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SMC, 애플 AP 'A13' 공급업체 선정…2019년 양산 돌입

삼성전자, 애플 공급업체 기회 놓쳐, 내년 점유율 확대 변수

사진=삼성전자 제공

[데일리한국 김언한 기자] 대만의 TSMC가 애플의 차기 아이폰 AP(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 물량을 다시 손에 쥐면서 삼성전자가 또 한 번 쓴 잔을 마시게 됐다.

삼성전자는 미세공정 경쟁력을 끌어올려 업계 2위로 도약하겠다는 목표를 세웠지만 내년부터 보릿고개를 견뎌야하는 시련에 봉착했다.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업계 최대 고객사인 애플의 AP 'A13' 물량을 내어줌에 따라 TSMC와 격차가 벌어지는 모습이다.

15일 외신 및 업계에 따르면, 애플이 2019년 발표하는 모바일 AP A13의 생산이 대만의 TSMC로 넘어갔다. 삼성 파운드리 사업부는 수주에 힘을 쏟으며 애플 공급업체로 복귀를 시도했지만 애플은 전작인 A12를 양산한 TSMC의 손을 들어줬다.

삼성전자는 TSMC와 이번 A13 칩셋 생산 경쟁에서 유리한 위치를 차지할 것으로 관측됐다. 특히 지난 8월 발생한 TSMC의 바이러스 감염 사고가 애플의 신뢰를 떨어뜨릴 수 있다는 점에 무게가 실렸다. 당시 TSMC는 랜섬웨어 '워너크라이'에 감염돼 A12 공급에 차질을 빚을 수 있다는 위기감이 조성됐다. TSMC는 바이러스로 인해 매출의 3%에 해당하는 2억5500만 달러의 손해를 입은 것으로 알려졌다.

TSMC는 7나노 공정으로 A13을 양산한다. 기존 A12와 같은 7나노 핀펫 공정으로 양산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분석된다. 하지만 애플이 TSMC를 다시 선택한 배경에는 미세공정의 진일보 뿐 아니라 TSMC가 독자적으로 보유하고 있는 패키징 기술이 주효했다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패키징에는 '통합팬아웃(InFO)' 기술이 사용된다.

업계 관계자는 "TSMC가 애플을 신뢰하게 된 이유 중 하나는 InFo를 활용해 애플 AP의 클럭스피드를 크게 끌어올렸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지난 2월 삼성전자 화성캠퍼스에서 개최된 '화성 EUV라인 기공식'에서 김기남 삼성전자 DS부문장이 기념사를 하고 있다. 사진=삼성전자 제공
모바일에 들어가는 AP는 파운드리 업체의 매출 가운데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부품이다. 삼성전자는 과거 TSMC와 함께 애플의 공급업체로 날개를 단 듯했지만 2015년 '칩 게이트' 논란 후부터 공급업체에서 제외됐다. 삼성이 양산한 'A9'이 TSMC가 제작한 A9과 비교해 배터리수명이 떨어진다는 논란이 일었기 때문이다.

이후 삼성전자는 TSMC와 애플의 AP 수주 경쟁에서 연달아 고배를 마신 반면 TSMC는 애플 독점업체로서 위상을 다졌다. 디지타임스는 익명의 관계자 말을 인용해 "이번 A13 수주로 TSMC는 내년 글로벌 파운드리 점유율 60%를 달성할 수 있을 것"이라고 보도했다. TSMC는 2017년 50.4% 점유율에서 지난 상반기 56%까지 올라온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이번 승패는 삼성과 TSMC가 나란히 10나노 이하대 초미세공정으로 넘어가는 시점에 나온 것이어서 의미가 작지 않다는 분석이다.

현재 삼성과 TSMC는 EUV(극자외선) 노광장비를 통한 본격적인 양산 시점을 내년으로 보고 있다. 삼성전자는 한 발 앞서 EUV 장비를 실제 양산에 도입할 것으로 관측된다. 하지만 TSMC와 3나노까지 이어지는 기술 로드맵 경쟁에서 애플이 다시 삼성의 손을 들어줄 가능성은 멀어지고 있다.

EUV 노광기술을 적용해 양산할 수 있는 품목은 한정돼있다. 삼성전자는 D램에 앞서 EUV 노광장비를 AP에 먼저 적용하게 된다. 올해 말 혹은 내년 초 EUV 노광장비로 양산하는 퀄컴의 '스냅드래곤855'이 첫 번째 대량양산 제품이 될 것으로 관측된다.

저작권자 © 데일리한국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