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불법 외부 프로그램 사용 의심 사례와 동일

3일만에 해당 스킬 삭제 등 "반복되는 늑장 대처" 분통

구석에서 매크로를 악용하고 있는 이용자. 사진=닉네임 '여신의영광' 제공
[데일리한국 심정선 기자] 그라비티의 '라그나로크 온라인'(이하 라그나로크)에서 불법 외부 프로그램(자동 동작 프로그램, 매크로)을 악용해 부당 이득을 얻었다는 의혹이 나왔다. 예상 액수도 커 게임 내 시장 경제에 영향을 줄 것으로 우려된다.

지난 6일 저녁 '라그나로크' 커뮤니티에서 매크로 사용 의혹이 제기됐다. 자동으로 동작하는 불법 외부 프로그램을 사용해 부당 이득을 챙겼다는 주장이다.

해당 의혹은 한 이용자가 도둑 전직 퀘스트 진행자만 진입 가능한 지역에서 매크로로 의심되는 한 무리의 캐릭터를 발견하며 제기됐다. 해당 매크로는 '식물 재배' 스킬을 사용할 캐릭터와 이를 보조할 캐릭터, 이를 수거할 캐릭터 등을 세워두고 가격이 비싼 재료 아이템만을 자동 취득해 이득을 챙기는 방식이다.

매크로 사용은 그라비티 측이 정한 게임 규칙에 따라 영구 블록 제재를 받을 수 있는 불법 행위다.

특히 이번 의혹은 지난 2016년 불거졌던 '식물 재배' 매크로 의혹과 동일한 경우라 이용자들의 불만이 더욱 커지고 있다. 당시 전수조사를 실시한 그라비티 측은 그런 사실이 없다고 밝히며 사건이 마무리됐으나 동일한 매크로가 다시 발견됐기 때문이다.

'유동적 제니' 사건 당시 이용자들은 캐시 불매를 외치며 해명을 요구하기도 했다. 사진=라그나로크 커뮤니티 갈무리
이후 2018년에도 동일한 의혹이 나왔다. '유동적 제니' 사태로 불리는 이 사건은 2018년 7월부터 한 판매자가 아이템 중계사이트에서 당시 시세보다 크게 낮은 금액으로 어마어마한 양의 제니를 판매한 경우다.

평균적인 생산량의 몇 백배를 넘어서는 양의 제니(인게임 머니)를 한 번에 판매하는데다, 아이템 중계 사이트 아이템매니아에서 해당 판매자로 의심되는 인물의 판매 금액을 합산하면 약 20일간의 판매액이 현금 약 2억 원에 달한다. 7월부터 11월까지 약 4개월간의 총 판매액을 합치면 7억 원 대로 추산된다.

이에 그라비티는 지난해 11월 "최근 커뮤니티에서 이슈가 되고 있는 게임머니(제니) 와 관련해서는 자체 확인 결과, 특별한 이상현상은 확인되지 않은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며 제니 생산량에는 이상이 없다는 답변을 내놓았다. 또한 이용자의 우려를 잘 알고 있다며 지속적인 모니터링을 약속하기도 했다.

이용자들은 벌써 17주년을 맞이한 게임임에도 제대로 된 전수조사도 실시하지 않는 안일한 운영 행태에 신물이 난다는 반응이다. 이용자들은 "지속적인 모니터링을 약속한지 1년 만에 똑같은 일이 발생하다니 믿을 수가 없다" "제니 소모 컨텐츠가 계속 나오는데도 제니 시세가 떨어지는 이유가 이런 것 때문인가" "몇 년전 무명섬 퀘스트 던전, 유노 전승 던전 등에서 매크로가 발견돼 논란이 일었다. 벌써 몇 번째인데도 조치가 이뤄지지 않았다"는 등의 반응을 보였다.

'라그나로크' 홈페이지에 공지된 조치 내용. 사진='라그나로크' 공식 홈페이지 강무리
그라비티 측은 9일 늦은 저녁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문제가 된 스킬 '식물 재배'를 제거한다고 공지했다. 해당 매크로가 수익을 올린 수단인 제네릭 계열의 일부 재료아이템을 NPC가 판매하도록 추가한다는 내용도 덧붙였다.

아울러 문제가 된 지역으로 이동할 수 있는 '워프포탈' 스킬 저장을 불가능하도록 변경한다고 밝혀, 매크로 악용자가 해당 지역에 결혼을 통합 소환과 '워프포탈' 스킬로 매크로 파티를 입장시킨 것으로 보인다.

이용자들은 지난 번과는 다르게 조치가 취해진 것에 만족하면서도 이후 공개하겠다고 밝힌 전수조사 결과에 집중하고 있다. 이전에 유사한 이슈가 발생했을 때 그라비티 측은 "전수조사 후 처리하겠다"고 언급했지만 아무 문제 없다며 사건을 종결했기 때문. 회사 측은 게임내 전체 맵에 대한 워프포탈 저장리스트를 전수조사 중이다.

그라비티는 "현재 문제가 되고 있는 '버섯 농장' 이슈는 특정 직업군의 스킬인 '식물 재배' 를 이용한 어뷰징이 문제로 판단해 스킬을 삭제하고 관련 아이템을 게임 내에서 판매하도록 조치했다"며 "지금까지 가급적 스킬을 삭제하지 않고 해결하기 위해 노력했지만 이슈 발생 후 스킬을 삭제, 재료 아이템을 판매하기로 결정했다"고 말했다.

이어 그라비티는 동일한 문제가 지속 발생하고 있는 등 조사 능력에 문제가 있는게 아니냐는 질문에 대해 "현실적인 방향으로 반영될 수 있도록 담당부서와 수차례 논의해 결정된 사안으로 안내가 늦어 심려를 끼쳐드린 점 사과드린다"고 답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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