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계와 산업계 두루 거친 메모리반도체 전문가, 미세공정 격차에 속도낼 듯

인텔 근무 당시 공정오류 분석업무 경험…수율 높여 수익성 감소 방어 주력

이석희 신임 SK하이닉스 대표이사. 사진=SK그룹 제공

[데일리한국 김언한 기자] SK하이닉스의 CEO(최고경영자) 교체는 안정성보다는 변화에 방점이 찍힌 것이란 분석이다. SK하이닉스는 6일 정기임원 인사를 통해 사업총괄(COO) 이석희 사장을 CEO로 임명했다. 박성욱 부회장이 유임될 것이라는 데 무게가 실렸던 만큼 예상치 못했던 결과라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이석희 사장은 메모리반도체 기술전문가로 학계와 산업계를 두루 거친 인물이다. 1990년 현대전자에 입사해 반도체 기술연구원으로 5년간 근무한 뒤 2000년부터 10년간 미국 반도체 기업 인텔에 몸담았다. 2010년부터 한국과학기술원(KAIST) 전자공학과 부교수를 거쳐 2013년 SK하이닉스에 복귀했다.

메모리반도체 업황에 대한 위기감이 커지고 있는 상황에서 이를 타개할 인사이트를 갖춘 적임자라는 평가다. D램과 낸드플래시 사업에 매출 대부분을 의존하는 SK하이닉스는 반도체 수요 감소에 따른 변동성을 안고 있다.

시장조사기관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PC와 서버용 D램 가격은 내년 1분기 각각 10%씩 추가로 더 떨어질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SK하이닉스 영업이익률 증가의 효자인 서버용 D램의 낙폭은 더 클 수 있다는 분석이다.

이석희 사장은 메모리반도체 위기론을 극복할 수 있는 단기 처방을 내리는 한편 중장기 로드맵을 재정비할 것으로 관측된다. 미세공정 경쟁력을 끌어올리는 동시에 파운드리 분야 경쟁력 확보에 속도를 내는 게 우선 과제다.

이 사장은 2000년 인텔에 입사할 당시 공정오류 분석업무를 맡은 바 있다. 또 인텔에서 시스템반도체인 CMOS 생산라인의 공정 오류를 잡고 개선하는 업무를 담당했다. 반도체 생산 수율을 끌어올려 반도체 판가 하락에 따른 수익성 방어, 시스템반도체·파운드리 사업 강화로 위기 대응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사진=연합뉴스
SK하이닉스는 지난해 파운드리 사업에서 매출 2억6000만달러(약 2900억원)를 기록했다. 글로벌 시장점유율은 0.4%에 그쳐 순위로 봤을 때는 20위권 후반대다. 글로벌 4위인 메모리반도체 사업과 비교해 열세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 사장은 2014년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한국 반도체 기업의 메모리반도체 생산능력은 뛰어나지만 냉정히 볼 때 시스템반도체는 인텔이나 대만 TSMC보다 크게 떨어진다"며 "사물인터넷(IoT) 시대에 시스템반도체 주도권을 뺏기면 한국 반도체 산업은 끌려다닐 수밖에 없다"고 밝힌 바 있다. 이 사장은 자회사 SK하이닉스시스템IC를 통해 신산업간 시너지를 구상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 사장은 또 메모리반도체 확산에 확신을 가진 인물인만큼 후발업체와 격차를 내는 데 속도를 낼 것이라는 게 업계 평가다.

이 사장은 2016년말 '국제반도체소자학회(IEDM)'에서 "메모리반도체 기술의 핵심인 공정 미세화는 10나노대에서 한계를 맞고 있다"며 "하지만 D램은 새로운 기술을 앞세워 미래 산업에 적합한 고속과 고용량으로 발전을 지속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D램에 EUV(극자외선) 노광장비 기술을 적용하는 데 속도를 낼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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