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전자, 퀄컴과 이달말 라이선스 계약 종료…재계약 진전 없어

LG 스마트폰 입지 미약, 삼성과 달리 협상 우위 점하기 어려워

지난 1월 미국 네바다주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CES에서 퀄컴의 5G 제품 부스. 사진=연합뉴스
[데일리한국 김언한 기자] LG전자와 퀄컴간 라이선스(특허사용) 재계약 협상이 진전을 보이지 않으면서 26년간 이어져온 양사의 협업관계에도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LG전자 5G 스마트폰이 초반 흥행을 이어가는 상황에서 돌발 변수가 생길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17일 업계에 따르면, LG전자와 퀄컴의 라이선스 계약은 이달 30일부로 만료될 예정이다. 하지만 아직까지 LG전자와 퀄컴은 공정위에 라이선스 관련 재계약을 보고하지 않은 상태다.

LG전자는 스마트폰용 AP(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 물량을 전적으로 퀄컴에 의존하고 있다. 삼성이 AP와 모뎀칩을 자제 설계하는 것과 달리 LG전자는 제품 설계 능력이 없기 때문이다. LG 5G폰에는 퀄컴의 AP와 5G 모뎀칩이 별도로 들어간다.

지난 5월 미국 법원이 퀄컴에 반독점법을 위반했다는 판결을 내린 것이 양사간 라이선스 재계약 협상이 늦어지는 배경이 된 것으로 파악된다. LG전자가 사용료를 낮추는데 유리한 협상을 이끌어낼 수 있다는 판단으로 양사간 이견을 좁히지 못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지난 12일(현지시각)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LG전자 측은 퀄컴의 반대편에서 "퀄컴으로부터 라이선스 계약 연장에 대해 압력을 받아왔으며 퀄컴의 조건에 따라 계약을 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라는 입장을 미국 법원에 전달했다.

퀄컴은 라이선스 비용으로 국내 스마트폰 제조사에 스마트폰 도매 공급가의 5%를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연방거래위원회(FTC)에 따르면 퀄컴은 '라이선스 없는 칩 제공은 없다(no license-no chip)'는 점을 원칙으로 삼고 있다. LG전자와 퀄컴은 지난 2018년 기존 계약을 해지한 뒤 재계약을 추진하는 과정에서부터 이견이 나타난 것으로 파악된다.

LG전자 관계자는 "퀄컴으로부터 받는 칩에 대한 계약과 라이선스에 대한 계약은 별개 문제"라며 "퀄컴과 다양한 분야에서 협력관계를 유지하고 있으며 LG전자 스마트폰 공급에는 문제가 없다"고 말했다.

LG전자의 5G 스마트폰 'V50 씽큐'. 사진=LG전자
일각에선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에서 입지가 미약한 LG전자가 퀄컴의 요구를 수용할 수밖에 없다는 진단도 나온다. 지난 2017년부터 라이선스 소송전을 벌여온 애플과 퀄컴은 지난 4월 합의를 이뤘다. 5G 아이폰을 준비하는 애플에 5G 모뎀칩을 제공할 수 있는 기업은 퀄컴, 삼성전자, 하이실리콘 정도로 선택지가 많지 않기 때문이다.

업계는 LG전자의 스마트폰 출하량이 낮은 점을 들어 퀄컴과의 협상에서 우위를 가져가는데 어려움이 있다고 판단한다. 시장조사기관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LG전자의 지난 1분기 스마트폰 출하량은 상위 10개 기업 가운데 가장 큰 폭으로 감소했다.

이 기간 680만대의 스마트폰을 출하해 전년 동기 대비 40%가 줄었다. 올해는 3000만대를 채우지 못할 것으로 전망된다. 올해 삼성전자 스마트폰 출하량이 3억대를 넘길 것으로 예상되는 것과 대비된다.

중저가폰 비중을 키우고 있는 LG전자는 스마트폰 출하량 감소에 더해 제품 ASP(평균판매가격)도 하락하고 있는 실정이다. 시장조사기관 IHS마킷에 따르면 지난해 LG전자 스마트폰 ASP는 232달러다.

같은 기간 삼성전자 스마트폰 ASP는 319달러, 화웨이는 265달러를 기록했다. 퀄컴이 특허사용료로 스마트폰 제조사에 제품 도매 공급가의 5%를 받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퀄컴 입장에선 LG전자가 더 이상 주요 고객사가 아니게 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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