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니지 계정 거래 사이트 '엔씨아이디' 이 모 대표 계정탈취후 잠적

계정 판매자·구매자 6000여명 피해…구매자 계정 거래액 260억원

판매자 거래액 3~5배 '약속어음' 작성…강제집행 시 피해액 1000억 육박

엔씨엔터테인먼트가 운영한 리니지 계정 거래 사이트 엔씨아이디. 9일 오전부터 사이트는 열리지 않고 있다. 사진=엔씨아이디 홈페이지
[데일리한국 황대영 기자] 피해자 6000여명, 추정 피해액 1000억원대에 육박하는 PC온라인 게임 사기 사건이 터졌다.

9일 데일리한국 취재결과, 리니지 사용자들에게 '리니지판 조희팔'이라고도 불리는 이 사건은 엔씨엔터테인먼트가 서비스하는 '엔씨아이디(NCID)'에서 일어났다. 이 모 대표가 운영하는 엔씨엔터테인먼트는 PC온라인 게임 리니지를 서비스하는 엔씨소프트와는 전혀 무관한 업체다.

게임 개인방송 진행자(BJ) 및 일부 매체를 통해 광고로 피해자들을 끌어모은 이 모 대표는 안심 거래를 표방하며 6년간 계정 거래를 통한 수수료를 주요 수입원으로 삼으며 회사를 운영했다. 판매자에 의한 게임 계정 회수로 사고 발생 시 피해보상을 내세우며 거래된 계정만 2400~2800여 건인 것으로 알려졌다.

게임 계정 거래는 개인정보가 포함돼 있기 때문에 법적으로도 허용되지 않는다. 이 때문에 엔씨아이디는 계정 구매자에게 '계정사용약정서'를 작성하고 사실상 기간 제한 없는 대여 형태로 거래를 진행해왔다. 이 모 대표는 여기에서 안정장치로 피해 보증금이라는 부분을 넣어 구매자들을 더욱 안심시켰다.

하지만 지난해 12월부터 엔씨아이디를 통해 거래된 리니지 계정에서 지속적인 계정 탈취 사건이 일어났다. 이는 이 모 대표가 판매자에게 연락을 취해 본인인증으로 계정을 탈취한 것이다. 탈취한 계정에서 수억 원 대의 아이템을 편취했다고 이 모 대표는 지난 8일 밤 한 BJ와 전화통화에서 시인했다.

이 모 대표의 잠적과 동시에 탈취로 인해 한 순간에 대포 계정이 돼 버린 피해자들은 파주에 위치한 엔씨엔터테인먼트를 찾아갔지만 문이 굳게 잠겨있었으며, 그곳은 잠적한 이 모 대표가 이미 공실로 비워뒀다. 피해자들은 해당 건물주에게 이 모 대표가 사업체를 정리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구매자 모두 엔씨아이디를 통해 계정사용약정서를 작성했기 때문에, 이 모 대표가 잠적한 순간부터 모두 피해자가 됐다. 특히 계정 이외에도 고가의 아이템을 보유한 계정 구매자들은 추가적인 피해를 낳고 있다. 리니지 사용자들 사이에 1500만원 상당의 리니지 계정에는 계정 값의 약 3배에 달하는 게임 아이템이 필요한 것으로 알려졌다.

엔씨아이디를 통해 계정을 구매할 때 받게되는 계정사용약정서 일부. 사진=피해자 제공
특히 이 모 대표는 계정 판매자에게 약속어음을 작성해야 판매할 수 있다고 꼬드겨, 구매자·판매자 양 측은 극심한 피해를 입을 것으로 보인다. 이곳을 통해 계정을 판매한 한 리니지 유저는 200만원 상당의 계정 판매에 3.5배인 700만원 약속어음을 작성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 모 대표가 약속어음에 관한 강제집행 시 계정 판매자들에게도 최소 750억원 대 피해가 예상된다. 이를 통해 계정 구매자·판매자 양측 합산 피해액이 1000억원 대에 육박하는 것으로 나온다.

엔씨엔터테인먼트에 약속어음을 작성한 계정 판매자는 "약속어음은 이 모 대표가 리니지 계정 판매에 구매자들을 안심시키기 위한 안전장치라고 설명했다"라며 "(이 모 대표가) 판매자에게 절대 피해가 없을 것이라고 강조하며 약속어음 작성을 요구했다"고 말했다.

피해를 입은 구매자들은 단체 카카오톡 방을 개설해 피해를 공유하는 한편 법적인 절차를 밟을 예정이다. 하지만 이마저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이 모 대표는 피해자들에게 지난 6일 미국으로 출국했다며, 피해 금액을 변제할 생각이 없음을 알려왔다.

이 모 대표는 지난 8일 밤 BJ와 전화통화에서도 "보상은 힘들다. 보상할 수 있는 능력이 있었으면 (계정탈취를 통한) 돌려 막기를 하지 않았을 것이고, 지불 능력이 없기 때문에 못 막았다"며 "계약서를 보신 분들은 아실 것이다. 허위로 작성한 것도 아니고, 그 부분은 다 받을 수 있는 부분이다"라고 말했다.

한편 국회는 지난해 12월 7일 '대리 게임 처벌법(게임산업진흥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을 본회의에서 통과한 바 있다. 오는 6월 25일부터 효력이 발생하는 개정안은 "게임물 관련 사업자가 승인하지 아니한 방법으로 게임물의 점수·성과 등을 대신 획득하여 주는 용역의 알선 또는 제공을 업으로 함으로써 게임물의 정상적인 운영을 방해하는 행위"를 대리 게임으로 정의하고, 위반할 경우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명시돼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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