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SMC 측 상반기 7나노 EUV 양산 계획 부인…"사실 근거 없어"

7나노 EUV 경쟁 삼성과 '각축’, 업계 "TSMC 궤도 안착 빠를 것"

사진=삼성전자 제공
[데일리한국 김언한 기자] 대만의 디지타임스가 보도했던 3월 TSMC의 EUV(극자외선) 공정 적용 계획이 사실무근일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디지타임스는 삼성전자의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경쟁사인 TSMC가 EUV 노광장비로 3월말 대량양산을 앞두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는 TSMC가 이르면 올 하반기부터 7나노 EUV 공정을 시작할 수 있다는 관측을 앞서간 것이다.

18일 대만 TSMC와 접촉한 한 국내 관계자에 따르면, TSMC 측은 3월말 EUV 대량양산 계획과 관련된 이야기를 한 적이 없다고 부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디지타임스가 보도한 내용은 2월초 열린 TSMC의 '팹18' 관련 행사에서 취재를 통해 얻은 것으로 파악된다. 다만 어떤 경로로 정보를 입수했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업계 관계자는 "TSMC 측에선 어느 누구도 관련 내용에 대해 언급한 바가 없다고 이야기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사실에 대한 근거가 무엇인지 파악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TSMC가 3월말 EUV 공정을 시작할 경우 삼성보다 시기적으로 앞서나간 사실을 드러내기 위해 관련 내용을 발표할 것으로 예상되나 현재까지 공식적인 움직임이 없다는 점도 '해프닝'에 무게를 더하고 있다.

최근 삼성전자와 TSMC간에는 본격적인 7나노 EUV 공정을 앞두고 '샅바싸움'이 본격화되는 양상이다. 액침 불화아르곤(ArF) 방식의 7나노에선 TSMC가 삼성을 앞섰지만 삼성이 차세대 공정인 7나노 EUV 경쟁력을 확보하면서 최근 IBM과 엔비디아의 물량을 받는 데 성공했기 때문이다. TSMC는 7나노 EUV 공정 고객사로 화웨이의 자회사인 하이실리콘의 AP(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 물량을 확보한 상태다.

EUV 노광기술은 불화아르곤을 대체할 수 있는 광원을 이용한다. 불화아르곤보다 파장의 길이가 14분의1 미만으로 줄어 세밀한 반도체 회로 패턴을 구현하는데 적합하다. 복잡한 멀티패터닝 공정을 줄일 수 있어 반도체의 고성능과 생산성이 동시에 실현된다. 반도체 미세공정이 한계에 다다른 상황에서 '무어의 법칙'을 이행하는 유일한 대안이다.

EUV 라인이 들어설 삼성 화성캠퍼스 조감도. 사진=삼성전자 제공
다만 TSMC의 EUV 공정이 대외적으로 드러난 것보다 빨리 궤도에 안착하고 있다는 게 업계의 시각이다. 7나노를 불화아르곤 방식으로 먼저 시작했기에 EUV로 이를 이행하는데 더 수월할 수 있다는 의미다. EUV 노광장비 제조기업인 ASML은 올해 장비 18대를 TSMC에 공급할 것으로 알려졌다. 올해 고객사에 공급이 가능한 EUV 노광장비 수는 총 30대다. TSMC가 서둘러 EUV로 대량양산 채비를 갖추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국내에선 TSMC가 삼성보다 EUV 기술 측면에서 크게 뒤진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이는 사실이 아니다"며 "TSMC가 EUV 노광장비를 다수 확보한데다 연구개발(R&D)도 일찍 시작했다. 하지만 국내에선 유독 삼성이 EUV를 먼저 하는 것처럼 보는 분위기가 강하다"고 지적했다.

삼성전자는 올 하반기 완공되는 화성사업장 EUV 라인을 통해 올해말 혹은 내년부터 7나노 EUV로 대량 양산체제에 돌입할 전망이다. 그전까지는 화성의 'S3'라인과 기흥사업장을 통해 차세대 공정 물량을 담당한다. 퀄컴의 5G칩과 IBM의 서버칩, 엔비디아의 GPU(그래픽반도체) 등의 양산이 우선 이뤄진다.

삼성전자는 업계 1위인 TSMC를 빠르게 추격할 것으로 예상된다.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삼성전자의 파운드리 사업 매출은 100억 달러(약 11조원)를 넘어서며 2017년 글로벌 점유율 4위에서 2위로 등극했다. 차세대 공정을 앞세운 삼성이 부상하면서 미국 글로벌파운드리즈, 대만 UMC, 중국 SMIC 등과 격차가 커질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올 하반기 화성의 EUV 전용 라인이 완공돼 내년부터 대량양산 구조로 갈 가능성이 높다"며 "그전까지는 다른 라인을 통해 7나노 EUV 물량에 대응하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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