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MIC, 수요 높은 14나노 공정 본격 진입…화웨이 물량 수주로 대량양산 앞둬

양몽송 전 삼성전자 부사장 영입 후 핀펫 공정 안정화… TSMC·삼성전자 추격

중국 상하이에 위치한 SMIC 공장 전경. 사진=SMIC 홈페이지 캡처
[데일리한국 김언한 기자] 중국의 최대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업체인 SMIC가 14나노 핀펫(FinFET) 공정으로 대량양산 채비를 마친 것으로 알려졌다. 14나노 공정에 대한 높은 수요를 감안할 때 파운드리 업계 1,2위인 TSMC와 삼성전자에 타격을 줄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26일 외신 및 업계에 따르면 SMIC는 지난해 3분기 14나노 핀펫 공정으로 제품 양산에 돌입한 뒤 최근 대량양산을 앞두고 있는 상태다. 화웨이의 자회사 하이실리콘의 물량 수주에 성공한 것이 주효했다.

대만의 TSMC로부터 물량을 뺏은 것에 대한 의미가 작지 않다. 하이실리콘은 TSMC의 대규모 고객사로, 지난해 TSMC 전체 매출 중 화웨이·하이실리콘의 기여도는 두 번째로 높았던 것으로 추정된다. SMIC의 핀펫 공정 수율이 안정화 단계에 도달했다는 평가다.

핀펫은 정보처리 속도와 소비전력 효율을 높이기 위해 기존 평면 형태의 칩 아키텍처를 3차원 형태로 구현한 기술이다. 삼성전자는 2014년 14나노 핀펫 공정을 세계 최초로 상용화했다.

SMIC가 핀펫 공정의 토대를 구축하기 시작한 것은 대만인인 양몽송(梁孟松) 전 삼성전자 부사장을 영입한 뒤부터다. 현재 SMIC의 공동 CEO인 양몽송 전 삼성전자 부사장은 삼성이 TSMC와 소송전까지 불사하며 데려온 인물이다.

양 CEO는 TSMC에서 17년간 연구임원으로 일한 뒤 2009년 퇴직한 핀펫 기술의 최고전문가로 2011년 삼성전자 시스템LSI 사업부에 입사해 부사장직을 맡았다. 하지만 2017년 10월 중국 SMIC에 영입됐다.

지난 4분기 글로벌 상위 10개 파운드리 업체들에 대한 매출 추정치. 사진=트렌드포스 제공
삼성전자와 TSMC의 10나노 이하대 공정 주문이 일부 대형 고객사로부터 나오는 점을 감안할 때 SMIC의 본격적인 14나노 공정 진입은 큰 의미가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상대적으로 낮은 가격을 제시해 중저가 스마트폰 AP(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 수주 등에서 이점을 가져갈 수 있기 때문이다.

14나노 공정은 이미 기술 안정화가 이뤄진데다 가격이 상대적으로 낮아 수요가 높다. 화웨이, 오포, 비보 등 현지 스마트폰 제조사들을 등에 업고 영향력을 확대할 것으로 점쳐진다.

중국 내 5G 스마트폰에 대한 수요도 SMIC에 강력한 무기가 될 수 있다. 정보통신정책연구원(KISDI)에 따르면 중국의 5G 스마트폰 판매량은 지난해 620만대에서 올해 1억3000만대로 대폭 증가할 전망이다.

대만의 IT전문매체 디지타임스는 SMIC의 공동대표인 자오 하이준(Zhao Haijun)이 최근 한 행사에서 "중국 파운드리 산업은 5G 디바이스에 대한 칩 수요로 인해 올해 회복세를 보일 것"이라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시장조사기관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SMIC의 매출은 8억4100만 달러(약 9812억원)로 전년 동기 대비 6.8% 성장한 것으로 추정된다. 이 기간 파운드리 업계 5위로 점유율 4.3%를 차지한 것으로 예상된다.

트렌드포스는 "SMIC는 4분기 중국 고객사로부터 CMOS 이미지센서와 광학식 지문인식 센서의 주문을 많이 받았다"며 "휴대폰에 들어가는 PMIC(전력반도체)의 안정적인 수요 또한 지속되면서 4분기 SMIC의 공장 가동률은 최고치에 도달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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