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산 대체 어려운 핵심 소재 및 장비 겨냥

삼성·SK하이닉스 생산차질 최소화 방안 모색

사진=삼성전자 제공
[데일리한국 김언한 기자] 일본의 대한국 수출규제가 반도체 소재 뿐 아니라 전방위로 확산되면서 국내 전자산업의 내상이 깊어질 것이란 우려가 팽배하다. 일본 의존도가 높은 반도체·디스플레이 관련 소재 및 장비로 인해 국내 전자산업 생태계가 최악의 상황을 맞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일본 정부는 2일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 주재로 각의(국무회의)를 열어 한국을 수출절차 간소화 혜택을 인정하는 '백색국가'(화이트 리스트) 명단에서 제외하는 수출무역관리령 개정안을 의결했다.

개정안은 내주 중 공포가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시행 시점은 이달 하순이 유력하다. 화이트리스트에서 제외된 한국은 1100여개 수입 품목에 대해 일본으로부터 품목별로 허가를 받아야한다. 여기에는 웨이퍼, 블랭크 마스크 등 반도체 핵심 소재 뿐 아니라 식각, 노광장비 등 필수 장비도 다수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 품목은 일본으로부터 공급이나 수입이 제한되면 사실상 대체재를 찾기 쉽지 않다. 수입 거래선이 다변화돼 있지 않고, 국산으로 대체하더라도 실제 적용하기까지 공정 평가와 적합성 평가 등을 위한 시간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 드는 비용 또한 만만치 않다.

현재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일본산 웨이퍼 의존도는 50%대로 알려졌다. 웨이퍼는 메모리와 비메모리 전반에 걸쳐 사용되는 필수 소재다. 일본의 섬코와 신에츠화학이 전세계 점유율 53%를 차지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국내 기업인 SK실트론 외에 대만·독일 제품에 대한 비중을 늘릴 수 있지만 웨이퍼의 타이트한 수급이 이어지는 현재 상황에선 타격이 불가피하다는 진단이다.

사진=연합뉴스
7나노 EUV(극자외선) 공정을 위해선 일본기업 호야의 블랭크 마스크도 필수적이다. 블랭크 마스크는 메모리와 비메모리 반도체 전반에 걸쳐 사용되는 필수 소재다. EUV 공정 적용 확대를 앞두고 있는 삼성전자가 고객사 확보에 차질을 빚을 가능성이 거론된다. 블랭크 마스크의 일본 업체 시장 점유율은 80% 이상을 차지한다.

일본은 블랭크마스크용 유리 소재, 반도체 웨이퍼 제조용 석영도가니 등과 같은 국내에 대체재가 없는 품목을 겨냥했을 가능성이 짙다. 업계에 따르면 수입 규모가 크고 일본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고위험 품목은 전체 83개로 이 중 반도체 디스플레이 소재/부품/장비는 37개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생산 차질을 최소화하기 위해 국내 제품을 포함한 여러 업체의 소재를 테스트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관계자는 "일본의 화이트 리스트 제외로 인해 국내 반도체·디스플레이 업체들의 생산 차질이 예상된다"며 "반도체·디스플레이 성장이 꺾인 상황에서 국내 기업의 부담이 더 커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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