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주도 화웨이 5G 장비 배제하는 '반(反) 화웨이 전선'에 균열 조짐

기존 LTE장비와의 연동성,화웨이장비의 성능과 가성비 감안할 수 밖에 없어

[데일리한국 박창민 기자] 미국 주도로 화웨이 5G 장비 배제를 위해 영향력을 행사 중인 반(反) 화웨이 전선에 균열 조짐이 보이고 있다.

미국 폼페이오 장관은 최근 유럽 5개국 순방을 통해 연일 5G에서 화웨이 장비를 배제할 것을 주장했다.

하지만 5G 서비스를 준비 중인 국가들의 반응은 엇갈리고 있다. 화웨이 안보 우려를 핵심으로 한 미국의 반 화웨이 기조에 동조하는 국가가 있는 반면, 글로벌 통신장비업계 1위인 화웨이를 경쟁 참여부터 배제할 수는 없다는 국가들이 증가하는 추세다.

특히 미국의 편에 섰던 영국, 프랑스, 뉴질랜드 등을 중심으로 기류 변화가 감지돼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 뉴질랜드, 반 화웨이 기조서 한발 물러서

이른바 '반 화웨이 국가'에는 미국을 비롯해 캐나다, 호주, 일본, 대만 등이 있다. 이들은 미국에 동조해 화웨이 5G 장비를 배제한 상태다.

반면 미국과 함께 반 화웨이 전선에 섰던 뉴질랜드에선 이탈 조짐을 보이고 있다.

독일 dpa 통신에 따르면, 지난 19일(현지시간) 저신다 아던 뉴질랜드 총리가 미국의 경고에도 현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아직은 화웨이를 배제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뉴질랜드 정보기관인 정부통신보안국(GCSB)은 지난해 11월 중국의 차세대 이동통신망 기술이 국가 안보에 중대한 위협이 될 수 있다고 발표한 바 있다.

◇ 신중한 유럽…영국·프랑스는 기류변화

화웨이에 대해 대부분의 유럽 국가들은 '신중론'을 펼쳐 왔다. 안보 우려에 대한 현태 파악에 나서지만 무조건 배제할 순 없다는 것이다.

이 같은 유럽의 기류는 LTE 장비로 화웨이 장비를 사용한 국가들이 다수라는 점도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풀이된다. 기존 LTE 장비와의 연동성은 물론 화웨이 장비의 성능과 가성비를 무시할 수 없다는 판단은 미국의 압박에도 반 화웨이 전선에 선뜻 참여할 수 없게 만들었다.

반 화웨이 전선에 동참하는 발표와 발언을 이어온 영국, 프랑스 등의 유럽국가가 최근 한발 물러선 입장을 보인 것도 이 같은 유럽의 고민을 대변한다.

최근 한국을 찾은 무니르 마주비 프랑스 디지털국무장관은 지난 19일 '2019 한-불 신산업 협력 포럼'에서 화웨이 장비가 가능하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그렇다"며 "프랑스는 어떤 특정 기업에 대해 보이콧을 하고 있지 않다"고 언급, 고민의 일단을 피력했다. 통신장비가 스파이 행위에 악용될 가능성을 차단하겠다는 입장을 보여온 프랑스의 이전 입장과는 결이 다른 발언이다.

영국의 경우, '화웨이 패싱'으로 가닥을 잡았던 알렉스 영거 영국 해외정보국(M16) 국장은 지난 15일 독일 뮌헨안보회의에서 "영국이 화웨이에 대한 전면 금지는 실수하는 것"이라고 한걸음 물어서는 발언을 하기도 했다.

이날 영거 국장은 "단순히 정치적인 이유나 무역 전쟁의 영향으로 판단하는 것은 잘못된 것"이라면서 "서비스, 기술, 보안 품질 평가를 기반으로 판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 영국 정부통신본부(GCHQ)의 수장이었던 로버트 해닝언은 지난 13일 파이낸셜(FT)에 한 기고에서 "화웨이 장비를 금지하는 것은 잘못된 것"이라면서 "화웨이 장비를 배제하는 것은 사이버 보안과 5G 네트워크 설계의 복잡성에 대한 기술적 이해도가 낮기 때문"이라 지적했다.

국내 통신업계 한 관계자는 "화웨이 보안 이슈의 본질은 20조 달러 5G 시장 패권 경쟁으로 미·중간 무역갈등에 따른 정치적 이슈"라며 "수익 창출이 어려운 5G에 대규모 투자를 해야 하는 세계 통신사들 입장에서는 투자비 절감이 필수적인 만큼 결국 성능과 경제성 측면에서 경쟁력을 갖추고 있는 화웨이를 무시하거나 외면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이 설득력을 얻어가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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