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부터 이어온 이슈… M&A 전문가 박정호 사장, 하이닉스 인수·SK C&C-SK 합병 주도

공정거래법 개정 전 연말·내년 상반기 전환 예상속 "30% 지분 확보 전략도 고려해야" 의견도

[데일리한국 박창민 기자] SK텔레콤의 중간지주회사 전환이 가시화되고 있다. 수년째 이어온 SK텔레콤의 중간지주사 전환 이슈가 종지부를 찍을지 주목된다.

15일 업계에 따르면 중간지주사 전환 이슈가 처음 제기된 시기는 2015년이다. 당시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경영공백이 장기화되면서 그룹 내 지배력 강화 차원에서 SK C&C와 SK㈜가 합병됐고, 그 연장선 상에서 명확한 지배구조 확립과 미래성장 동력 확보를 위해 IT계열사 간 교통정리가 이뤄질 거란 업계 예상이 나왔다. 당시 논해진 유력 방안 중 하나가 SK텔레콤의 중간지주사 전환이다.

◇ Why?…통신기업 벗어나 'ICT기업'으로

SK텔레콤 무선수익·ARPU 분기별 추이. 자료=SK텔레콤
SK텔레콤이 현재 중간지주사 전환을 추진하려는 이유는 △무선수익 감소 △통신기업에서 ICT기업으로 구조 개편 △SK하이닉스 사업역량 강화 3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SK텔레콤은 선택약정 할인·취약계층 요금감면·보편요금제 등 이동통신(MNO)사업에 대한 압박이 계속되면서 무선매출이 점점 하락하고 있다. SK텔레콤의 3분기 무선 수익은 2조4850억원으로, 한 해 만에 2000억원 이상 감소했다. 가입자당월평균매출(ARPU)도 4분기 연속 하락세를 막지 못하며 3만2075원을 기록했다.

이에 SK텔레콤은 지배구조 개편을 통해 기존 MNO 중심에서 미디어·보안·AI·커머스 등 비통신 사업을 확대한 종합 ICT(정보통신기술) 회사로 도약한다는 청사진을 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SK텔링크의 완전 자회사화(2017.09), SK플래닛으로부터 11번가 사업 분할(2018.09), ADT캡스 인수·SK인포섹의 완전 자회사화(2018.10) 등이 이를 위한 포석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ICT기업으로의 재편은 주식시장에서 통신주라는 색안경을 벗길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정지수 메리츠종금증권 연구원은 "SK텔레콤은 MNO 외에도 다양한 사업을 영위 중이나 통신주로 분류되며 저평가받고 있다"며 "동시에 통신업만을 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경쟁사 대비 통신주로서의 매력이 떨어진다는 평가도 받고 있다"고 말했다.

중간지주사 전환이 SK하이닉스의 사업 역량 강화에 기폭제가 될 수 있다는 점 또한 주요 이유다. 현재 SK하이닉스는 지분구조 상 SK㈜의 손자회사(SK㈜→SK텔레콤→SK하이닉스)로 사업 다각화나 인수합병(M&A)에 어려움이 있다. 현행 공정거래법에서 지주회사의 손자회사는 인수하려는 기업(피인수 기업)의 지분을 100%를 보유하도록 규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중간지주사 전환 시 이 규제에서 벗어나 부분적인 지분투자가 가능해져 신사업 투자가 훨씬 쉬워진다. 이는 SK하이닉스 지분 20.7%를 보유, 배당을 받는 SK텔레콤에도 지분법 이익에 따른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줄 수 있다.

◇ Who?…지배구조 개편 전문가 '박정호 SKT 사장'

박정호 SK텔레콤 사장. 사진=SK텔레콤 제공
이번 중간지주사 전환을 수면 위로 올린 주인공은 박정호 SK텔레콤 사장이다. 지난해 9월 박정호 당시 SK텔레콤 신임 사장은 제주도에서 열린 애널리스트 설명회에서 "현재 지배구조 개편에 대해 고민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장동현 SK텔레콤 전임 사장이 "SKT의 중간 지주사 전환은 (현재까지) 논의된 바 없다"고 말한 뒤 잠잠해졌던 전환 이슈가 다시 고개를 들었다.

이후 박 사장은 "중간지주사 전환을 올해 고려할 여건됐다" "일본 소프트뱅크와 같은 ICT 회사가 나와야 한다" 등 속내를 비쳐오다 지난 10월 SK그룹 CEO 세미나에서 직접 PT를 진행하며 "중간지주사로 전환하겠다"고 밝힌 사실이 알려지며 중간지주사 전환이 사실상 공식화됐다.

박 사장은 지배구조 개편에 전문성과 경험을 가졌다는 점도 전환 이슈와 궤를 같이한다. 박 사장은 지난 2012년 하이닉스(현 SK하이닉스) 인수를 주도한 바 있다. 또한 2015년 박 사장은 당시 SKC&C 대표로서 SK㈜와 SKC&C 합병을 통해 지주회사인 SK㈜를 출범, 최태원 회장 중심의 지배구조를 완성한 핵심 인물로 평가받는다.

◇ When?…'공정거래법 개정안' 시행 시점이 주요 변수

업계에서는 "(중간지주사 전환은) 시기상 문제일 뿐"이라는 반응이다. 다만 전환 시기는 38년 만에 이뤄지는 공정거래법 전면개편 시기와 맞물려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아울러 공정거래법 개정 전인 연말이나 내년 상반기 전환이 이뤄질 것이란 예상도 나온다.

공정거래법 전면개정안은 지난 8월24일 입법 예고안이 발표된 후, 입법예고기간인 10월4일까지 이해관계자·관계 부처 등의 의견을 수렴한 상태다.

이번 개정안은 지주사 전환에 나서는 그룹은 자회사 지분율을 현행 20%에서 30%까지 늘려야 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현재 SK텔레콤은 SK하이닉스 지분을 20.7% 보유하고 있다. 현행 공정거래법에서는 지금 보유한 지분만으로도 SK하이닉스 지분에 한해서 전환 조건을 충족한다. 하지만 개정안이 시행된 후에는 10%포인트 가량을 추가로 매입해야 한다. 이를 위해선 약 5조~6조원의 현금 확보가 필요하다.

SK텔레콤의 현금성자산이 올해 6월말 기준 1조8000억원인 점, 4분기에는 5G 관련 투자가 본격화되고 주파수 할당대금의 1/4(3565억 원)을 납입해야 된다는 점을 고려하면 당장 자금 마련이 어렵다고 보는 게 현실적이다. 개정안 시행 전 중간지주사 전환를 우선 추진 후 SK하이닉스 지분을 추가매입하는 '중간지주사 퍼스트(First)'가 점쳐지는 이유다.

개정안에는 지분율을 30%까지 늘려야 한다는 자회사 행위요건 강화 규정이 담겼지만, 이는 신규 설립·전환 지주회사로만 국한한다. 개정안 시행 전에 지주사로 전환하면 추가 지분 확보에 따른 부담을 줄일 수 있다. 업계에서 연말이나 내년 상반기 중간지주사 전환이 이뤄질 것이라 기대하는 배경이다. 정지수 연구원은 "다만 향후 추가적인 법 개정 등에 따른 외풍에 흔들리기 않기 위해선 30%의 지분을 확보하는 전략 역시 고려해야 할 시점"이라 말했다.

30% 지분 확보를 위한 방법으로는 SK텔레콤을 물적분할 후 떨어져 나온 MNO사업부를 재상장하고 기존 자회사와 특정사업을 분할·(재)상장하는 방식으로 현금을 확보, SK하이닉스 지분을 매입하는 방법이 거론된다. 유영상 SK텔레콤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지난 2분기 실적발표 컨퍼런스 콜에서 "미디어, 보안, e커머스 사업을 각기 자생 가능한 구조로 만들어 3~5년 내 상장을 염두에 두고 기업가치를 향상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3분기 실적발표 컨퍼런스 콜에서는 인터넷 동영상 서비스(OTT)인 '옥수수' 사업분할에 대한 계획을 밝히기도 했다.

한편 사업별 평가가치 합산(SOTP)에 따른 SK텔레콤 적정 기업가치는 현재 24조2000억원 수준이다. 지배 구조 개편을 단행할 경우 SK브로드밴드, ADT캡스, 11번가의 기업가치 상승으로 기업가치는 27조6000억원 수준으로 올라갈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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