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C사업부 인력 효율화 가능성 무게…TV사업 비중 커질 듯

2020년까지 MC사업부 적자 유력, HE사업부와 시너지 방점

지난 11월 5일 서울 양재동 LG전자 서초 R&D 캠퍼스에서 열린 '2018년 LG TV 신제품 발표회'에서 권봉석 HE사업본부장이 TV 사업전략에 대해 소개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데일리한국 김언한 기자] LG전자가 권봉석 HE사업본부장의 MC사업본부장 겸임을 결정한 것을 놓고 파격 인사라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LG전자에서 핵심 사업본부장을 겸직하는 경우는 전례가 없기 때문이다. 권 사장의 임무가 단순히 스마트폰 사업의 환골탈태에 의미를 둔 것은 아니라는 것이 내부 분위기다.

6일 업계에 따르면, 권봉석 사장은 지난 3일부터 LG전자 MC(모바일커뮤니케이션) 사업부의 업무 파악에 들어갔다. 지난 1년간 사업을 이끌었던 황정환 부사장은 손을 떼고 본래 겸직하던 융복합사업개발부문장만 맡게 된다. 사실상 실적 부진에 따른 문책성 인사라는 평가다.

MC사업부의 지휘봉을 잡은 권 사장은 TV 사업에 전문성을 가진 인물이다. 2010년 HE(홈엔터테인먼트)미디어사업부장을 거친 뒤 2014년말 HE사업본부장 부임 후 OLED(유기발광다이오드) TV 확산에 주력했다. 과거 MC사업본부 상품기획그룹장을 맡은 경험이 있으나 기간은 2년 남짓에 불과하다.

일각에선 권 사장의 겸직을 두고 스마트폰 사업 인력 다수가 TV 사업으로 넘어가는 전환점이 될 것이란 관측을 내놓고 있다. MC사업부는 내년까지 19분기 연속 적자가 유력하지만 HE사업 규모를 초과하는 인력이 스마트폰 사업에 몰두하고 있기 때문이다. 스마트폰 콘텐츠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면서 TV와 호환성을 높이는 작업에도 전문인력이 필요한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관계자는 "LG전자는 권 사장의 겸직으로 MC사업부의 인력 효율화를 구상할 가능성이 높아졌다"며 "2020년까지 MC사업부 적자가 예상되는 상황에서 인력을 줄이지 않고는 방법이 없다"고 말했다.

LG전자는 일찍이 MC사업부 직원을 VC사업부(현 VS사업부)나 융복합사업센터로 전환배치해 스마트폰 사업 몸집을 줄여왔다. 지난 2015년에는 MC사업부와 함께 HE사업부 인력을 VC나 B2B(기업간거래)사업부로 배치했다. 신사업 강화라는 것이 주된 이유였으나 이 과정에서 상당수 인력이 이탈했다. 2014년말 7905명이던 MC사업부 인력은 지속 감소해 지난 3분기 4155명을 기록했다.

신사업(VS·B2B) 성과가 좀처럼 나지 않고 있는 현재의 상황에서 HE사업부에 인력수혈이 집중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MC사업부 인력을 타부서로 꾸준히 이동시키고 있지만 VS사업부는 흑자를 못내고 있어 인력 재배치에 한계가 있는 상황"이라며 "HE사업부 인력을 키우는 그림이 나올 수밖에 없다"고 진단했다.

사진=연합뉴스
LG전자는 2020년까지 MC사업부의 적자가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LG전자의 지난달 글로벌 스마트폰 판매량은 327만대 수준으로 전년 동기 대비 35% 감소했다. LG전자가 주력하는 해외시장인 미국에서 점유율 역시 4%P(포인트) 하락한 14% 수준을 기록했다.

김영우 SK증권 연구원은 "LG전자 MC사업부는 하이엔드 제품 수요가 적어 5G가 본격화되는 내후년까지도 적자를 이어갈 가능성이 크다"며 "하지만 2021년 이후 중저가 5G 스마트폰 수요가 늘어날 때 변화가 나타날 수는 있다"고 진단했다.

LG전자 MC사업부는 실적 부진을 이유로 사령탑의 잦은 교체가 이뤄지는 자리다. 황정환 부사장의 전임인 조준호 사장 역시 2015년 1월 취임 후부터 9분기 동안 한 번도 흑자를 내지 못했다.

MC사업부를 진두지휘하게 된 권봉석 사장은 사령탑으로서 전문성이 떨어진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MC상품기획그룹장 시절 개발을 이끌었던 'G플렉스'는 흥행에 실패했다. 웨어러블 'G워치' 역시 시장에서 자리를 잡지 못했다.

LG전자 관계자는 "권 사장은 HE사업본부장으로서 TV사업 수익성을 크게 끌어올려 업계에서 경영성과를 인정받은 인물"이라며 "MC사업본부에도 이같은 노하우를 적용해 변화가 나타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밝혔다.

업계 관계자는 "LG전자가 스마트폰 기능을 TV에 심어 새로운 서비스를 구상할 가능성이 높아졌다"며 "유튜브, 넷플릭스 등 해외 사업자들과 제휴해 TV에서 게임·영상 등의 지원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기술개발을 이어가게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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