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화웨이 대이란 제재 위반 수사…캐나다에 체포 요청

中, 즉각 석방 요구…"심각한 인권침해, 예의주시할 것"

미국의 화웨이 견제, '미중 무역전쟁의 연장선상' 해석도

멍완저우 화웨이 글로벌 CFO. 사진=EPA/연합뉴스
[데일리한국 박창민 기자] 화웨이를 창립한 런정페이(任正非) 회장의 딸인 멍완저우(孟晩舟)가 체포됐다. 화웨이의 글로벌 CFO(최고재무책임자)이기도 한 멍완저우는 미국의 거래 제재 위반 혐의를 받고 있다.

캐나다 일간지 '글로브 앤드 메일'은 캐나다 당국이 지난 1일(현지시간) 멍완저우 CFO를 체포했다고 5일 보도했다.

멍 CFO는 이란에 대한 미국의 거래 제재를 위반하고 제품을 판매한 혐의를 받고 있다. 미국의 요청을 받은 캐나다 당국은 멍 CFO를 캐나다 밴쿠버에서 체포했으며, 7일 보석 심리가 예정돼 있다. 현지 언론은 미국으로 인도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멍 CFO는 화웨이를 설립한 런정페이(任正非) 회장의 딸이며 화웨이 이사회에서 공동 부이사장을 역임중이다. 화웨이는 세계 최대 통신장비업체이자 스마트폰 제조업체다.

중국 정부는 멍 CFO의 즉각 석방을 요구했다.

6일 캐나다 주재 중국 대사관은 사이트를 통해 "법을 전혀 위반치 않은 중국 공민을 체포했다"며 "이는 심각한 인권침해며, 중국은 이에 강력한 반대와 항의를 표한다"고 밝혔다. 중국은 미국와 캐나다 양국에 교섭을 제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화웨이 측은 대이란 제재 위반 혐의로 멍완저우 CFO가 체포됐다는 보도는 사실이 아니라고 해명했다.

미국 수사당국은 화웨이가 미국의 제재를 위반해 이란과 다른 국가들에 제품을 판매했다는 의혹에 대해 수사를 벌여왔다. 지난 4월 이런 사실이 알려지자 중국 정부는 "일방적인 제재에 반대한다"며 미국을 비판한 바 있다.

사진=유토이미지 제공

멍 CFO 체포로 미국과 중국 간 갈등의 고리는 더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

미국은 2012년부터 중국 장비업체에 대한 강경정책 기조를 이어 왔다. 2012년 미국 의회 보고서에서 중국 정부가 화웨이 장비를 대미 스파이 활동에 이용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이를 계기로 화웨이는 미국 시장 접근이 봉쇄됐다. 이후 화웨이, ZTE 등 중국 통신장비업체는 미국 내 블랙리스트에 등재됐다.

지난 달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미국 정부가 안보동맹국들에 화웨이 장비를 사용하지 못하도록 설득하고 있다는 내용을 보도했다.

당시 WSJ는 미국의 이같은 행보를 두고 '미중 무역전쟁의 또 다른 전선'이라고 해석했다. 미국의 화웨이 견제 작전이 디지털 지배력을 놓고 미국과 중국이 벌이는 기술 냉전의 일부라는 의미다.

트럼프 미국 행정부는 중국의 '기술 도둑질'을 이유로 고율 관세를 부과하는 분쟁을 벌이고 있다. 또한 중국과의 상업거래로 기술기밀이 유출되는 것을 막기 위해 해외기업의 미국 투자를 엄격히 제한하고 있다.

지난해 12월 에릭 쉬 순환 CEO. 사진=신화/연합뉴스
화웨이는 미국이 제기하는 국가 안보이슈와 관련, 정치적 이유가 있을 수 있다는 입장이다.

화웨이의 에릭 쉬 순환 회장은 지난달 29일(현지시간) 미국 경제매체 CNBC와의 인터뷰에서 "미국 정부가 왜 기업체인 화웨이를 겨냥하고 있는가? 우리가 5G를 너무 잘해서인가, 아니면 우리가 확실히 모르는 이유가 있는 것인가?"라고 되물었다.

이어 쉬 회장은 "5G가 사이버안보 이슈를 일으킨다고 말한다면 나는 이런 언급들이 전혀 사실에 근거하지 않고 정치적 동기에서 나온 것이라 말하겠다"며 "이런 의심들에는 입증된 사실이 어떤 것도 없다"고 말했다.

당시 쉬 회장은 미국이 화웨이 배제정책을 고수한다면 5G 경쟁서 도태될 것이라 경고장을 날렸다.

그는 인터뷰에서 "5G 기술 선두주자인 화웨이에게 미국 시장은 참여 기회를 막는, 완전경쟁이 없는 시장"이라고 비판하며 "미국의 소비자들은 다른 시장들만큼 양질이 아닌 5G 서비스를 받을 것이며 더 많은 돈을 써야 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이어 "미국 시장이 우리를 계속 차단한다면 5G에서 세계 1위가 되겠다는 미국의 목표는 실현되지 않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한편 화웨이는 스마트폰·통신장비 시장서 선두 그룹에 있다. 글로벌 LTE 장비시장에서는 지난 2분기 기준 점유율 1위(28.9%)다. 스마트폰 시장에서도 약진하고 있다. 5일 시장조사업체 가트너에 따르면 지난 3분기 세계 스마트폰 시장점유율에서 화웨이는 삼성전자(18.9%), 애플(11.8%)에 이어 3위(8.5%)를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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