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V 노광장비로 7나노 제품 양산 준비단계 끝나…미세공정 로드맵 이행

내년 초부터 제품 양산 시작할 듯…애플 AP 단독 공급업체 TSMC 견제

사진=연합뉴스

[데일리한국 김언한 기자] 삼성전자가 TSMC와 반도체 미세공정 속도전에서 주도권을 확보하게 될 전망이다.

최근 EUV(극자외선) 노광 기술 적용 준비를 마치고 양산을 위한 막바지 단계에 진입했다. 당초 EUV 노광장비로 올해 말 혹은 내년 초 7나노 공정에 돌입할 것이란 관측이 나왔으나 실제 도입은 내년 초에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18일 삼성전자에 따르면, EUV 노광 기술을 적용한 파운드리 7나노 공정 개발이 완료돼 현재 본격적인 생산을 앞두고 있다. 신규 장비 도입에 따른 퀄리피케이션(품질인증)을 받는 절차 등 준비가 끝나 양산을 기다리는 시점이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EUV 노광장비로 내년 본격적인 양산을 위한 최종단계에 진입했다"고 말했다.

삼성전자 파운드리 사업부가 최초로 양산하게 될 제품은 퀄컴의 5G 모뎀칩인 것으로 추정된다. 퀄컴은 첫 번째 7나노 제품인 AP(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를 핀펫(FinFET) 공정을 앞세운 TSMC에 맡겼지만 EUV 적용 모뎀칩에서는 삼성전자의 손을 들어줬다.

삼성전자가 내년 초 EUV 노광장비로 7나노 제품을 양산하면 향후 3나노까지 이어지는 미세화 로드맵을 주도할 것으로 기대된다. 10나노 이하 미세공정에서 삼성 파운드리 사업부의 경쟁사는 대만 TSMC가 유일하다. TSMC는 애플의 아이폰 AP 물량을 연달아 수주하면서 앞으로도 단독 공급업체로 자리잡을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삼성전자는 올 하반기부터 7나노 LPP(Low Power Plus) 공정으로 시제품을 양산했다. 7LPP 공정은 10LPE 대비 면적을 약 40% 줄이는 동시에 약 20% 향상된 성능, 약 50% 향상된 전력 효율을 제공한다. 삼성은 EUV로 미세공정 로드맵을 이행하면서 내년 TSMC로부터 설욕의 기회를 잡을 것으로 예상된다.

사진=삼성전자 제공
EUV 노광기술은 불화아르곤을 대체할 수 있는 광원을 이용한다. 불화아르곤보다 파장의 길이가 14분의1 미만으로 세밀한 반도체 회로 패턴을 구현하는데 적합하다. 복잡한 멀티 패터닝 공정을 줄일 수 있어 반도체의 고성능과 생산성이 동시에 실현된다. 반도체 미세공정이 한계에 다다른 상황에서 '무어의 법칙'을 이행하는 유일한 대안이다.

TSMC는 최근 애플의 AP 'A13'을 수주하면서 전작에서 적용한 7나노 핀펫 공정을 이어 활용할 것으로 전망된다. TSMC가 A13 물량을 가져감에 따라 내년 글로벌 파운드리 점유율 60%를 달성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는 등 삼성과의 격차가 벌어지는 양상이다. 시장조사기관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파운드리 업체의 점유율은 TSMC 56.1%에 이어 글로벌파운드리(9.0%), UMC(8.9%), 삼성전자(7.4%) 순이다.

삼성이 미세공정 속도전에서 TSMC를 앞서 나가면서 TSMC도 EUV의 본격적인 적용 시점을 앞당길 가능성이 커졌다. 당초 TSMC는 내년 말이나 2020년 EUV 노광장비를 양산에 활용할 것으로 관측됐다.

17일(현지시각) 실리콘밸리의 삼성전자 미주법인(DSA) 사옥에서 열린 '삼성 테크 데이 2018'에서 밥 스티어(Bob Stear) 삼성전자 DS부문 미주총괄 시니어 디렉터는 "삼성전자는 이번 생산을 시작으로 7나노 공정의 본격 상용화는 물론, 향후 3나노까지 이어지는 공정 미세화를 선도할 수 있는 기반을 확보했다"고 말했다.

배영창 삼성전자 파운드리 전략마케팅팀 부사장은 "삼성 파운드리는 EUV 적용 공정을 상용화해 공정 수 감소 및 수율 향상, 제품 출시 기간 단축 등의 이점을 제공할 수 있게 됐다"며 "7LPP는 모바일과 HPC(고성능컴퓨팅)뿐 아니라 데이터센터, 전장, 5G, AI(인공지능) 등 폭넓은 응용처에도 최선의 선택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ASML의 EUV 노광 장비. 사진=ASML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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