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사무직노조, 개별교섭 가능성에 무게…직군 특수성 반영

주52시간 근무개선·저성과자 퇴출문제 등 테이블 위로 꺼낼 듯

사진=연합뉴스

[데일리한국 김언한 기자] 올해 역대 최대실적이 기대되는 SK하이닉스가 내년초 새 노동조합과 임금협상을 앞두고 있다. 지난해 1월부터 올해 12월31일까지 기존 전임직 노조의 교섭권 유효기간이 종료됨에 따라 9월 새롭게 출범한 기술사무직 노조가 개별교섭에 본격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내년부터 주52시간 근무제가 본격 시행을 앞둔 가운데 기술사무직군의 근로조건 개선에도 새 노조의 목소리가 커질 것으로 보인다.

21일 업계에 따르면, SK하이닉스의 기존 노조인 전임직 노조(생산직)는 기술사무직 노조와 함께 성과급 인상 및 근로조건 개선 등을 위한 단체교섭을 진행 중이다. 현재 교섭 대표 노조는 전임직 노조다. 대졸 사무직과 엔지니어가 가입하는 기술사무직 노조는 전임직 노조를 통해 입장을 전달해왔다.

하지만 오는 12월31일 전임직 노조를 통한 교섭 가능 기간이 만료됨에 따라 기술사무직 노조는 자체 협상력을 최대한 끌어올릴 방안을 강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내년 단체협상을 위해 기존 2개의 조합과 협상 테이블에 앉아야하지만 개별교섭을 최대한 추진할 것으로 보인다.

생산직의 경우 교대근무가 정착된 탓에 주52시간 위법 가능성이 높지 않지만 기술사무직의 경우 회사가 편법적으로 근무시간을 늘리는 등 갖가지 변수가 우려되고 있기 때문이다. 회사 측은 시기에 따라 업무 집중도가 높아지는 연구·개발 직군 등의 근무조건을 개선해야하는 문제와 마주하고 있다.

김병호 SK하이닉스기술사무직지회장은 "창구 단일화로 3개 조합이 같이 협상하게 되면 개선안을 함께 강구해야하지만 개별교섭을 할 시 기술사무직의 의사를 100% 반영할 수 있는 이점이 있다"며 "기술사무직은 전임직과 임금 테이블 및 노동조건이 달라 여러 시나리오를 고려하면서 협상을 준비할 것"이라고 말했다.

기술사무직 노조는 성과급 손질에 대해 자체 목소리를 내는 한편, 저성과자 퇴출 문제 등 불합리한 인사제도 개편안을 테이블 위로 꺼낼 것으로 보인다. 올해 SK하이닉스는 연간 성과급 수준을 놓고 임직원들과 갈등이 격화되고 있다.

박성욱 SK하이닉스 부회장. 사진=SK하이닉스 제공
또 노조 측은 회사가 정한 '코어타임'으로 인한 지나친 업무강도 개선, 근무시간 주52시간을 맞추기 위해 실제보다 과다하게 비근로시간을 입력하게 되는 경우 등에서 개선 마련을 촉구할 전망이다.

김병호 지회장은 "내년 1월 사측과 협상 준비가 되겠지만 통상적인 시기를 고려할 때 3~4월 중 협상이 시작될 것"이라며 "협약이 이뤄지면 조합원 공개가 가능하기에 이때가 되면 임직원들도 가입에 대한 부담을 덜 수 있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내년 임금단체협약 교섭이 끝나면 사내에서 기술사무직노조의 입지도 커지게 된다. 기술사무직노조는 이 시기 이후부터 조합원수 등 노조의 중요한 정보를 공개할 예정이다. 이때가 되면 기술사무직노조의 힘도 기존 전임직 노조처럼 커질 것이란 예상이다.

전국화학섬유식품산업노조 산하의 이 노조는 이달까지 3000명 이상의 가입자를 확보한다는 목표다. SK하이닉스의 기술사무직 총 근로자 수는 1만5000명 이상이다. 지난 10월 중순까지 1300명이 넘게 가입해 가입률 10%를 넘어선 상태다.

SK하이닉스는 올해 연간 최대 실적을 목전에 둔 상태에서 노조와 대립을 이어가는 모습이다. 증권가 전망치를 종합하면, SK하이닉스는 올해 매출 41조원 이상, 영업이익 22조원 이상을 기록해 영업이익률 53%를 달성할 것으로 전망된다.

김병호 지회장은 "현재는 인사평가 시즌이라 조합 가입 여부를 회사 측에서 알게 될까 우려하는 경우가 많다"며 "단체협약이 되고 나면 노조가 더욱 힘을 얻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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