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P·델·레노버·에이서 등 글로벌 PC제조사 '중국 엑소더스' 가속
12월 15일 중국산 전자기기 15% 관세 부과 대상, 가격인상 가능성
[데일리한국 김언한 기자] 글로벌 PC제조사들이 '중국 엑소더스'를 가속화함에 따라 올해 수익성 타격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미국의 관세 인상을 대비하기 위한 조치가 가격인상이란 형태로 소비자에게 전가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14일 업계에 따르면, 에이서의 제이슨 첸 CEO는 최근 대만 디지타임스와 인터뷰에서 "미국이 지난해 중국으로부터 수입하는 데스크톱에 대해 관세를 부과하자 HP, 델, 에이서, 에이수스텍 등 PC제조사는 영향을 받는 제품의 판매가격을 인상, 소비자에게 부담을 전가했다"고 밝혔다.
오는 12월 15일 미국 트럼프 행정부가 중국산 휴대전화와 노트북 등에 15% 관세를 부과할 경우 제품 가격 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중국에 생산라인을 둔 기업이 탈중국에 나서면서 이전 비용을 판매가격에 포함시킬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HP, 델 등 미국 PC제조사 또한 중국 내 노트북 생산라인 중 최대 30%를 동남아시아로 이전할 계획이다. 미국과 중국의 무역분쟁 장기화로 불확실성이 고조되고 있어서다. 이 기업들은 중국 장쑤성과 상하이, 충칭 등에서 노트북을 위탁생산(EMS)해왔다.
델은 이미 대만과 베트남, 필리핀 등에서 제품 시험생산을 시작한 것으로 전해졌다. 레노버, 에이서 등 중화권 PC 제조사들 역시 생산지 이전을 검토 중이다.
미중 무역분쟁 장기화로 하반기 글로벌 PC 판매에도 부정적 영향이 나타날 전망이다. 정상화되고 있는 인텔의 CPU 공급이 PC 수요 개선의 '방아쇠'를 당기지 못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제이슨 첸 에이서 CEO는 "계절적인 영향으로 하반기 PC 수요가 개선될 예정이나 미국과 중국의 무역전쟁, 일본과 한국 사이에 흐르는 긴장이 PC 수요 개선을 억누르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또 "노트북 등에 대한 중국산 제품에 대한 관세는 미국 정부에만 혜택을 줄 것"이라며 "공급업체와 소비자가 결국 부담을 떠안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시장조사기관 IDC에 따르면, 글로벌 PC 출하량 1위는 미국 기업인 HP다. 3위는 미국의 델로, 두 기업의 글로벌 점유율은 40%에 이른다. 두 기업이 동남아사이로 생산라인을 옮길 경우 중국이 연쇄적으로 타격을 입을 것으로 관측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