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립 50주년 삼성전자 정기주총…김기남 "기술장벽 격차 유지하겠다"
1000명 이상 주주 참석, 올해 中굴기 따른 우려 속 격려·항의 이어져
20일 서울 서초사옥에서 개최된 삼성전자 주총은 오전 9시에 시작해 2시간30분 넘게 이어졌다.
이날 주총에는 9시 등록기준 주주와 기관투자자 등 약 511명이 참석했으나 개막 후에도 입장이 이어지면서 1,000여명이 참석했다. 현장은 개막 1시간 전부터 주주들이 몰리면서 일찌감치 좌석이 대부분 채워졌다. 지난해 액면분할을 통해 삼성전자 주식 1주가 50주로 쪼개지면서 소액주주들의 참석이 크게 늘어난 것으로 추정된다.
이날 주총에 상정된 △재무제표 승인 △이사 선임 △이사 보수한도 승인 등은 원안대로 의결됐다.
주총에서 김한조 하나금융나눔재단 이사장과 안규리 서울대 의대 교수의 신규 선임, 박재완 전 기획재정부 장관의 재선임안 등 사외이사 선임 안건이 원안대로 통과됐다. 당초 박 전 장관과 안 교수에 대해서는 사외이사 후보로 부적절하다는 의견이 나오긴 했으나 통과가 이뤄졌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이날 주총에 참석하지 않았다.
이사회 의장을 맡은 김기남 삼성전자 부회장은 인사말을 통해 "지난해 대내외적으로 어려운 경영여건에서도 TV 13년 연속 글로벌 1위, 스마트폰 글로벌 1위, 반도체 글로벌 1위를 달성하며, 연결기준 매출 244조원, 영업이익 59조원으로 사상 최대의 실적을 기록했다"고 말했다.
이날 삼성전자는 창립 50주년을 맞은 '뜻깊은 해'라는 점을 강조했지만 반도체 위기가 장기화될 수 있다는 데 주주들이 우려를 표하며 긴장감이 도는 상황이 이어졌다.
서울 구로구에서 왔다고 소개한 한 주주는 권오현 회장이 쓴 책 '초격차'를 소개하며 "앞으로 삼성의 초격차가 얼마나 유효할지 의문이 들어 권오현 회장의 초격차를 들고 나왔다"며 "지난 4분기 삼성전자 매출이 떨어진 것을 걱정하진 않으나 100년뒤 삼성의 매출이 궁금하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김기남 부회장은 "반도체 사업은 자본의 투자가 중요하지만 거기 못지 않게 중요한 것이 기술장벽 격차"라며 "자만하지 않고 최고의 경쟁력을 유지토록 하겠다"고 답변했다.
중국 반도체 굴기에 따른 국내 반도체 시장 타격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한 주주는 "중국 반도체 굴기에 대비하는 대책이 무엇인지를 알려달라"고 말했다.
김 부회장은 이에 대해 "글로벌 경기 위축, 수요에 대한 불확실성으로 반도체 시장을 예측하기가 쉽지 않은 것이 사실"이라며 "5G, AI 등 다가올 미래에는 고성능 및 고용량 반도체가 지속 증가함에 따라 중장기 반도체 수요는 견조할 것"이라고 답했다.
경영진을 격려하는 의견도 나왔다. 한 주주는 "지난해 삼성 반도체 매출이 인텔을 이긴 것에 대해 매우 자랑스러웠다"며 삼성전자를 응원했다. 또 다른 주주는 "삼성전자 임직원에 진심으로 감사드린다"며 "앞으로 삼성이 더 나아갈 수 있도록 광범위한 분야에 힘써달라"고 당부했다.
이번 주총에선 지난해 액면분할을 통해 삼성전자 주식 1주가 50주로 쪼개지면서 소액주주들의 참석이 늘어난 것으로 분석된다. 참석자가 늘어나면서 주총 참석을 위해 대기하는 줄이 오전 8시부터 이어졌다, 이에 따라 다양한 질문이 제기되며 주총 진행 시간도 지난해와 비교해 길어졌다는 평가다. 지난해 정기주총은 1시간55분만에 마무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