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T·SKB 사장직 겸임하는 박정호, SKT 4대 사업부서 재편

박 사장과 하이닉스 인수 주도한 '노종원 전무'…SK하이닉스로

취임 3년 차 맞는 '박 사장'…'중간지주사' 가시적 성과 필요

박정호 SK텔레콤·SK브로드밴드 사장.
[데일리한국 박창민 기자] SK텔레콤은 2019년 조직개편 및 임원인사를 6일 단행했다. 이번 조직 개편 및 인사가 5G에 초점이 맞춰진 동시에 중간지주 회사를 염두에 둔 포석으로 분석돼 주목된다.

이번 인사를 통해 박정호 SK텔레콤 사장은 SK텔레콤과 SK브로드밴드 사장을 겸임하게 됐다. 두 사업부문의 수장이 된 박 사장은 중간지주사(가칭 'SKT투자회사') 대표의 모습과 오버랩된다. 4대 사업부의 조직재편을 비롯해 자회사 대표에게 SK텔레콤 사업부에서도 중책을 겸임토록 한 점도 중간지주사 전환에 대비한 사전연습의 성격이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SK텔레콤을 떠난 인사이동에서도 중간지주사 전환을 위한 움직임이 감지된다.

박 사장의 측근이자 SK텔레콤 유니콘랩스(Unicorn Labs)장을 맡던 노종원 전무가 SK하이닉스 미래전략담당으로 자리를 옮긴다. 중간지주사 전환에 SK하이닉스 지분 확보가 핵심인 만큼 과거 박 사장과 하이닉스(현재 SK하이닉스) 인수를 주도한 노 전무에게 첨병 역할을 맡긴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 4대 사업부서 재편…미래 지배구조 예고편?

SK텔레콤은 주요 사업부 및 센터 산하에 5G 전담 부서를 신설하는 한편 △이동통신(MNO) △미디어 △보안 △커머스 4대 사업부 조직을 재편했다. SK텔레콤 내부 사업조직이지만 각각 SK텔레콤(MNO), SK브로드밴드(미디어), ADT캡스(보안), 11번가(커머스)와 직접 연계된다.

동시에 통신과 미디어 부문의 수장을 박 사장으로 일원화했다. 효자 사업으로 성장하고 있는 미디어 사업을 박 사장이 직접 챙기게 됐다. 일원화 된 구조에서 신속한 의사결정으로 통신과 미디어 간 시너지를 높이는 동시에 지배구조 변화를 위한 준비에 한 걸음 나아갔다는 평가가 나온다.

박 사장이 통신과 미디어 부문의 총괄자로 나섬에 따라 MNO사업 부문은 유영상 코퍼레이트센터장이 사업부장을 맡으며 공백을 메꾼다. 미디어 부문에서는 윤원영 미디어사업부장이 SK브로드밴드 운영총괄을 겸임하며 박 사장을 돕는다. 최진환 ADT캡스 대표도 현직을 유지하면서 SK텔레콤 보안사업부장을 겸직한다. 이상호 11번가 대표도 SK텔레콤 커머스부장 역할을 함께 수행한다.

자료=메리츠종금증권 리서치센터
이같은 변화로 박 사장 중심, 그 아래 SK텔레콤 4대 사업부서에서 중책을 맡은 자회사 대표나 대표'격'인 인물이 병렬로 위치하는 구조가 갖춰졌다.

이같은 병렬구조는 시장이 예상하고 있는 'SK주식회사-SKT투자회사-SK텔레콤·SK브로드밴드·ADT캡스·11번가·SK하이닉스'로 이어지는 지배구조 개편의 모습과 유사하다. 이번 개편이 미래 지배구조 변화를 대비한 테스트베드라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 SK하이닉스로 간 노종원 전무

중간지주사 전환의 열쇠는 SK하이닉스 지분 확보다. SK텔레콤이 중간지주사 전환을 추가적인 외풍에 흔들림 없이 마무리하기 위해선 6조~7조원에 이르는 SK하이닉스 추가 지분을 확보해야 한다는 '허들'이 존재한다. 노종원 전무가 이같은 허들을 뛰어넘기 위한 촉매제 역할을 할 것으로 예상된다.

유니콘랩스장을 맡던 노 전무가 SK하이닉스 미래전략담당으로 자리를 옮긴다.

노 전무는 2012년 박정호 사장과 함께 하이닉스(현재 SK하이닉스) 인수를 주도하며 최태원 회장 중심의 지배구조를 확립하는데 일조한 인물이다. M&A 시장 최대 빅딜로 꼽히는 도시바 메모리 투자를 성사시킨 주역이기도 하다.

노 전무는 SK하이닉스서 신사업 발굴, 추가 M&A 등을 맡는 동시에 중간지주사 관련해 SK텔레콤과 SK하이닉스 사이에서 원활한 의사소통 및 결정을 돕는 가교역할을 할 것으로 예상된다. 도시바 반도체 투자 당시 M&A 관련 의사결정은 SK텔레콤이, 자금 집행은 SK하이닉스가 하는 양분된 구조로 인해 충분한 소통이 어려웠다는 지적도 있었다.

◇ 취임 3년 차 맞는 '박정호 사장', 그리고 중간지주사

ICT(정보통신기술) 종합기업으로 발돋움하려는 박 사장의 마스터플랜에는 중간지주사 전환이 포함돼 있다. 미래에는 통신사업만으로 생존할 수 없고, 근본적인 변화가 필요하다는 것이 박 사장의 지론이다.

박 사장은 지난해 9월 제주도에서 열린 애널리스트 설명회를 시작으로 수차례 중간지주사 전환에 대한 속내를 비쳐왔다. 특히 지난 10월 박 사장은 비공개로 이뤄진 SK그룹 CEO 세미나에서 최태원 SK회장과 SK그룹 계열사 대표들 앞에서 직접 PT를 진행하며 "중간지주사 전환하겠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 사장은 내년이면 취임 3년 차를 맞는다. SK텔레콤이 통상 3년 임기 후 대표직 변경이나 재선임이 이뤄져 왔기 때문에 수차례 강조해 온 중간지주사의 성과가 내년에는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김홍식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공정거래법 개정안의 국회 통과 시점이 가장 중요한 변수"라며 "내년 1분기경 중간지주사 전환 논의에 착수해 연말쯤 전환을 끝낼 것으로 예상된다“고 내다봤다.

한편 사업별 평가가치 합산(SOTP)에 따른 SK텔레콤 적정 기업가치는 현재 24조2000억원 수준이다. 증권업계에 따르면 지배 구조 개편을 단행할 경우 SK브로드밴드, ADT캡스, 11번가의 기업가치 상승으로 기업가치는 27조6000억원 수준으로 올라갈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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