도 정확한 효능이나 안전성이 확인되지 않았다.

그러나 렘데시비르는 동물실험에서 메르스 등 코로나 계열의 바이러스 증식을 억제하는 것으로 확인됐으며, 이에 미국 NIH(국립보건연구원)은 대규모 감염 사태가 발생한 일본 크루즈선 내 코로나19 환자에 렘데시비르를 투여하며 치료 경과를 살피고 있다.

이처럼 렘데시비르가 코로나19 치료 및 증상 억제 가능성을 보이자 길리어드는 직접 2건의 임상시험에 착수했다.

길리어드가 준비한 임상은 렘데시비르 정맥투여 기간에 차이를 주며 치료 효과를 확인하는 방식이며 코로나19 진단 사례가 많은 국가의 의료기관에서 약 1000명의 환자를 대상으로 실시된다.

구체적으로 길리어드는 첫 임상시험에서 증상이 중증(severe)인 코로나19 환자 약 400명을 대상으로 렘데시비르 5일 또는 10일 투여군으로 나눠 치료 효과를 확인할 계획이다.

두 번째 임상시험에서는 중등증(moderate)의 코로나19 환자 약 600명을 렘데시비르 5일 투여군, 10일 투여군, 또는 표준 치료제 단독투여군으로 나눠 임상적 호전(clinical improvement)이 있는지를 평가한다.

머다드 파시(Merdad Parsey) 길리어드 사이언스의 의학부 최고책임자(Chief Medical Officer, CMO)는 “길리어드는 코로나19의 잠재적인 치료제로서 렘데시비르의 효능과 안전성을 신속하게 확인하는 것에 집중하고 있다”며 “이번 임상시험을 통해 단시간 내에 렘데시비르의 프로파일에 대한 전 세계 데이터를 폭넓게 수집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특히, 길리어드는 지난 3일 국내 식약처로부터 중등도 코로나19 환자에 렘데시비르를 투여하는 임상 3상 시험을 허가받는 등 국내에서도 렘데시비르 치료 효과를 확인하기 위한 데이터 확보에 나섰다.

아울러 미국 바이오벤처 이노비오 파마수티컬스는 지난 4일 코로나19 DNA백신 ‘INO-4800’을 신속하게 개발하기 위한 타임라인(시간표)을 공개하기도 했다.

이노비오는 코로나 바이러스 백신 개발 선두 주자며 메르스(MERS, 중동호흡기증후군) 유발 코로나 바이러스에 대한 2상 백신을 보유한 유일한 기업이다. 코로나19 역시 메르스와 같은 코로나바이러스이기 때문에 이노비오는 코로나19 백신 개발에 자신감을 보이고 있다.

조셉 킴(J. Joseph Kim) 이노비오 사장 겸 CEO는 “즉시 전임상을 위한 ‘INO-4800’ 소규모 제조를 시작했으며 4월에는 미국에서 사람을 대상으로 한 임상에 돌입하고, 이후에는 중국과 한국에서 사람대상 임상에 나설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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