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T, 차세대 메시징 서비스 RCS 출시…갤럭시 노트9, S9, S9+ 우선 적용

'문자메시지의 카톡화'…그룹채팅·대용량 파일 전송·읽음 확인 기능 등 도입

관건은 '소비자 습관 바꾸기'…"지금 혜택만으로는 이동 많지 않을 것" 전망도

[데일리한국 박창민 기자] 다양한 IT 기반 플랫폼 사업군에서 경쟁을 펼치고 있는 카카오와 SK텔레콤이 다시 한번 맞붙는다. 이번 격전지는 카카오의 사업 본진인 모바일 메신저 시장이다.

SK텔레콤은 15일부터 데이터 기반의 메신저형 서비스인 RCS(Rich Communication Service)를 시작했다. SK텔레콤은 우선 삼성전자 갤럭시 노트9, S9, S9+에 RCS를 도입하고, 점차 서비스를 제공하는 단말 기종을 확대할 방침이다,

RCS는 '문자메시지의 카톡화'로 요약할 수 있다. SK텔레콤의 RCS 서비스에는 고화질·대용량 파일 전송(최대 100MB)은 물론 그룹채팅(최대 100명), 메시지 읽음확인 등 카카오톡의 채팅 기능이 포함됐다. RCS가 카카오톡의 대항마로 불리는 이유다.

이용자 입장에서 SK텔레콤의 RCS와 카카오톡은 일장일단이 있다. RCS는 '데이터'에서 카카오톡은 '익숙함'에서 강점이 있다. SK텔레콤이 카카오톡에 익숙한 소비자들의 습관을 어느 정도 바꿀 수 있을지에 따라 카카오톡의 대체재가 될 수도 데이터 차감이 걱정될 때 사용하는 보완재가 될 수도 있다는 평가다.

카카오톡을 이용하면 앱 실행 이후 모든 과정에서 데이터가 차감된다. RCS에서는 텍스트 위주의 단순 채팅이나 이모티콘 사용은 물론 5MB 이하의 사진·동영상·문서 등의 전송을 데이터 차감 없이 이용할 수 있다. SK텔레콤은 6월까지 프로모션을 적용해 5MB 이상의 콘텐츠도 데이터 차감 없이 전송할 수 있도록 했다.

SK텔레콤 관계자는 "프로모션 기간 후에도 일정 용량의 전송을 무료로 제공하는 정책을 검토 중"이라며 "무료전송 서비스를 제공하는 최대 용량 크기를 5MB보다 늘릴지 여부는 6월까지 지켜본 후 결정될 것"이라고 밝혔다.

앱 설치 여부에서도 RCS는 강점이 있다. 카카오톡은 카카오톡 앱을 설치해야 한다. RCS는 앱 설치가 필요없다. 스마트폰에 기본 탑재된 문자 메시지 앱을 통해 채팅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

SK텔레콤은 연내 △기프티콘 선물하기 △송금 기능 등을 추가해 RCS를 커뮤니케이션 통합 플랫폼으로 안착시킬 계획이다.

SK텔레콤 관계자는 "RCS는 단말을 새로 바꿔도 앱을 설치할 필요도, 회원가입 해 로그인하지 않아도 된다"며 "향후 신규로 출시되는 단말에는 RCS가 기본 적용될 것이기 때문에 이용자 편의성도 높아질 것"이라 설명했다.

확장성 측면에서도 SK텔레콤의 RCS는 강점이 있다. 해외 통신사와의 연동을 통해 글로벌 메신저로 활용될 가능성이 높다. 앱 설치와 회원가입이 필요 없다는 점도 해외-국내 간 채팅에서 긍정적인 요소다.

SK텔레콤의 RCS는 세계이동통신사업자협회(GSMA)가 정한 GSMA RCS UP(Universal Profile) 표준을 따르고 있다. 통일 규격인 만큼 국내 통신사는 물론 해외 통신사 간 연동도 가능하다.

SK텔레콤 관계자는 "미국의 통신사인 버라이즌이나 AT&T과 연동 시 국내와 해외 이용자가 간단한 방식으로 채팅을 할 수 있게 되는 등 확장성이 더 높아질 수 있다"며 "카톡은 이 같은 부분에 한계가 있다. 카톡과 차별화될 수 있는 부분"이라 강조했다.

카카오 관계자는 해외 이용자와 관련 "국내 이용자와 마찬가지로 해외 전화번호로 간단 인증을 통해 카톡을 사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카카오톡의 글로벌 전략과 관련 "국내든 해외든 메신저 시장은 한 회사가 선점하게 되면 다시 바꾸기 쉽지 않다"며 "카카오톡을 다른 나라에서도 1위 메신저로 만들겠다는 목표보다는 웹툰·웹소설을 비롯한 한류 콘텐츠, 카카오 프렌즈 샵, 멜론 등의 해외 사업을 통해 카톡의 글로벌화가 (간접적으로) 탄력을 받을 수 있도록 하고 있다"고 밝혔다.

RCS는 연동성을 기반으로 한 확장성이 강점이다. 하지만 SK텔레콤의 초기 RCS가 이 같은 장점을 활용하려면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현재 SK텔레콤의 RCS를 이용하기 위해선 3가지 조건을 충족해야 한다. 그 조건은 △통신사가 SK텔레콤인 고객끼리만 사용 △1:1채팅·그룹채팅 등을 이용하는 고객 모두 RCS가 적용된 단말(1월18일 기준 갤럭시 노트9·S9·S9+) 이용 △RCS 관련 구글 안드로이드 OS(운영체제) 자동 업데이트 완료 등이다. 3가지 허들을 넘지 못한 고객이 보낸 RCS 메시지는 기존의 일반 메시지로 자동 전환돼 상대방에게 전송된다.

반면 카카오톡은 통신사, 제조사 상관없이 채팅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 안드로이드 OS는 물론 애플 단말 OS인 iOS에서도 카카오톡 사용이 가능하다.

SK텔레콤도 이를 보완하기 위해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SK텔레콤을 비롯한 통신 3사는 올해 상반기 내 RCS 서비스 연동을 마무리할 예정이다. 2월부터는 △갤럭시노트8 △갤럭시S8 △갤럭시S8+에도 RCS 서비스가 적용되며, 연내 삼성전자 스마트폰은 물론 다른 제조사의 안드로이드 OS기반 단말에서도 사용할 수 있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일각에서는 SK텔레콤의 모바일 메신저 시장 진출과 관련해 가장 큰 난관으로 '소비자 습관'을 꼽는다.

카카오톡은 국내 모바일 메신저시장에서 점유율 90% 이상을 차지해 이른바 '국민 메신저'로 불린다. 국내 앱 분석업체 와이즈앱에 따르면, 카카오톡의 국내 시장 점유율은 94.4%로 1위다. 페이스북 메신저(1.8%), 라인(1.1%), 텔레그램(1.1%), 위챗(0.8%) 등이 뒤를 잇는다.

곽금주 서울대학교 심리학과 교수는 "소비자 습관을 바꾸는 게 가장 어렵다"라면서 "그럼에도 과거 문자메시지를 사용하던 소비자들이 카카오톡으로 이동을 결심한 이유는 단톡방 기능, 소량의 데이터 차감으로 문자 보내기 기능 등 기존 문자보다 훨씬 큰 이익이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카카오톡이 출시된 2010년에는 단말을 이용한 문자 메시지는 건당 과금이 이뤄지고 있었기 때문에 데이터 차감 방식의 카톡 문자가 소비자에 이점이 있었다는 설명이다.

곽 교수는 "지금 SK텔레콤의 RCS가 제공하는 혜택만으로는 소비자들이 카톡이라는 익숙함을 버리고 RCS로 넘어가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 진단했다.

한편 다른 통신사도 RCS 서비스를 도입하거나 도입 예정이다. KT는 SK텔레콤보다 앞선 지난해 12월말 RCS를 선보였다. LG유플러스는 통신 3사간 연동 시점에 맞춰 3월쯤 RCS를 출시할 예정이다.

기존 통신사업자에서 플랫폼 기업으로 도약하려는 통신 3사에 모바일 메신저 시장은 쉽사리 포기할 수 없는 시장이다. RCS로 얻을수 있는 데이터는 사용자의 사용패턴은 물론 메시지와 같은 비정형 데이터를 인공지능(AI) 등에 이용할 수 있는 비식별 데이터로서의 가치를 가지고 있다. 향후 상품 결제, 간편송금 등의 기능이 추가되면 또 하나의 수익 창출원이 될 수 있다. GSMA은 2021년 RCS 기반 메신저 사업이 연간 900억 달러(약 102조원) 규모로 성장할 것이라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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