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맨' 권영수, 구광모號 ‘2인자’ 입증…LG전자·디스플레이·U+ 이사회 의장

LG그룹 핵심계열사 체질개선 역할, 재무능력 바탕 구광모 회장 비전 구체화

구광모 LG그룹 회장(왼쪽)과 권영수 (주)LG 부회장. 사진=LG전자 제공
[데일리한국 김언한 기자] 권영수 (주)LG 부회장이 LG그룹 핵심 계열사인 LG전자·LG디스플레이·LG유플러스의 기타비상무이사 겸 이사회 의장으로 활동한다. 구광모 회장의 조력자로 권 부회장의 입김이 막강해질 것이란 분석이다.

LG전자·LG디스플레이는 15일 정기 주주총회에 이어진 이사회에서 권영수 (주)LG COO(최고운영책임자) 부회장을 이사회 의장으로 선임하는 안건을 의결했다.

'대표이사-이사회 의장 분리'를 통해 이사회의 독립성을 강화하기 위한 취지다. LG전자의 경우 2년여 만에 CEO와 이사회 의장이 다시 분리된다. 지금까지 LG전자 이사회 의장은 CEO인 조성진 부회장이 겸임해왔다.

권 부회장은 그룹 주요 계열사 이사회를 총괄하게 된다. 이같은 권 부회장의 역할을 두고 LG그룹 내실 강화와 함께 인수합병 등 공격적인 전략을 취하기 위한 포석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권 부회장은 LG그룹 IT·전자 계열사를 두루 거친 인물이다. 1979년 금성전자(현 LG전자) 기획팀에 입사한 뒤 1998년 LG전자 M&A추진팀장, 2002년 LG전자 재경담당 부사장 등을 거쳐 2007년 LG필립스LCD로 자리를 옮겨 대표이사 사장을 역임했다. 사명을 LG디스플레이로 바꾼 2008년에도 사장을 지냈다.

2012년 LG디스플레이에서 LG화학으로 자리를 옮겨 전지사업본부 본부장(사장)을 맡았으며 2015년 12월 부회장으로 승진해 LG유플러스 대표이사를 맡았다. 2018년 7월에는 LG COO에 선임됐다.

40년간 LG그룹에서 일해온 정통 LG맨인만큼 그룹에 대한 이해도가 누구보다 높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특히 재무전문가 출신인 권 부회장은 LG전자에서 인수합병 추진팀장을 맡은 경험이 있다. LG유플러스 대표이사를 맡을 당시 딜라이브와 CJ헬로 등 케이블TV업체의 인수를 적극적으로 추진했다. 앞으로 자동차 전장사업, 5G 등 신성장동력에서 공격적인 투자를 집행하는 데 힘이 실릴 것으로 점쳐진다.

서울 여의도 LG 트윈타워. 사진=LG전자 제공
LG그룹의 실질적인 2인자로 등극하게 된 권 부회장을 두고 구광모 회장의 신뢰가 높다는 평가도 나온다. 권 부회장은 구 회장이 2006년 LG전자 재경부문 대리 시절 LG전자에서 재경부문장 사장(CFO)을 맡아 한솥밥을 먹었던 관계다. 재무능력을 바탕으로 구광모 회장의 비전을 구체화시키는 역할을 담당할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LG전자와 LG디스플레이는 대내외 악재 속 악화일로를 걷고 있다.

특히 스마트폰 사업 전략의 실패로 지난해 4분기 LG전자는 '남긴 것 없는'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당초 증권가는 MC(모바일커뮤니케이션) 사업부 4분기 영업적자를 2000억원대로 추정했으나 실제 받아든 적자는 이보다 훨씬 많은 3223억원을 기록했다. 이에 따라 지난 4분기 LG전자의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79.4% 줄어든 757억원을 기록했다.

LG디스플레이의 경우 상황은 더 심각하다. 지난해 영업이익 928억원을 거둬들여 전년 대비 96% 뒷걸음쳤다. LG유플러스의 지난 4분기 영업이익은 1041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48.3% 줄었다. 권 부회장의 역할이 ICT 계열사들의 위기 극복과 함께 구 회장의 조력자로서 ‘구광모 체제’를 안착시키는 데 방점이 찍혀있다는 해석이다.

저작권자 © 데일리한국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