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폰 등 스마트폰 열기 식으며 파운드리 업계 타격…지난 하반기 매출 감소세

미 글로벌파운드리즈 7나노 공정 포기로 삼성·TSMC 반사이익…차세대 경쟁 포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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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일리한국 김언한 기자] 삼성전자가 전세계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2위 기업으로 도약하며 TSMC와 '투톱' 체제를 이어갈 전망이다. 글로벌파운드리즈의 7나노 공정 포기, UMC의 매출 하향세가 삼성의 영토확장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22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삼성전자의 파운드리 사업 매출은 100억 달러(약 11조원)를 넘어서며 2017년 글로벌 점유율 4위에서 2위로 등극했다. 모바일 수요 부진으로 지난 하반기 상위권 파운드리 기업이 흔들리면서 차세대 공정을 앞세운 삼성의 덩치키우기가 수월해질 것이란 분석이다.

파운드리 사업은 4분기가 전통적인 비수기다. 하지만 최근 상위 파운드리 기업 사이에서 변화가 감지된다. 대만 UMC의 지난 4분기 연결기준 매출은 350억1720만 대만 달러(약 1조2795억원)로 전년 동기 대비 2.97% 감소했다.

UMC는 파운드리 사업과 직접회로 웨이퍼 제조가 주사업이다. 대만 기업인만큼 중국 고객사가 많아 2017년까지 업계 3위를 유지해왔다. 하지만 최근 중국 스마트폰 시장이 수요 정체기에 돌입하면서 올해 성장에 제동이 걸릴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엎친데 덮친격으로 지난 4분기 UMC의 웨이퍼 출하량 및 웨이퍼 평균판매단가(ASP)도 4~5% 감소한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 한 해 UMC의 매출은 1512억5257만 대만 달러(약 5조5267억원)로 전년 대비 1.32% 성장에 그쳤다. 하반기 들어 매출 하향세가 분명하게 나타나는 모습이다.

김기남 삼성전자 부회장. 사진=삼성전자 제공
업계 1위 대만 TSMC도 흔들리고 있다. TSMC는 지난 한 해 1조314억7400만 대만 달러(약 37조6900억원) 매출을 기록하며 5.5% 성장했지만 이는 상반기 큰 매출 증가에 전적으로 의존한 것이다.

하반기 들어 애플이 아이폰 생산량을 크게 낮춘데다 암호화폐 열기가 사그라들면서 주문형반도체(ASIC) 수요가 감소했다. 업계에 따르면 TSMC는 매출의 약 20%를 애플에 의존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특히 TSMC는 12월 한 달간 매출이 898억3100만 대만 달러에 그쳐 전년 대비 0.1% 감소했다. 지난 2017년 TSMC의 12월 매출이 전년 대비 15.1% 성장한 것과 대비된다. 올해도 부진이 이어져 1분기 매출이 10~15% 감소할 것이란 전망이다. TSMC는 올해 매출이 전년 대비 1~3% 성장할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미국의 글로벌파운드리즈(GF) 역시 지난해 8월 7나노 이하 공정 개발을 포기하면서 EUV(극자외선) 노광 기술을 앞세운 삼성의 우세가 점쳐진다.

글로벌파운드리즈는 14나노 공정이 주력이다. 지난 2017년까지 업계 2위 자리를 유지해왔다. 지난해 상반기 매출은 30억300만 달러(약 3조3867억원)로 전년 대비 7% 성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반기 매출은 공개되지 않았다. 하지만 지난 하반기 7나노 이하대 공정 포기를 선언하면서 대형 고객사가 이탈, 타격을 입은 것으로 예상된다.

IBM은 지난 12월 7나노 파운드리 공정 기반의 서버용 CPU(중앙처리장치) 생산을 위해 삼성전자에 물량을 줬다. IBM은 글로벌파운드리즈의 오랜 기간 주요 고객사였다. 하지만 차세대 공정 전환에 실패해 삼성과 TSMC가 반사이익을 얻게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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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는 최근 IBM의 제품 양산을 수주한데 이어 올해 엔비디아의 차세대 GPU도 양산할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이 양산할 GPU는 튜링(Turing) 아키텍처의 후속작이다.

GPU 양산에 노하우가 적은 삼성에 엔비디아가 차세대 제품 물량을 맡긴 것은 EUV로 앞서 나간 삼성의 전략이 주효했다는 평가다. 시장조사기관 IC인사이츠에 따르면, 삼성전자의 지난해 파운드리 시장 점유율은 14.5%로 지난 2017년 6.7%에서 7.8%P(포인트) 성장한 것으로 추정된다.

IC인사이츠는 지난해부터 삼성전자 시스템LSI 사업부가 파운드리 사업부에 맡긴 물량을 점유율에 포함시켰다. 매출 '착시효과'와 고객사 증가가 동시에 반영된 셈이다. 삼성전자는 지난 2017년 5월 시스템LSI사업부 소속의 파운드리 조직을 사업부로 신설해 독립시켰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지난 하반기 들어 EUV 공정에 대한 고객사 문의가 부쩍 늘었다"며 "전세계 파운드리 기업이 지난 하반기부터 하향세를 보이고 있지만 삼성은 반대로 고객사가 늘며 협력관계를 넓혀가고 있다"고 말했다.

삼성전자가 EUV로 치고 나가면서 대형 고객사들로부터의 물량 수주전은 삼성과 TSMC로 재편되는 양상이다. TSMC는 삼성보다 한 발 늦게 올 하반기 EUV 노광장비로 7나노 제품 양산을 시작한다. TSMC는 2020년 EUV로 대량양산을 시작할 방침이다.

업계 관계자는 "올해 파운드리 업계는 스마트폰 수요 정체에 따른 영향을 받게 될 것"이라며 "동시에 차세대 공정을 적용한 제품이 확대되면서 파운드리 업계 삼성전자의 입지가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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