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반기 14나노 핀펫 공정 대량양산 시작, 고부가가치 제품 양산 토대 구축

스마트폰 관련 대형 고객사 확보 주력, 10나노대 이하 공정에 핀펫 공정 적용

중국 상하이에 위치한 SMIC 공장 전경. 사진=SMIC 홈페이지 캡처

[데일리한국 김언한 기자] 중국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기업 SMIC가 14나노 핀펫(FinFET) 공정으로 양산을 시작한다. 2017년 삼성전자 출신 대만인 양몽송(梁孟松) 전 부사장을 영입한 뒤 단기간 내 미세공정 기술을 궤도에 올리는데 성공했다. 인력 유출에 따른 기술 유출이 국내 반도체 생태계를 곤경에 빠뜨릴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8일 외신 및 업계에 따르면, SMIC는 올 상반기 핀펫 공정을 통한 대량 양산체제에 들어간다. 최근 14나노 핀펫 공정의 수율을 95%까지 끌어올린 것으로 알려졌다. SMIC는 스마트폰 관련 대형 고객사를 확보하고 올해부터 양산을 본격화할 계획이다.

SMIC는 보급형 스마트폰, 웨어러블 등에 들어가는 AP(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나 GPU(그래픽처리장치), 이미지센서 등으로 미세공정 적용 범위를 넓힐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중국은 프리미엄 스마트폰 비중보다 보급형 비중이 큰 시장이다. 샤오미, 오포, 비보 등 현지 스마트폰 제조사들을 등에 업고 파운드리 영향력을 확대할 것으로 관측된다.

SMIC는 14나노 핀펫 공정에서 나아가 10나노, 7나노 공정을 이행한다는 중장기 로드맵도 세웠다. 이론적으로만 볼 때 핀펫은 3나노까지 활용이 가능하다. 그간 중저가칩 위탁생산에 주력해온 SMIC는 10나노대 핀펫 공정 성공으로 고부가가치 제품 양산도 넘볼 수 있게 됐다. 막대한 자금을 들여 글로벌 인재들을 끌어모으면서 삼성전자·TSMC와 기술 시차를 좁히는 모습이다.

업계 관계자는 "SMIC가 미세공정 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중국 정부의 전폭적인 재정 지원이 있었다"며 "중화권 시스템반도체 업체들도 성장세가 커지면서 중국 현지 파운드리 성장에 큰 힘을 실어주고 있다"고 말했다.

양몽송 SMIC 공동 CEO. 사진=SMIC 홈페이지 캡처
핀펫은 정보처리 속도와 소비전력 효율을 높이기 위해 기존 평면 형태의 칩 아키텍처를 3차원 형태로 구현한 기술이다. 삼성전자의 경우 10나노 핀펫 공정으로 차세대 AP를 양산한다. 대만의 TSMC는 7나노 핀펫으로 퀄컴의 AP 등을 위탁생산한다.

SMIC가 핀펫 공정의 토대를 구축하기 시작한 것은 양몽송 전 삼성전자 부사장을 영입한 뒤부터다. 현재 SMIC의 공동 CEO인 양몽송 전 삼성전자 부사장은 삼성이 TSMC와 소송전까지 불사하며 데려온 인물이다. 양 CEO는 TSMC에서 17년간 연구임원으로 일한 뒤 2009년 퇴직한 핀펫 기술의 최고전문가로 2011년 삼성전자 시스템LSI 사업부에 입사해 부사장직을 맡았다. 하지만 2017년 10월 중국 SMIC에 결국 영입됐다.

현재 삼성전자 반도체 부문에는 인텔, TSMC, 글로벌파운드리즈 등 출신으로 중책을 맡고 있는 글로벌 인재들이 포진해있다. 우리나라 반도체 경기가 불황으로 접어들면서 중국의 인력 유출 시도가 거세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업계 관계자는 "제안이 은밀하게 이뤄지는 특성상 국내 반도체 인재 중 해외로 나간 인력 규모를 정확하게 파악하는 것은 어렵다"며 "하지만 중국 정부가 자국 반도체 산업에 대한 전폭적인 지원을 이어가고 있는 것을 볼 때 우리나라 반도체 인력 빼가기 시도는 더 노골화될 가능성이 크다"고 진단했다.

아울러 중국 팹리스(반도체 설계) 성장도 현지 파운드리에 힘을 실어줘 업계 지각변동이 나타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시장조사기관 IHS마킷은 중국의 팹리스 시장이 2017년 255억 달러 규모에서 2021년 686억 달러로 2.7배 증가할 것으로 예상했다. 현지 팹리스 성장이 파운드리 산업의 동반성장을 견인할 것으로 전망된다.

저작권자 © 데일리한국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