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게임즈, 커뮤니티 이용자 허위사실 유포 및 명예훼손으로 고소

검은사막 개발사 펄어비스는 카카오게임즈와 '고소 사태' 협의 거쳐

A씨 "시간 되돌릴 수만 있다면 '검은사막'에는 손도 대지 않을 것"

게임사로부터 고소를 당한 A씨. 데일리한국은 28일 오전 광주에서 A씨를 만났다. 사진=황대영 기자

[광주광역시=데일리한국 황대영 기자] 최근 PC온라인 게임 '검은사막'에 비판적인 커뮤니티 글을 게재한 이용자가 수사기관에서 조사를 받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졌다. 표면상으로는 퍼블리셔인 카카오게임즈가 주도적으로 이번 법적 절차를 진행한 것처럼 보이지만, 막후에는 펄어비스가 존재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데일리한국은 28일 광주광역시에서 사건의 당사자 A씨를 만났다. 지병을 앓고 있는 A씨는 사건의 후유증 탓인지 꽤 수척한 모습이었다. A씨는 '검은사막'과 관련해 일어난 괴상한 사건에 대한 전말을 털어놨다. 게임을 계속하고 싶었지만, 법에 무지한 그는 회사 측의 조치에 지난 10월 15일부로 검은사막 게임을 아예 할 수 없는 영구정지 처분을 받았다. ID사용 중지 통보를 받은 것이다.

A씨는 게임 커뮤니티인 검은사막 '인벤'에서 활동한 열혈 게이머였다. 검은사막을 무대로 3년간 플레이하면서 느낀 점들과 그에 대한 운영적인 측면에서 아쉬움을 글로 남기기도 했다. 그가 검은사막에 실망하게 된 계기는 빨코게이트 사건이다. A씨는 당시 빨코게이트 사건(일명 '빨간코 갑옷'이라는 아이템과 관련해 게임내 일어난 버그를 악용한 사건)의 운영 처리가 미흡했고, 이후 커뮤니티에 관련한 글을 게재하면서 펄(유료재화) 불매운동을 벌이게 됐다.

하지만 A씨의 활동도 오래가지 못했다. A씨는 지난 5월 경 '인벤'에서 법적 절차를 암시하는 내용의 쪽지를 받았다. 해당 쪽지를 받았을 때도 A씨는 설마하는 마음이 앞섰다. 외부 게임 커뮤니티는 게임사에 게임 이용자의 동향 및 피드백을 얻기 위한 중요한 공간이자 흥행의 척도가 되기도 하는 곳이다. 하지만 A씨는 게임 커뮤니티를 통해 게임업체를 비판하는 글을 게재했다고 고소당하는 황당한 일을 몸소 겪어야만 했다.

지난 6월 14일 출석 통보를 받은 A씨. 사진=황대영 기자

우려는 현실로 다가왔다. 쪽지를 받은 다음 달 A씨는 카카오게임즈로부터 허위사실 유포 및 명예훼손으로 고소장을 받았다. 이용자를 고소하는 초유의 사태가 '검은사막'에서 실제로 일어난 것이다. 7월 초부터 수사기관에사 조사를 받은 A씨는 8월들어 카카오게임즈에 합의 의사를 타진했다. 원만하게 풀고 다시 검은사막으로 돌아가고 싶은 마음이 간절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합의는 결렬됐다. 크게 4항으로 나눠진 합의 조건을 A씨가 받아들이기에는 너무 가혹했다. 카카오게임즈는 합의 조건에 '계정 삭제'를 전제 조건으로 내걸며, 인벤에 게시한 모든 글과 댓글을 삭제하라고 요구했다. 특히 합의 내용에 위반하는 사항이 생길 경우 건당 150만원을 배상하라는 조건도 포함돼 있었다.

특히 회사 측은 A씨에게 합의에 앞서 '정보제공 동의서'와 '비밀유지 서약서'를 작성해야만 합의가 가능하다고 통보했다. 그것에 서명한 A씨는 합의가 결렬됐음에도 A씨의 정보를 토대로 계정 영구정지를 벌이는 회사 측의 움직임을 막을 수 없었다. 이후 A씨는 철회 의사를 보냈지만, 그 기간 동안 조회한 회사 측은 앞선 조회 기간 동안 자료를 확보해 결국 기난 10월 15일 영구정지 처분을 내리고 말았다.

이같을 일을 겪은 A씨는 지난 9월 3일 최종진술 및 경찰 조사를 마쳤다. 그 사이 사건은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됐다.

약 2시간 동안의 대화 끝에 A씨는 무거운 발걸음을 옮겼다. 마지막으로 A씨는 "검은사막이라는 게임을 하다가 스트레스받고, 커뮤니티에 글을 올렸다고 졸지에 전과자가 되게 생겼다"라며 "시간을 되돌릴 수 있다면 '검은사막'에는 손도 대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시간을 되돌릴 수 있다면 검은사막에 손도 대지 않았을 것이라고 주장한 A씨 뒷모습. 사진=황대영 기자

카카오게임즈와 펄어비스가 이용자 A씨에게 이토록 가혹할 만큼 강수를 둔 이유가 궁금해졌다. 양사는 외부 커뮤니티에 작성한 글을 빌미로 자사 게임의 이용자를 고소한 게임사라는 낙인이 찍혔다. 이는 개발사인 펄어비스뿐만 아니라 퍼블리싱이 주요 사업인 카카오게임즈측에도 부담이 될 수 밖에 없는 일이다.

특히 카카오게임즈와 펄어비스는 A씨뿐만 아니라 커뮤니티 검은사막 인벤에 글을 남긴 이용자를 대상으로 추가적인 고소를 진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카카오게임즈와 펄어비스는 29일 "사실관계를 악의적이고 반복적으로 왜곡해 게시하는 '허위사실 유포' 행위는 다른 이용자에게 큰 혼란과 함께 서비스에 피해를 주는 만큼, 안정적인 서비스를 위해 대응하게 됐다"면서 "다시 한번 말씀드리면 펄 불매나 회사에 대한 비판과는 전혀 무관하다"라는 입장을 밝혔다.

또 양사는 "양사는 게임을 즐기고 계신 이용자분들께 항상 감사한 마음을 갖고 최상의 업데이트와 서비스를 선보이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지금이라도 당사자와 합리적인 해결점을 찾을 수 있기를 기대하며, 양사는 지금까지와 같이 본 건의 원만한 해결을 위해 노력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카카오게임즈와 펄어비스는 이번 고소 건이 미리 협의를 거친 사안임을 인정했다. 이용자와 초유의 사태까지 치달은 상황에서 퍼블리셔가 개발사와 협의를 거치지 않고 이같은 일을 밀어붙일 수는 없다는 얘기였다. 카카오게임즈는 "이런 사안을 단독으로 처리할 수 없다"며 "개발사인 펄어비스와 충분한 협의와 의논을 거쳐 결정한 것"이라고 시인했다.

펄어비스는 A씨에 대한 사건을 이미 인지하고 있었고 법적 절차 또한 승인했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앞선 이용자 프로모션에서는 '이용자와 함께하는 검은사막'을 항상 강조했지만, A씨에 대한 태도는 180도 달랐다. A씨가 커뮤니티에 게재한 글이 펄어비스에도 적지 않게 초점이 맞춰져 있었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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