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 업계 악재 지속, 넷마블 주가 2년새 반토막

제조업 융합으로 낮은 성장세 탈피, 업계 "긍정 평가"

방준혁 넷마블 의장. 사진=넷마블 제공
[데일리한국 심정선 기자] 넷마블이 웅진코웨이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되며 인수 가능성이 높아졌다. 방준혁 넷마블 이사회 의장이 약 1조8000억원의 뭉칫돈을 건 깜짝 베팅에 성공하는 모양새다.

투자은행 업계와 웅진그룹에 따르면 웅진코웨이 대주주인 웅진씽크빅은 14일 이사회를 열고 자회사 웅진코웨이 매각을 위한 우선협상대상자로 넷마블을 선정했다.

앞서 넷마블은 웅진씽크빅이 보유한 웅진코웨이 지분 25.08%를 인수하겠다고 밝히며 1조8000억원 중반대의 인수자금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10일 마감된 매각 본입찰엔 넷마블과 외국계 사모펀드(PEF) 베인캐피털이 참가한 바 있다.

웅진그룹과 넷마블은 이르면 이달 말 매매계약을 체결하고 올해 안에 계약을 마무리하겠다는 방침이다. 이번 매각을 통해 넷마블은 국내 최대 렌털 기업을 인수, 이종 사업에 도전하게 됐다.

◇좋지 않은 업계 상황…2년새 주가 반토막

넷마블의 52주 주가 상황. 사진=네이버 금융 제공
방 의장의 깜짝 빅딜은 여러모로 주목 받고 있다. 특히 국내 게임 업계가 장기적인 정체에 잠겨있는 만큼 완전히 다른 분야에 도전하는 방 의장의 행보에 이목이 쏠린다.

국내 게임 산업은 2017년부터 현재까지 내·외적 요인으로 침체기에 빠져있다. 먼저 2017년 초부터 약 37조원 규모로 추정되는 중국 시장에 진출하지 못하고 있다. 중국 정부는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사드) 사태 이후 중국에 게임을 출시하기 위한 일종의 허가증인 '판호'를 한국 개발사에게 내주고 있지 않다.

판호 발급이 가능했던 2016년 중국 시장 수출액이 1조2950억원대 였다는 것을 생각하면 1조 시장 하나가 사라진 셈이다.

여기에 중국 게임사의 저돌적인 공세에 밀린 탓도 크다. 이들은 국내 개발사의 중국 진출이 힘들어진 틈을 타 국내 게임 시장에 대거 진출했다. "문제가 생기면 사후 조치한다"는 식으로 한국 정부의 정책, 규제를 무시하고 서비스와 광고를 진행해, 현재 매출 상위권에 다수 포진하며 국내 게임사의 설 자리를 뺏고 있다.

엎친데 덮친 격으로 2019년 1월 주 52시간제 도입이 다가오며 넷마블은 기존 업무 방식과 인력을 대대적으로 개편했다. 바람직한 변화지만 해외 게임에 대응할 수 있었던 원동력인 속도전과 물량공세가 힘을 잃게 돼, 여러 게임의 출시 시점이 늦어지고 업데이트 주기도 길어지게 됐다.

지난 5월에는 세계보건기구(WHO)가 게임 이용장애(Gaming Disorder)를 질병코드 ‘6C51’로 지정하며 국내 도입이 논의되고 있다. 아직 도입이 결정되지 않았지만 업계와 정부, 학계 그리고 의학계에 걸쳐 찬반 논란이 일고 있는 만큼 업계에 드리운 먹구름은 한동안 걷힐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다.

이로 인해 지난해 넷마블의 매출은 2조213억원으로 전년동기대비 17% 감소했고 영업이익 또한 2417억원으로 53% 가량 급감했다. 2017년 5월 16만2000원으로 코스피에 상장한 넷마블은 약 2년 5개월만인 10월 14일 현재 기준 9만2300원의 종가를 기록하며 43% 가량 하락했다.

◇'리니지2 레볼루션·블소 레볼루션' 이후 히트작 침묵

'블소 레볼루션' 이미지. 사진=넷마블 제공
올해 이렇다할 흥행작을 내놓지 못한 것도 주가 하락의 원인이 되고 있다. 엔씨소프트의 핵심 IP(지식재산권) '리니지2'를 활용한 게임 '리니지2 레볼루션'을 2016년 출시해 매출 순위 상위권에 올렸고. 동일하게 엔씨소프트 IP로 개발한 '블레이드앤소울 레볼루션' 또한 매출 순위 상위권에 자리했지만 이후 작품들은 기대치에 못 미쳤다.

이런 상황에서 2013년 출시 이후 오랫동안 캐시 카우를 맡아온 '모두의마블'이 매출 순위 20위 중반으로 하락하며 신 성장 동력이 필요해져, 올해 출시 예정 타이틀들에 거는 기대가 컸다.

그러나 올해 출시된 '일곱개의 대죄: 그랜드 크로스', '킹 오브 파이터 올스타', 'BTS WORLD'는 초반 흥행에도 불구하고 기대 이하의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각 게임은 14일 기준 구글플레이 매출 순위 24위, 67위, 100위에 머물러 있다.

이 게임들은 모두 유명 IP에 기반해 만들어진 타이틀이라 개발 시작 단계부터 큰 기대를 받아왔기에, 낮은 성적으로 인한 시장의 실망도 컸다. 넷마블의 입장에서는 분위기 반전을 위한 한 방이 필요한 시점이다.

◇다시 띄운 승부수, M&A 반등 가능할까

넷마블 전경. 사진=넷마블 제공
넷마블 방준혁 의장은 공격적인 투자를 통해 회사의 위기를 반전시키는 승부사적 기질을 보여왔다. 앞서 언급한 '리니지2'와 '블레이드앤소울' IP를 얻어낼 수 있었던 2015년 엔씨소프트와의 지분 교환도 이러한 공격적 투자로 얻어낸 성과다.

지난 2016년 12월에는 캐나다의 대형 게임 개발사 '카밤'을 인수했다. 당시 넷마블 연매출 규모는 1조원이었지만 인수 대금으로 9000억원을 투입하는 공격적 M&A였다. 이를 통해 넷마블은 2017년 5월 공모가 15만7000원, 시가총액 13.5조원의 대장주로 코스피에 입성할 수 있었다.

그러나 국내외 악재 지속으로 주가가 지속하락하자 다시금 M&A 승부수를 띄우게 된다. 지난 1월 넥슨 인수전에 뛰어든 것. 이에 성공하지 못하자 비 게임사업으로 눈을 돌리는 모습이다.

넷마블의 비 게임사업 진출은 이전에도 몇 차례 있어 왔다. 지난 2011년 보안장비 솔루션업체 인콘을 인수한 뒤, 넷마블 상장 즈음에 매각해 시세 차익을 얻었다. 지난해 초에는 암호화폐 거래사이트 '빗썸' 인수전에 뛰어들었다 무산되기도 했다.

이후 빅히트엔터테인먼트에 2000억원을 투자해 대주주로 올라서 '방탄소년단' IP를 활용한 게임을 내놓겠다고 밝혀 업계의 이목을 집중시키기도 했다.

◇시장 "제조업과의 융합, 긍정적"

업계와 투자은행은 넷마블의 이러한 시도를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다. 게임 산업만으로 성장 정체를 타파하기 어렵기에 '구독경제'를 통해 안정적인 신성장동력을 확보한다는 해결책이 시장에 어필한 것으로 보인다.

웅진코웨이는 자체 영업이익이 올해 5000억원 수준으로 캐시 카우 역할에 충분하다는 해석도 많다. 금융 업계는 단기적 시너지보다는 장기적인 실적 안정화 목적이 큰 것으로 보고 있다.

키움증권 측은 "두 회사 간 단기적 시너지는 제한적일 것으로 보인다"며 "안정적인 재무구조에 기반해 장기적인 성장을 이룰 것"이라고 전망했다.

매출 예측이 힘든 게임 분야에 안정적인 매출을 기록하는 제조업 기반 산업을 추가하는 산업 다각화는 기업 가치 보존에 긍정적으로 해석된다는 설명이다.

한편 넷마블은 14일 오후 1시 웅진코웨이 우선협상대상자 선정 관련 컨퍼런스콜을 진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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