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조조정에 퇴직금 등 일회성 비용 급증…공장 가동 위한 자금 빠듯해져

DSCC “LG디스플레이 10.5세대 OLED 공장 가동 시점 2023년 이후될 듯”

LG디스플레이 CEO 정호영 사장이 'CES 2020' 개막을 앞둔 6일(현지시각) 라스베이거스 컨벤션센터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올해 사업 전략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LG디스플레이 제공
[데일리한국 김언한 기자] LG디스플레이가 재무 상태 악화로 경기 파주 10.5세대(2940mmx3370mm) 팹 가동에 대한 동력을 잃고 있다. 사령탑에 재무통인 정호영 사장이 선임된 이후 사업전략 수정 가능성에 무게가 실리는 분위기다.

지난해 대규모 구조조정을 단행하면서 자금 사정도 빠듯해졌다. 퇴직금 등 일회성 비용이 급증한 영향이다.

14일 업계에 따르면 LG디스플레이는 지난해 하반기 8134억원의 해외 전환사채(CB)를 발행해 확보한 자금 대부분을 구조조정으로 인한 퇴직금 등으로 소진한 것으로 알려졌다. 10.5세대 팹 가동을 위해선 또 한 번의 투자금 확보가 절실해졌다.

파주 P10 공장의 10.5세대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설비는 초대형 TV 시장에서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한 차원이다. LG디스플레이는 당초 이 라인을 2022년 가동할 계획이었다. 65·77인치 등 대형 OLED 패널 중심의 사업을 전개하기 위해서다.

LG디스플레이 내부 사정을 잘 아는 한 관계자는 "지난해 CB 발행으로 확보한 자금은 대부분 퇴직금으로 이미 지출됐다"며 "이로 인해 당장 10.5세대 팹에 대한 추가 투자 가능성을 내다보기 힘든 분위기"라고 말했다.

파주 10.5세대 공장은 중국 광저우 공장 증설을 진행한 이후에 가동될 예정이다. 정호영 LG디스플레이 사장은 6일(현지시간) 미국 라스베이거스 컨벤션센터(LVCC)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2022년 전에는 파주 10.5세대 패널이 양산에 들어갈 가능성이 낮다"고 밝힌 바 있다.

LG디스플레이 파주 공장 전경. 사진=LG디스플레이 제공
정 사장이 시기를 특정하지 않으면서 공장 가동 시점이 예상 범위 밖으로 밀려날 수도 있다는 데 무게가 실린다. 특히 정 사장이 실적 수렁에 빠진 LG디스플레이의 구원투수로 영입된 최고재무관리자(CFO) 출신인만큼 사업 추진에 더 신중한 태도를 취할 수 있다는 게 업계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LG디스플레이는 2018년에 이어 지난해에도 생산직은 물론 사무직을 대상으로 희망퇴직을 진행했다. 2018년에는 3000여명이 퇴직했지만 지난해는 이보다 규모가 커지면서 퇴직연금·퇴직위로금, 전직 지원금 등의 지출이 크게 늘었다. 지난해는 구조조정을 통해 전체 임직원의 20% 가량이 줄어든 것으로 추정된다.

업계 관계자는 "회사의 재무구조 개선이 어느 정도 이뤄져야 10.5세대 공장의 가동 시기를 결정할 수 있을 것"이라면서 "장비 구매를 위해 CB 발행을 추가로 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시장조사기관 DSCC도 10.5세대 OLED 공장의 속도조절론에 힘을 싣고 있다. 로스 영(Ross Young) DSCC 책임연구원은 최근 보고서를 통해 "LG디스플레이는 2022년 1분기 내로 10.5세대 OLED 양산에 들어가기 어렵다"며 "현재로서는 2023년 정도로 가동 시기를 늦출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이어 "당초 10.5세대 공정에 필요한 장비가 2021년 2분기 정도에 모두 설치될 것으로 예상했으나 현재로서는 2022년은 돼야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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