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부터 U+tv 통해 넷플릭스 콘텐츠 독점 제공

'아시아 공략' 넷플릭스-'신규가입자 유치' LGU+

국내 콘텐츠 시장, 넷플릭스에 '기대 반 우려 반'

[데일리한국 박창민 기자] 넷플릭스가 16일부터 LG유플러스 인터넷TV(IPTV)를 통해 국내 안방TV 시장 공략에 나섰다. 넷플릭스는 국내시장 보폭 확대, LG유플러스는 차별적 콘텐츠로 신규가입자 추가 확보라는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진 결과다. 동아시아권에서 유독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는 넷플릭스가 이번 IPTV 진출로 한국서 기지개를 켤 수 있을지 주목된다.

◇넷플릭스에 손내민 'LG유플러스'

LG유플러스는 16일부터 넷플릭스 콘텐츠를 독점 제공한다. 사진=LG유플러스 제공
넷플릭스를 IPTV 시장으로 맞이한 건 LG유플러스다. LG유플러스는 16일부터 자사 IPTV 'U+tv'를 통해 넷플릭스 콘텐츠를 독점 제공 중이다. 이를 위해 LG유플러스는 넷플릭스와 IPTV 부문 단독 파트너십 계약을 체결했다. 계약기간 동안 국내 IPTV 중에서 LG유플러스만 넷플릭스 콘텐츠를 공급한다.

딜라이브와 CJ헬로가 케이블TV 셋톱박스에서 넷플릭스를 탑재하고 있지만, 전국에서 시청 가능한 IPTV콘텐츠로 서비스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번 독점 계약은 양사 간 경영전략의 결과다. 넷플릭스는 아시아시장 점유율 확대가 시급하고, LG유플러스는 치열한 가입자 유치 경쟁에서 차별화를 목표로 한 가운데 '윈윈'(Win-Win)할 수 있는 돌파구를 찾은 셈이다.

LG유플러스가 계약 기간을 밝히지 않았지만, 업계에서는 1년이상 최대 2년이라는 게 정설이다. 넷플릭스 입장에서 첫 발걸음은 LG유플러스와 시작하더라도 KT와 SK브로드밴드와 제휴할 수 없는 독점계약을 장기간 체결할 유인이 적다는 게 주된 이유다.

반면 LG유플러스는 1년 이상의 시간을 벌었다. 경쟁사가 넷플릭스에 접근하지 못하는 기간 동안 LG유플러스는 적극 홍보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넷플릭스 독점 제공에 따른 파급력은 적지 않을 것으로 관측된다. LG유플러스가 고객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 25%가 최근 2개월 내 넷플릭스를 이용했고, 이 가운데 77%가 대형 화면으로 시청하길 원했다.

LG유플러스는 IPTV업계 3위다. 올해 3분기 말 LG유플러스의 IPTV가입자수는 390만8000명으로 올해 들어서만 10.2% 늘었다. SK브로드밴드 가입자수(465만9000명)를 바짝 쫓는 모양새다. KT의 가입자수는 3분기 말 기준 777만5000명이다.

◇'동아시아 시장 고전' 넷플릭스…한국에선?

넷플릭스 로고. 사진=연합뉴스
넷플릭스도 IPTV로 서비스 영역을 확장하며, 국내 시장에서 보폭을 넓혔다.

넷플릭스는 2015년 일본을 시작으로 아시아권 공략에 나선 가운데 동아시아 시장에서 고전을 면치 못해왔다. 중국에서는 규제장벽과 콘텐츠 검열로 시장 진출에 실패했다. 일본에서는 소프트뱅크와 협력하며 시장에 진출했지만 단순 미국 드라마 위주 서비스로 시장 확대에 실패, 수년째 가입자수 50만명을 넘지 못하고 있다.

향후 규제 완화로 중국에 진출하더라도 중국판 넷플릭스라 불리는 '아이치이(iQiyi)'가 이미 시장을 선점했다. 아이치이는 올해 2분기 유료 월정액형 비디오 서비스(SVOD) 구독자가 6700만명을 돌파, 세계에서 넷플릭스 다음으로 유료 구독자가 많은 OTT 플랫폼이 됐다. 넷플릭스에 중국과 일본은 반면교사로 삼을 뼈아픈 현실이다.

그간 국내 시장에서도 사정은 비슷했다. 2016년부터 딜라이브, CJ헬로 등 케이블TV업체와 제휴를 통해 콘텐츠 서비스를 시작했지만 큰 반향을 일으키지 못했다. 국내 가입자 수를 공개하지 않고 있지만, 시장에서는 30만~50만명 가량으로 추정하고 있다.

넷플릭스는 LG유플러스와의 협약으로 390만8000명의 U+tv 고객을 대상으로 서비스를 시작한다. LG유플러스는 우선 UHD2 셋톱 이용고객 107만명을 대상으로 제공하고 추후 범위를 확대해 나갈 예정이다.

넷플릭스에 아시아 시장 진출은 불가피하며 한국을 아시아 시장 공략에 허브로 판단하고 있다. 미국과 유럽시장은 아마존 프라임 비디오, HBO NOW는 물론 폭스를 인수한 디즈니가 훌루를 확대 개편해 내년 출시할 디즈니 플러스 등 경쟁 포화상태다. 윤석암 SK브로드밴드 미디어부문장은 지난 9월 열린 간담회에서 "내년부터 (넷플릭스에서) 디즈니가 빠지고 (디즈니가 인수한) 폭스 콘텐츠도 빠질 가능성이 크다"며 "넷플릭스 콘텐츠의 30%가 줄어드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넷플릭스는 아시아 시장에서 돌파구를 찾으려 한다. 넷플릭스 점유율도 미국과 유럽은 각각 48%, 45%인 반면 아시아 지역은 아직 9%에 불과하다. 2018년 아시아 지역 가입자수는 5800만명을 넘겼다.

넷플릭스는 여러차례 한국을 아시아시장 공략을 위한 중요 거점으로 거론했다. 넷플릭스 창립자이자 대표인 리드 헤이스팅스도 지난 8일 싱가포르에 열린 '2019년 아시아 라인업' 설명회에서 "아시아 전략의 중요한 부분으로 한국에 투자할 것"이라고 밝혔다.

◇'콘텐츠 공룡' 넷플릭스…국내 콘텐츠 시장은 기대 반 우려 반

9일 싱가포르 마리나 샌즈 베이에서 열린 '넷플릭스 시 왓츠 넥스트: 아시아'(Netflix See What's Next: Asia) 행사에서 공개된 넷플릭스의 첫 한국 드라마 '킹덤(김은희 작)' 스틸컷. 사진=연합뉴스
'콘텐츠 공룡' 넷플릭스가 IPTV까지 진출하며 국내 콘텐츠 시장에서는 기대와 우려 섞인 목소리도 나온다.

기대와 우려는 콘텐츠제공업체(CP)와 플랫폼업체 간 수익배분 구조와 관련된다. LG유플러스는 "9대1은 아니다"고 밝혔지만, 넷플릭스는 통상 '9대1'을 요구한다. 물론 9가 넷플릭스의 몫이다. 이는 국내 콘텐츠 업계에 역차별 논란으로 이어질 수 있다. 국내 CP는 통상 '5대5', '6대4'로 받는다. 넷플릭스는 내년 상반기까지 콘텐츠 제작에 9조원가량을 투자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는 2017년 기준 한국 콘텐츠 투자 비용총액인 약 3조1000억원의 3배 가까이 되는 액수다. 국내 콘텐츠 시장이 잠식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는 이유다.

반면 넷플릭스의 IPTV 진출로 수익배분 구조가 개선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또한 국내 콘텐츠의 해외 진출이 가속화될 수 있다는 예상도 제기된다. 한국을 아시아콘텐츠의 허브로 삼은 넷플릭스가 한류 콘텐츠를 세계 시장에 내놓는 기회가 될 수 있다는 것. 넷플릭스는 중국 진출 실패 후 오리지널 콘텐츠 유통까지 중국 정부에 제지당하자 오히려 중국 콘텐츠를 수급해 글로벌 시장에 유통하고 있는 선례가 있다.

한편 넷플릭스는 우리나라에 2016년 진출해 영화 '옥자', 예능 프로그램 '범인은 바로 너', '유병재의 스탠드업 코미디 스페셜', 'YG전자' 등 국내 자체제작 오리지널 시리즈를 선보였다. 내년 초에는 주지훈, 배두나 주연의 '킹덤'을 공개하는 등 국내 오리지널 콘텐츠 개발에 계속해서 투자할 계획이다.

저작권자 © 데일리한국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