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웅제약 '나보타', 메디톡스보다 3년늦게 뛰어들었지만 공격적 현지화 적중

메디톡스 파트너사인 미국 ‘엘러간'의 영업력과 ITC 제소는 넘어야 할 과제

[데일리한국 김진수 기자] 보툴리눔 톡신 제제로 미국 시장 진출을 노리고 있는 대웅제약과 메디톡스가 cGMP 인증 전략에서 차이를 보이며 희비가 엇갈렸다.

13일 제약업계에 따르면 이달 초 대웅제약 나보타는 국산 보툴리눔 톡신 제제 최초로 미국 FDA 판매허가를 획득하고 미국 시장 진출을 본격화 했다.

대웅제약 '나보타'(왼쪽)와 메디톡스 '이노톡스'. 사진=각 사 홈페이지
대웅제약은 2013년 국내 식약처로부터 나보타의 품목허가를 받은 뒤 2017년 5월 미국 FDA 생물학적제제 허가신청(BIOLOGIS License Application)을 제출했다.

이후 지난해 5월, 오송 나보타 생산공장이 미국 FDA로부터 cGMP승인을 획득하고 이달 초 품목허가를 받으며 미국 진출을 위한 모든 작업을 마쳤다.

GMP(Good Manufacturing Practice)는 우수의약품제조관리기준을 뜻하는데 미국FDA의 경우에는 이보다 한 단계 높은 cGMP(currentGMP)를 요구하고 있어 cGMP 인증은 미국 시장 진출을 위한 필수요건이다.

사실 보툴리눔 톡신 제제로 미국 시장 진출을 위해 먼저 움직인 쪽은 메디톡스였다.

2013년, 메디톡스는 엘러간에 ‘이노톡스’를 기술수출하고 판권계약을 체결하며 계약금 약 700억원을 받았고 이후 150억원 가량의 마일스톤 금액도 수령했다. 그러나 이후 엘러간은 미국 현지에서 임상 3상을 한동안 진행하지 않았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보톡스를 이미 보유한 엘러간이 경쟁제품 판권 등을 미리 사들여 시장 진입을 늦추려는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고 실제로 미국 현지에서는 의사들이 소송을 제기하기도 했다.

이에 메디톡스는 “엘러간의 임상 3상 지연은 cGMP 인증 기준에 충족하는 수준의 생산시설을 먼저 마련하기 위한 것이지 고의적으로 임상을 늦추고 있는 것은 아니다”라고 공식적인 입장을 밝혔다.

미국 FDA의 cGMP 인증 실사 전, 엘러간이 자체 기준에 따라 메디톡스의 제2공장 시설에 cGMP 인증을 받을 수 있는 수준의 시스템을 마련해 놓고 이곳에서 생산되는 제품으로 임상 3상을 실시하는 전략을 펼친 것이다.

결과적으로 메디톡스는 엘러간에 기술수출한 지 5년 만인 지난 2018년 임상 3상을 본격적으로 시작하게 됐다.

현재 메디톡스는 이노톡스 전용 생산 공장인 제2공장을 미국 FDA가 요구하는 생산 기준인 cGMP에 맞춰 인증을 준비하고 있으며 2022년 쯤 이노톡스를 미국 시장에 출시한다는 계획이다.

반면 대웅제약은 메디톡스보다 2~3년 늦은 2016년, 기존에 있던 제1공장에서 시제품을 먼저 생산해 미국 현지에서 임상 3상에 나섰다.

대웅제약은 임상 3상을 먼저 실시한 뒤 cGMP 기준에 맞춰 새롭게 구축한 제2공장에서 생산하는 나보타와 임상에 사용했던 의약품의 동등성을 입증하는 방법으로 cGMP 인증에 나서는 전략을 택했다.

제2공장이 미국 FDA로부터 cGMP 인증을 받지 못하는 경우, 앞서 실시했던 임상과 새 공장 건설에 들어간 비용 등이 모두 무의미해진다는 위험부담이 있지만 대웅제약은 시간이 상대적으로 단축된다는 장점에 더 집중했다.

결국 대웅제약은 2018년 5월 미국 FDA로부터 cGMP를 획득하며 오히려 메디톡스보다 한 발 앞서나가게 됐고 국내 보툴리눔 톡신 제제로서는 최초로 미국 시장에 진입하게 됐다.

대웅제약 관계자는 “나보타의 경우 시작 단계부터 국내 시장보다는 해외 시장 공략을 위해 준비해왔다. 그동안 다수의 전문가들과 함께 최대한 빠른 시일 내 제품을 출시할 수 있는 방안을 연구했고 이번 전략을 실시하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사실 메디톡스가 실시하는 방법이 보다 더 일반적이라 할 수 있으며 대웅제약이 선택한 방법은 위험부담이 커 쉽지 않은 전략”이라고 전했다.

◇ 대웅제약의 향후 해결 과제는…

대웅제약 나보타는 분자크기가 엘러간 보톡스와 동일한 900Kda 제품으로 그동안 실시했던 2건의 임상 3상 시험에서 보톡스 대비 효과를 충분히 입증해 일단 시장에 진입하면 일정 점유율을 가져올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미국 시장에 먼저 제품을 출시할 나보타의 가장 큰 경쟁력은 가격에 있다.

대웅제약과 미국 판매 파트너사 에볼루스는 미국에서 엘러간의 보톡스 대비 25% 정도 저렴한 가격으로 나보타를 론칭할 계획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골드만삭스는 지난해 9월 미국 의사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했는데, 결과에 따르면 나보타 가격을 엘러간의 보톡스 대비 30% 할인했을 때 설문에 응한 의사 10명 중 6명이 사용하겠다고 답했으며 40% 할인 시에는 10명 중 7명이 나보타를 사용하겠다고 응답하기도 했다.

대웅제약이 파트너 사로 점찍은 ‘에볼루스’는 200명 이상의 미국미용성형학회 오피니언 리더들이 출자해 설립한 회사 ‘알페온’(Alphaeon)이 모회사로, 미국 미용성형 분야에서 강력한 의사 네트워크를 보유하고 있다는 점을 내세우며 시장 점령에 자신감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메디톡스의 파트너 사인 ‘엘러간’의 경험과 노하우는 대웅제약과 에볼루스가 넘어야 할 과제다.

금융시장 뉴스, 데이터, 분석정보를 서비스하는 미국의 미디어 그룹 블룸버그(Bloomberg)에 따르면 에볼루스는 2012년 설립돼 약 40~50여명의 직원이 근무하고 있는데 이는 약 1만 여명이 근무 중인 엘러간과 비교했을 때 규모가 훨씬 작은 수준일 뿐 아니라 아직까지 영업력 등에 대한 부분도 구체적으로 검증되지 못한 것이 사실이다.

더구나 엘러간의 보톡스는 현재 미국 현재 미국 보툴리눔 톡신 시장 70% 이상을 점유하고 있을 만큼 이미 노하우를 기반으로 튼튼한 영업망을 갖추고 있기 때문에 대웅제약이 미국 시장에 먼저 진입하지만 초반 점유율을 높이는데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또한 지난 1월 메디톡스와 엘러간이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에 “대웅제약이 보툴리눔 톡신 균주를 도용했다”며 대웅제약과 에볼루스를 제소한 바 있는데 이 문제도 대웅제약이 확실하게 해결하고 넘어가야 할 부분이다.

이와 관련해 대웅제약은 “미국 시장 진입을 늦추려는 발목잡기에 불과하다”며 “미국 진출 일정에는 변함이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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