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주 'P8' OLED 팹으로 순차 전환…생산직 2000~3000명 감원 예상

8100억원 규모 CB 발행, 투자자 확보 위해 올해 생산직 감원 확대 우려

한상범 LG디스플레이 부회장. 사진=LG디스플레이 제공
[데일리한국 김언한 기자] 최근 대규모 해외 전환사채(CB) 발행을 결정한 LG디스플레이를 두고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생산직 감원 등 구조조정에 나설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일각에선 2000~3000명의 LCD(액정표시장치) 관련 인력이 감원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13일 업계에 따르면, LG디스플레이는 파주 LCD(액정표시장치) 공장인 'P8'의 OLED(유기발광다이오드) 전환을 앞두고 있다. 투자자 확보를 위해 OLED 전환에 속도를 내는 한편, 인력 감원에 따른 펀더멘털 개선을 부각시킬 것으로 예상된다.

LG디스플레이는 올해 말까지 파주 LCD 라인인 'P8-2'를 OLED로 전환할 계획이다. 또 다른 라인인 'P8-1'은 올해 전환 계획이 구체화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P8과 함께 전환 가능성이 높다고 거론돼온 LCD 공장 'P7'은 당분간 계획에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

내년 2, 3분기 내에는 P8 전체를 OLED 라인으로 전환한다는 게 LG디스플레이 내부 방침이다. 이 회사는 지난달 31일 8134억원 규모의 해외 전환사채를 발행키로 결정했다. 대규모 전환사채 발행과 OLED 전환을 앞두면서 올해 인력 감원 규모가 당초 예상보다 커질 것이란 전망도 나오고 있다.

LG디스플레이 내부사정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현재 상황에서 인력 감원없이 P8 일부 라인만 셧다운(폐쇄)한다고 할 경우, 투자자를 모집하는 것이 쉽지 않을 것"이라며 "다만 내부 반발을 줄이기 위해 순차적으로 LCD 라인을 OLED로 전환하면서 감원에 대한 속도조절에 나설 수는 있다"고 전망했다.

LCD 라인에서 OLED 전환배치 가능 인력은 드라이에칭(건식 식각) 등 일부 공정 엔지니어 외에 지극히 한정적이기 때문에 전환 과정에서 전체 직원의 10분의 1에 해당하는 인력이 회사를 떠날 것으로 예상하는 시각도 있다.

업계 관계자는 "중국 기업의 LCD 생산능력 증가로 OLED로의 전환은 피할 수 없는 선택"이라면서도 "P8을 OLED 라인으로 전환하면 2000~3000명의 LCD 관련 인력이 회사를 나갈 수밖에 없다"고 예상했다.

이에 대해 LG디스플레이 관계자는 "올해 경영환경이 좋지 않을 것으로 예상돼 경영 효율화 방안을 논의하고 있는 것은 맞지만, 아직 구체적으로 결정된 내용은 없다"고 말했다.

LG디스플레이 파주공장 전경. 사진=LG디스플레이 제공
LG디스플레이는 지난해 3분기 창사 이래 최초로 희망퇴직 신청을 받은 뒤부터 인력 규모가 빠르게 줄어들고 있다. 지난해 말까지 정규직으로 분류되는 '기간의 정함이 없는 근로자'의 수는 3만366명이다. 지난해 3분기 3만2933명에서 3개월 동안 2500명 이상이 회사를 떠난 셈이다.

같은 기준으로 올해 3월까지 직원수는 3만299명이다. 올해 3000여명이 회사를 떠난다고 가정할 경우 3월말 기준에서 10분의1에 해당하는 인력이 감소하게 된다.

LG디스플레이는 주력 사업인 LCD 패널 가격이 급락하면서 수익성이 악화하고 있다. 올 상반기까지 LG디스플레이의 누적된 영업적자는 약 5008억원에 이른다. 매출에서 LCD가 차지하는 비중은 70% 이상을 차지한다. LCD에서 발생한 수익을 OLED에 투자해야 하지만 LCD 판가 하락으로 현금 창출에 애를 먹고 있다.

지난 2분기 LG디스플레이의 부채 비율은 142%다. 2012년 4분기에 기록한 139% 이후 26분기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부채 총액도 지난 1분기보다 3.9% 늘어난 20조8720억원에 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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