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vs TSMC, '5G 모뎀칩' 수주 경쟁…애플, 아이폰에 퀄컴칩 채용할듯

올해 EUV 공정 안정화가 승패 가를 변수…삼성, '파운드리' 육성 본격화

지난 1월 미국 네바다주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CES에서 퀄컴의 5G 제품 부스. 사진=연합뉴스
[데일리한국 김언한 기자] 애플이 2020년경 5G 아이폰을 출시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삼성과 TSMC간 5G 모뎀칩 수주 경쟁이 치열하게 전개될 전망이다. 모뎀칩을 공급하게 될 퀄컴은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업계 최대 고객사다.

23일 업계에 따르면, 애플이 퀄컴과의 특허 소송을 중단함에 따라 아이폰 5G 모델에 퀄컴의 칩이 장착될 것이란 관측이 우세하다. 현재 퀄컴은 1세대 5G 모뎀칩인 '스냅드래곤 X50'의 양산을 삼성 파운드리와 대만 TSMC에 맡기고 있다. 하지만 최신 AP(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인 '스냅드래곤 855'는 TSMC가 전량 양산한다.

차기 모뎀칩 양산 물량을 얼마나 넘겨받느냐에 따라 양사의 희비가 갈릴 것으로 보인다. 애플은 전세계 스마트폰 시장 2위 기업이다. 삼성전자가 퀄컴 칩 물량을 대량 수주할 경우 TSMC와 격차를 좁히는 전환점이 마련될 것으로 기대된다.

올해 5G 아이폰이 출시될 경우 TSMC 손을 들어줄 가능성이 크지만 내년에는 삼성이 우위를 점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삼성전자는 연내 EUV(극자외선) 노광기술로 6나노 공정을 시작한다. 내년에는 EUV로 5나노 제품 양산에 들어갈 전망이다. 경쟁사인 TSMC는 내년 1분기 EUV로 6나노 공정의 '위험 생산(risk production)'에 돌입한다.

김수겸 IDC코리아 부사장은 "내년에는 삼성이 EUV 기반 5나노 기술력으로 유리한 조건을 확보하게 된다"며 "퀄컴으로부터 원칩 버전을 받는다면 삼성 파운드리에 주문이 몰리는 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고 진단했다.

현재 TSMC는 액침 불화아르곤(ArF) 방식의 7나노로 앞서간 것을 기반으로 하이실리콘과 미디어텍의 5G 모뎀칩 물량을 이미 확보한 상태다. 외신에 따르면 TSMC는 퀄컴의 차기 AP인 '스냅드래곤 865' 물량도 수주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삼성이 EUV 공정 안정화에 돌입할 경우 퀄컴이 일부 스냅드래곤 865 물량을 삼성에 위탁할 것이란 관측도 전해진다.

사진=애플 제공
퀄컴은 내년 상반기 AP와 5G 모뎀칩이 하나로 합쳐진 2세대 제품 출시를 앞두고 있는 상황이다. 애플은 아이폰용 자체 AP를 갖추고 있지만 어떤 선택을 할지는 뚜껑을 열어봐야 알 수 있다. 그간 애플은 퀄컴과의 소송전에 돌입하며 인텔의 모뎀칩만을 사용해왔다. 하지만 인텔의 제품 개발이 늦어져 차세대 제품 경쟁력도 뒤처진 상태다.

아이폰 5G 제품 출시까지 1년 이상의 시간이 남은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미세공정에서의 주도권 확보가 삼성과 TSMC의 승패를 가를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삼성전자는 이달 내로 EUV 7나노 기반 제품을 출하한다는 계획이다. 최근에는 EUV로 5나노 공정 개발에 성공하며 TSMC보다 한 발 앞섰다.

경쟁사인 TSMC는 2020년 상반기 내 5나노 공정으로 대량양산 채비를 갖춘다는 방침이다. 내년 어느 쪽이 먼저 EUV로 5나노 공정을 시작할지가 관전포인트다.

애플이 공급사를 다변화하는 상황에서 삼성전자 시스템LSI사업부가 설계한 5G 모뎀칩을 채용할 가능성도 아직 남아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애플은 당초 삼성전자가 설계한 5G 모뎀칩 공급을 요청했으나 삼성은 물량 부족을 이유로 이를 거절한 것으로 전해졌다.

최근 대만의 디지타임스는 익명의 관계자 말을 인용해 "삼성이 애플에 5G 모뎀칩 공급을 조건으로 애플의 A-시리즈(AP) 일부 물량에 대한 위탁생산을 요구할 수도 있다"고 보도했다.

저작권자 © 데일리한국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