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상 최대 부스와 볼거리를 제공해왔던 넥슨이 불참해 아쉬움을 남겼지만 펄어비스와 넷마블, 크래프톤, 엔젤게임즈, 그라비티 등의 게임사가 신작 최초 공개와 인플루언서 참여 이벤트를 통해 빈자리를 충분히 메꾼 것으로 평가된다.
지난해의 경우 지스타가 '게임쇼가 아니라 BJ쇼가 아니냐'는 비아냥도 나왔지만 올해는 충분히 만회한 듯 보인다. 지스타 최초 공개 타이틀을 단 신작들이 다수 출격해 국내 최대 게임쇼라는 이름값을 했기 때문이다. 게임의 질은 차치하고 일단 양적으로는 합격점이라는 뜻이다.
매년 지스타 행사장을 발로 취재하며 느끼는 것은 지스타 개최일인 첫 날, 모든 부스를 둘러보는 시간이 점점 짧아진다는 점이다. 경력이 쌓여 점점 빨리 부스를 살펴볼 수 있기 때문은 전혀 아니다. 게임쇼에 부스를 차리면서도 중심을 어디에 둔 것인지 알기 힘든 몇몇 업체와, 매년 지적되는 지스타 조직위의 미흡한 구성이 바로 원인인 듯 싶다.
수치적 흥행과는 별개로 펄어비스와 넷마블, 엔젤게임즈를 제외하면 신작에 대한 기대감을 불러일으키거나 체험해볼 수 있는 곳은 매우 드물었다.
지스타에 처음 참여한 펄어비스의 신작 4종 발표는 'E3 스타일'이라는 말이 현장에서 나올 정도로 세련됐으며 게임에 대한 기대감을 심어주기에 충분했다.
넷마블은 몇 년간 동일한 부스 구성으로 관객을 맞이했지만 그만큼 관객의 시연에 최적화된 공간으로 꾸며, 많은 이들에게 게임을 체험해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했다.
크래프톤 연합은 펍지의 '배틀그라운드' IP(지식재산권)를 활용한 아티스트 협업과 다양한 콜라보레이션, 그리고 이를 온전히 관람할 수 있는 동선을 마련해 미술관 관람 같은 분위기를 자아내 호평을 받았다.
반면 지스타 그라비티 부스는 여러가지로 사람들을 놀라게했다. 부스 한 켠에서 귀여운 '포링' 모양 솜사탕을 나눠주고 부스 체험 후 추첨을 통해 귀여운 인형을 증정했다. '브롤스타즈'를 보러온 어린이들의 흥미를 유발시키며 게임에 호기심을 갖고 이 게임이 뭐냐고 묻는 풍경도 자주 눈에 띄었다.
관람객이 한창 몰리는 오후가 되자 노출이 심한 복장의 부스 모델이 등장해 실제 행사 명칭인 '섹시 댄스'를 펼쳐보였다. 긴 치마를 입고 등장해서는 이를 뜯어내고 미니스커트를 드러내는 등의 퍼포먼스를 펼쳐 놀란 부모들은 아이들이 행여 볼세라 손을 잡아 끌며 피하기에 바빠 보였다.
차이나조이에서 조차 2016년 이후에는 이런 모델 쇼를 벌이는 곳은 매우 드물다. 함께 퍼포먼스를 지켜 본 한 게임개발자는 "수년전이랑 똑같다"면서 고개를 절래절래 저었다. 하물며 최근 게임업계에 어떤 변화가 생기고 있는지 듣기라도 했으면 이런 류의 기획은 해볼 엄두도 내지 않았을텐데....아무튼 용감하다는 생각은 들었다.
매년 지적되는 조직위의 방만한 운영 역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수치상 성장만을 앞세웠지 B2B, BTC에 참가할만한 동기를 전혀 부여하지 못하는듯 했다. 지스타 불참을 선언한 넥슨이 'X019'에 참여해 '카트라이더'의 크로스플랫폼용 신작 '카트라이더: 드리프트'를 발표하고 이벤트를 진행한 데서 무언가를 느낄 수 있기를 기대할 뿐이다.
B2B는 말할 것도 없다. B2B관을 찾은 유료 바이어 수는 증가했을수도 있다. 하지만 실제 계약으로 이어진 상담 건수는 카운팅되지도 않을 정도로 미미한 것으로 관측된다. 업계 관계자들이 부산까지 와서 B2B 부스를 차릴 이유를 찾기 어렵다는 의미다.
특히 인디쇼케이스는 생색내기에 그친 듯해 더 아쉬웠다. B2B 부스에서도 수백미터나 떨어진 곳에 위치한 입구에는 아무런 설명이나 비표도 없었다. 일반 관람객이 찾지 않는 B2B 인근인 것도 접근성이 떨어지는데 B2C 행사장에서 바로 찾아가기에도 동선이 굉장히 길었다. 그 탓에 인디쇼케이스는 토요일에도 같은 지스타행사라고 믿기지 않을 정도로 한산한 모습이었다.
이제는 양적인 성장이 아닌 질적인 성장에 대한 고민이 절실한 때다. 사실 새로운 지적도 아니다. 지스타 개최를 앞두고 열리는 지스타 조직위원회 간담회에서는 항상 똑같은 질문이 던져지지만 지스타 조직위원회의 답변도 한결같다. "노력하겠다" "고민하겠다"...등등. 올해도 결코 다르지 않았다. 더 많은 고민과 노력이 필요하다는 느낌이 강했다.
지스타 조직위원회의 길고 긴 고민의 끝을 2020년에는 만나볼 수 있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