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뜰폰 11월 가입자 순감 3만968명…역대 최대

정부, 전파사용료 면제기한 연장 등 지원책 강구

알뜰폰업계는 새 유통망·특화폰 등 니치마켓 개척

사진=연합뉴스
[데일리한국 박창민 기자] 알뜰폰 가입자 이탈이 7개월째 이어지는 가운데, 타개책을 마련하기 위해 정부와 알뜰폰 사업자가 다양한 활로를 모색하고 있다.

알뜰폰은 지난 5월을 기점으로 가입자 순감폭이 커지는 추세다.

13일 한국통신사업자연합회(KTOA)에 따르면 지난 5월 알뜰폰은 번호이동시장에서 9149명의 가입자를 이동통신 3사에 내줬다. 지난 6월에는 7211명으로 순감폭이 줄었지만 7월 2만721명이 빠져나가며 순감폭이 전월 대비 3배 가까이 증가했다.

이후 8월 1만8604명, 9월 2만3636명, 10월 2만3406명으로 매달 2만명 내외로 가입자가 이탈하다가 11월에는 3만968명이나 순감했다. 번호이동시장에서 알뜰폰의 순감폭이 3만명대를 넘어선 경우는 알뜰폰 도입이후 처음이다.

이같은 감소세의 주요 원인은 이통 3사의 저가요금제 출시다.

지난 5월부터 이통3사가 요금제를 개편하며 보편요금제에 준하는 저가요금제를 선보였다. 고객 입장에서는 이통3사의 멤버십 혜택·결합상품까지 고려했을 때 알뜰폰으로 이동하거나 남아있을 유인이 떨어진 것으로 풀이된다.

한 알뜰폰 업계 관계자는 "작년 한해 동안 (자사) 가입자수가 1% 정도 줄었지만 올해는 3분기까지 벌써 5% 가까이 (가입자 수가) 줄었다"며 "수치적으로나 체감적으로 작년보다 더 어려운 시기인 것은 맞다"고 말했다.

◇정부, 알뜰폰 조력자로서 지원책 강구

사진은 알뜰폰 요금제 1000여종이 추가된 스마트초이스 요금제 서비스 화면. 사진='스마트초이스 누리집' 홈페이지 캡쳐
알뜰폰 업계 상황이 악화되며 정부는 지원책을 통해 알뜰폰 살리기에 나섰다.

정부는 지난 9월 알뜰폰 사업자들에 대한 전파사용료 면제기한을 내년 12월말까지로 연장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 따르면 이번 기간연장으로 알뜰폰 업계가 받는 감면혜택은 올해 337억원, 내년 354억원 수준이다.

같은 달 과기정통부는 주요 구간 요금제 도매대가가 3.5%p 내리는 것을 포함한 SK텔레콤(도매제공의무사업자)과 알뜰폰(MVNO) 업계간 망 도매대가 협상 결과를 발표했다. 망 도매대가는 알뜰폰 요금제 원가 가운데 상당 부분을 차지한다. 망 도매대가 협상은 매년 도매제공의무사업자인 SK텔레콤과 알뜰폰 사업자가 협상을 통해 결정하며, 과기정통부가 이를 중재한다.

지난 11일에는 '스마트초이스'서 제공 중인 요금제 비교·추천 서비스에 알뜰폰 20개사의 요금제 1000여종을 추가했다. 기존에는 이통3사의 443개 요금제에 대한 서비스를 제공했다. 스마트초이스는 과기정통부가 운영하는 스마트폰 정보 사이트다.

알뜰폰 요금제에 관한 비교·추천 서비스 추가는 요금할인과 같은 직접적인 효과는 없지만, 알뜰폰 업체간 요금제 비교에 어려움을 겪던 잠재고객에게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올해 이통3사에서 알뜰폰으로 옮긴 최 모씨(31)는 "요금제 선택 당시 알뜰폰 업체가 많아 요금제 비교에 어려움이 있었다"며 "지금 요금제 할인혜택 기간이 끝나면 스마트초이스를 통해 다른 요금제들과 비교를 해볼 계획"이라고 말했다. 그는 현재 월 3만690원에 데이터 6.6GB, 음성·문자 무제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알뜰폰 요금제를 이용 중이다.

같은 날 과기정통부는 SK텔레콤이 올해 출시한 'T플랜'의 스몰 요금제를 알뜰폰 사업자에게 도매제공하기로 결정했다는 소식도 알렸다.

지난 7월 SK텔레콤이 출시한 'T플랜'의 요금제 중 하나인 스몰 요금제는 월 3만3000원(부가세 포함)에 데이터 1.2GB, 음성 무제한 서비스를 제공한다. 선택약정할인 25% 적용시 월 2만4750원에 이용이 가능해 정부가 요구하는 보편요금제(월 2만원대, 1GB 이상, 음성통화 200분)에 준하는 요금제로 평가받는다.

업계에서는 스몰요금제보다 혜택이 많은 기존 알뜰폰 요금제가 있어 실효성에 의문이 든다는 평가도 나온다. 일각에서는 알뜰폰 요금제의 카테고리 다양화에 일조할 것이라는 의견도 있다. SK텔레콤과 알뜰폰 사업자 간 수익배분 비율에 관한 협의는 아직 이뤄지지 않았지만, 월 2만원을 전후해 데이터 1.2GB를 사용할 수 있는 알뜰폰 요금제 출시가 예상된다.

과기정통부는 이날 알뜰폰 중장기 로드맵 논의를 위한 전담반 운영 계획도 발표했다. 전담반은 학계· 알뜰통신사업자·이통사·정보통신정책연구원·과기정통부 관계자 12인으로 구성됐다.

◇돌파구 찾는 알뜰폰…고객접근성 높이고, 니치마켓 개척

LG유플러스의 알뜰폰브랜드 ‘U+알뜰모바일’을 운영하는 미디어로그는 지난 7월 랄라블라 요금제를 출시했다. 사진=U+알뜰모바일 제공
알뜰폰 사업자들도 자구책 마련에 힘쓰고 있다. 새로운 유통망 진출이나 특화폰 출시가 대표적이다.

CJ헬로는 최근 CJ편의점·롯데하이트마트서 유심 판매를 시작했다. 가전제품이나 생필품 사러 가는 길에 유심 구매가 가능해진 것이다.

인스코비는 지난 1일 문구점으로 유통망을 확대했다. 모닝글로리와 제휴해 업계 최초로 문구업계에서 유심 판매를 시작했다.

에넥스텔레콤은 지난 7월 전국 1만2000여개 ATM기기에서 자사 유심을 개통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하며 고객 접근성을 높였다.

LG유플러스의 자회사인 미디어로그(U+알뜰모바일)는 지난 9월 편의점 ‘GS25’를 시작으로, 헬스&뷰티 스토어 ‘랄라블라’, 대형마트 ‘홈플러스’까지 제휴처를 확대했다.

알뜰폰 업계 관계자는 "이통 3사의 저가요금제 출시나 망도매대가 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기 때문에 다양한 유통 활로를 정착시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알뜰폰 활성화를 위한 시도이기도 하지만 자급제폰 시장 활성화를 위한 전략적인 선택이기도 하다"고 설명했다.

CJ헬로가 지난 4일 출시한 레이저폰2의 전·후면. 사진=헬로모바일 다이렉트몰 캡쳐
특화폰 출시를 통한 틈새시장 공략에도 나서고 있다.

CJ헬로는 지난 4일 게임 매니아를 겨냥한 게이밍 특화폰 '레이저폰2'를 출시했다. 게이밍폰 국내 출시는 레이저폰2가 처음이다. 레이저폰2는 미국의 유명 게이밍 기기 제조회사인 레이저사가 만든 게이밍 특화폰으로, △'퀄컴스냅드래곤845 CPU(2.80GHz)' 장착 △빠른 게임구동과 발열 최소화를 위한 '바이퍼 챔버 쿨링' 탑재 △모바일 게임 디바이스 중 가장 빠른 화면을 제공하는 '5.7인치 QHD 120Hz 울트라모션 디스플레이' 등 스펙을 갖췄다.

수험생들을 위한 학습 특화폰도 출시됐다. 지난 11월 SK텔링크는 '나만의 공부폰'을 선보였다. 나만의 공부폰은 △데이터 이용을 원천 차단한 '피처폰 모드' △공부에 필요한 앱만 선택·사용할 수 있는 '열공폰 모드' △자유롭게 사용 가능한 '스마트폰 모드' 중 상황에 맞는 모드를 선택할 수 있다. CJ헬로도 올해 EBS 강의를 무제한으로 제공하는 'EBS열공폰'을 출시한 바 있다.

중장년층을 타깃으로 한 특화폰도 내놓았다. CJ헬로의 '청춘뮤직폰'에는 7080 음악 1100곡이, KT엠모바일의 '라디오청춘2(폰)'에는 500곡이 탑재돼 있다. 두 폰 모두 음악이 단말에 내장돼 있어 데이터 차감이나 음원 사용료 없이 청취할 수 있다.

알뜰폰 업계 관계자는 "특화폰까지는 아직 이통사가 크게 신경을 쓰고 있지 않다"며 "이통사에 비해 상대적인 약자기 때문에 차별화 전략으로 니치마켓(틈새시장)을 계속해서 발굴해 나가려 하고 있고, 특화폰도 그런 예"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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