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크로LED TV 대중화 예상시기 늦춰, 높은 제조원가 '발목'

삼성전자 '더 월' 가격 수억원대…마케팅 소구점 찾기 어려워

한종희 삼성전자 영상디스플레이사업부 사장. 사진=삼성전자 제공
[데일리한국 김언한 기자] 삼성전자가 마이크로 LED TV의 대중화 시기를 놓고 고심하고 있다. 일반 가정용 보급을 위해선 100인치 이하대 제품 개발에 주력해야하지만 기술 난도가 높아져 제조원가 절감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

25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내부적으로 마이크로 LED TV의 대중화 목표 시기를 2024년 이후로 재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초 2021년 이후부터 가정용 제품 수요가 늘어날 것으로 봤으나 최근 시기를 조정했다.

마이크로 LED 제조원가가 하락하는 시점을 고려한 것으로 해석된다. 시장조사기관 IHS마킷은 75인치 마이크로 LED 디스플레이 제조원가가 2026년에 이르러서야 현재의 5분의1 수준으로 떨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100인치 이상 마이크로 LED TV의 경우 현재 수억원을 호가하는 특성상 마케팅 소구점을 만들어내기 쉽지 않은 상황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기술을 시작하는 단계에서 수요를 이끌어내려 하다보니 일반 소비자를 대상으로 판매가 어렵다"며 "이에 따라 삼성 내부적으로 제품 대중화가 가능한 시기를 5년 뒤로 파악하고 있다"고 말했다.

삼성전자는 지난 12일 마이크로 LED TV인 '더 월'의 홈시네마용 제품 '더 월 럭셔리'의 글로벌 판매에 들어갔다. B2C(기업과소비자간거래)용 제품이지만 글로벌 수퍼리치(Super-rich)를 겨냥한 제품이다. 현재 146·219·292인치 3가지 제품으로 판매되며 가격은 수억원을 호가한다.

삼성전자의 마이크로 LED TV '더 월'. 삼성전자 제공
삼성전자는 올해 75인치 등 가정용 규격이 들어간 더 월 럭셔리로 B2C 시장을 공략한다는 방침이지만 수요는 극히 제한적일 것이란 관측이 우세하다. 대중화가 가능한 범위 내에서 가격을 낮추기 어렵기 때문이다.

마이크로 LED는 마이크로미터(㎛) 단위의 초소형 칩 하나하나가 소자가 되는 기술이다. 146인치 더 월의 LED 소자 크기는 가로·세로 각각 125㎛, 225㎛인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75인치 제품의 소자 크기는 가로·세로 각각 34㎛, 85㎛인 것으로 파악된다.

소자 크기가 작아질수록 원하는 위치에 붙여 화면을 만드는 기술의 난도가 높아진다. 크기가 작은 마이크로 LED TV일수록 제조원가 절감이 쉽지 않다는 의미다.

차세대 기술에 대한 의미는 크지만 B2C 경로를 통한 수요가 극히 제한적일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초프리미엄 제품으로 마케팅 소구점을 잡더라도 현재의 20분의1까지 공급가격이 떨어져야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IHS마킷은 오는 2026년 마이크로 LED 출하량이 세계 평면 디스플레이 시장의 0.4%에 불과할 것으로 내다봤다.

업계 관계자는 "마이크로 LED TV의 높은 제조원가는 제품 보급 확산에 최대 걸림돌이 될 수 있다"며 "공급가격을 1억원 이하로 떨어뜨리더라도 초고가 제품 특성상 수요를 크게 늘리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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