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TCL·하이센스·하이얼 등 中 8K TV 출시…글로벌 시장서 기술력 재평가

삼성·LG 글로벌 시장 입지 축소 우려…中, 북미·유럽 등 프리미엄 시장 도전장

사진='8K 협회' 웹사이트 캡처

[편집자 주] 중국 TV가 글로벌 시장을 흔들고 있다. 올해 1분기 TCL의 북미시장 TV 출하량은 처음으로 삼성전자를 앞질렀다. '카피캣'이라는 오명을 감수하면서 성장한 중국기업이 삼성·LG의 프리미엄 시장마저 위협하는 형국이다. 중국의 기술력 부상이 우리나라 전자산업 근간을 흔드는 중요한 변수가 될 전망이다. 요동치는 글로벌 TV시장 상황을 조망해본다.

[데일리한국 김언한 기자] 가격경쟁력을 무기로 내세우던 중국의 전자기업이 삼성·LG와의 기술 시차를 좁히고 있다. TV, 스마트폰 기술 후발주자에서 벗어나 차세대 기술까지 앞서 섭렵하는 모양새다.

이미 중저가 TV 시장을 점령한 중국은 8K로 프리미엄 시장을 노리고 있다. 내년 8K 상용화가 전자업계 화두로 떠오를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서 주도권 다툼이 격화될 전망이다.

15일 업계에 따르면 내년 TCL과 하이센스, 하이얼 등 중국기업이 8K TV를 출시할 계획이다. 글로벌 TV 점유율 3위 TCL은 내년 초 관련 제품 두 종을 글로벌 시장에 내놓는다. 당초 올해 말 제품을 선보일 예정이었으나 일정을 늦췄다.

테크레이더 등 외신에 따르면 TCL의 8K TV는 내장형 카메라를 갖춰 증강현실(AR) 콘텐츠를 지원한다. 4K 이하 콘텐츠를 8K로 전환하는 '업스케일링(Upscaling)' 기술도 자체 보유했다. 8K 시대가 본격 개화하기 전까지 인공지능(AI) 기술로 영상 품질을 높인다.

하이센스와 하이얼은 첫 진출 무대를 유럽으로 정했다. 두 회사는 8K TV를 내년 초 유럽에 먼저 출시한다. 보급형 TV 중심의 전략을 구사하던 중국 전자기업이 프리미엄 시장을 우선 공략하는 데 의미를 뒀다. 중국 전자산업 기술력이 글로벌 시장에서 재평가됨에 따라 삼성전자·LG전자의 입지가 좁아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전자업계 한 관계자는 "과거에는 삼성이나 LG가 신기술에 투자해 차세대 제품을 출시, 이를 통해 상당기간 수익을 내고 다른 기술로 이동하는 형태였다"며 "하지만 몇 년 사이 중국의 추격이 빨라지면서 우리나라 기업의 기술 선점 효과가 약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8K는 해상도를 결정하는 픽셀(화소) 수가 가로, 세로 각각 7680개, 4320개다. 8K TV는 2017년말 샤프가 최초로 출시한 뒤 지난해 삼성전자가 '8K QLED'를, LG전자의 경우 올해 하반기 관련 제품을 출시했다. 8K라는 기술표준만 놓고 볼 때 중국 기업과 삼성·LG와의 차세대 제품 출시 간격이 크게 좁혀진 셈이다.

사진=LG전자 제공
하지만 내년 중국의 8K 진출을 큰 의미가 있는 것으로 판단하기에는 이르다는 시각도 있다. 박경선 IHS마킷 이사는 "중국 제조사는 8K가 당장 프리미엄으로 받아들여지기 어렵다는 점을 인지하고 있다"며 "가격 메리트 없이 중국이 8K로 글로벌 영향력을 확대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은 OLED(유기발광다이오드) TV 확산에도 화력을 집중하는 모습이다. 하이센스는 지난해 호주에서 OLED TV를 출시했다. 올해는 영국과 일부 유럽 지역에 OLED TV를 내놓았다. 하이센스는 내년 북미지역에도 관련 제품을 출시할 것으로 전해졌다.

현재 OLED TV를 출시한 중국 기업은 스카이워스·하이센스·창홍 등이다. 내년에는 IT공룡 샤오미도 OLED 진영에 합류함에 따라 차세대 TV 경쟁이 치열해질 전망이다. 가성비를 앞세운 전략을 취할 것으로 예상된다.

우리나라 디스플레이 기술도 위협받는다. 중국 OLED TV 제조사는 패널을 LG디스플레이에 공급받고 있지만 중장기적으로는 내재화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분석된다. BOE 등 중국 디스플레이 기업이 대규모 투자를 통해 시장 진입을 준비하고 있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삼성의 최근 QD 디스플레이 투자는 삼성의 차세대 TV 전략이 OLED로 옮겨갔다는 것을 의미한다"면서도 "하지만 중국은 정부 차원에서 OLED 투자를 크게 확대하고 있어 이 기술 역시 수년 내로 따라잡힐 수 있다"고 우려를 나타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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