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괄임금제 적용 59.5%, 주당 총 근로시간 46.5시간

평균 4.7시간 초과 근무…주 52시간 초과 근무자 비중 15.4%

게임 생산자의 노동연구(게임문화 융합연구1)에 삽입된 종사자의 건강 문제 비율 표. 사진=게임 생산자의 노동 연구 보고서 갈무리.
[데일리한국 심정선 기자] 게임 업계 종사자 중 85%가 일 때문에 건강 문제가 발생했다는 보고서가 공개됐다.

13일 문화체육관광부(이하 문체부)는 '게임 생산자의 노동 연구(게임문화 융합 연구1)' 공개 보고서를 공개했다. 이 보고서는 이상규 한국문화관광연구원이 연구 및 조사책임자를 맡아 작성됐다.

해당 보고서는 회사규모 및 직군에 따른 층화를 고려해 사업체 200개의 업계 종사자 1000명을 대상으로 조사됐다.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1년간 단 한 가지라도 건강과 관련된 문제가 있었다고 응답한 종사자는 전체의 94.3%로 나타났으며, 이 중 85.9%가 건강문제의 원인을 '일 때문'으로 꼽았다.

이 같은 건강문제는 게임 업계가 가진 근무 관행인 크런치모드(crunch mode) 등이 원인인 것으로 조사됐다. 크런치 모드는 게임 출시 시점이나 대규모 업데이트 직전 등 업무량이 집중되는 시점에 전사적인 초과근무를 통해 업무 효율을 높이는 업무 방식이다.

잦은 빈도의 과도한 초과근무로 인해 일과 삶의 균형이 붕괴돼 건강문제가 발생했다는 분석이다.

아울러 일상생활의 불안정성도 문제로 꼽혔다. 주 52시간제 도입 이후 대기업을 중심으로 개선되는 추세지만 여전히 중소업체들에는 크런치 모드가 관행적으로 실시되고 있으며, 비공식적 초과근무도 존재한다.

크런치 모드에 대한 분석표. 사진=게임 생산자의 노동 연구 보고서 갈무리.
특히 노동 소외 및 탈숙련으로 인한 가치상실이 최근의 문제로 꼽히기도 했다. 이용자들의 즐거움을 위해 일하는 산업임에도 자율성, 창의성, 개성을 발휘할 수 없는 생산 관행, 노동환경이 강요되고 있다는 설명이다. 보고서는 업계가 모바일 플랫폼 위주로 재편되며, MMORPG와 RPG에 확률형아이템(가챠)를 더한 비즈니스모델(BM) 중심의 생산 공식을 강요하며 이 같은 문제가 더욱 심각해졌다고 분석하기도 했다.

이로 인해 게임 생산자의 노동 불안정성이 높아지고 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이전 잦은 이직은 게임업계의 오래된 관행이었으나, 최근에는 고용불안정성 문제로 심화되고 있다는 것. 이로 인해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이 높아져 다른 분야로 이직할 의향이 있는 종사자의 비율이 전체의 절반 이상(53.4%)을 차지하기도 했다.

한국문화관광연구원은 보고서를 통해 "현재 게임 업계는 전문성과 노하우가 축적되지 못하고 탈숙련화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며 "게임 생산자들이 본래 동경하고 기대했던 일의 즐거움과 가치, 의미가 상실됐다"고 설명했다.

한편 포괄임금제 폐지와 주 52시간제 도입으로 근무시간 및 근무조건은 점차 나아지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포괄임금제를 적용하는 곳은 59.5%로 12개 임금항목에 대해 평균 3.1개 항목을 지급하고 있다. 주당 평균 근무일수는 5일이다.

주당 총 근로시간은 46.5시간, 평균 4.7시간 초과 근무로 이전 대비 크게 개선된 것으로 나타났다. 주 52시간 근로를 초과하는 근무자의 비중은 15.4%에 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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